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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대입제도, 이제 개선해야 한다

지금 대입제도 개선에 대해 가장 심각한 장애는 그렇게 어렵고 의견이 분분하니 고치지 말고 그대로 두자는 의견과 심리다. 이러한 의견과 심리는 정부와 대학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클 때 더 커진다. 하지만, 고치지 않으면, 이대로 그냥 두면 문제는 지속될 뿐이다. 아니 더 악화될 것이다. 대입경쟁 자체가 문제니까 대입경쟁을 아예 없애거나,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가능하면 문제도 쉽게쉽게 만들고, 그 내용도 EBS지문에서 가져다(연계) 쓰자는 주장이 있다. 어느 나라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입경쟁은 존재한다.

ⓒ연합뉴스

사상 최악의 대입제도, 이제 개선해야 한다

글 | 안선회 (중부대학교 대학원 진로진학컨설팅학과 교수)

Ⅰ. 서론 : 대입제도 정책문제의 진단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학습자의 학습과 성장이 바람직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자극, 촉진, 지원, 지도, 관리함으로써, 학습자의 학습과 성장을 통한 행복 실현을 추구하는 교육자의 적극적인 활동(안선회, 2015a)"이라면, 이러한 교육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학생선발체제로서의 대입제도 역시 올바른 교육의 일환이어야 한다. 즉, 올바른 대입제도는 "대학 입학생 선발이라는 과정을 통해 학습자의 학습과 성장이 바람직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자극, 촉진, 지원함으로써, 학습과 성장을 통한 행복 실현을 지원하는 교육적인 활동이자 사회제도여야 한다(안선회, 2015a)."

그러나 우리 대입제도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행 대입제도는 대학 입학생 선발이라는 과정을 통해 학습자의 학습과 성장이 바람직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자극, 촉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사교육비 증가, 교육을 통한 계층 불평등 심화 등 주요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학생, 학부모를 비롯한 국민들은 대입제도에 관해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안수진·안선회(2015)의 연구에서, 박근혜정부 대입전형간소화정책에 대한 효과성을 분석한 결과, '대입전형 간소화'의 효과에 대해 교사는 2.61점, 학부모는 1.78점, 학생은 2.17점으로 중간점(3.0은 '효과 없음'을 의미) 미만으로 응답하였다. 중간점 미만의 응답은 '대입전형 간소화를 통한 학생·학부모 부담 완화와 공교육 정상화'라는 정책목표에 부정적인 역효과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종합적인 평가에서도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경감, 학습부담 경감, 계층 간 불평등 해소, 창의인재 육성, 행복교육 실현에 대해 중간점(3.0) 아래의 효과성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대입제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입제도 관련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현존하고 있는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앞서 쓴 칼럼에서 대입제도 문제의 원인을 분석, 진단하였다. 필자는 대입제도의 문제점인 대입전형을 통한 창의인재 양성 실패, 국영수 중심 선발로 인한 대입선발의 타당성 부족과 적격자 선발 실패, 대입 복잡성 증가와 공정성·객관성·신뢰성 약화, 과도한 사교육비 증가와 학습부담 증가, 대입전형을 통한 사회불평등 재생산 우려, 학생의 꿈·끼 살리기 저해 등이 근본적으로 대입제도의 한계에 기인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수능-EBS 연계 70% 정책은 학교교육의 본질을 파괴하고 창의인재 양성을 방해하는 핵심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대입제도는 학생 자신의 노력만 가지고 해결되는 대입이 아니다. 특히,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대입선발과정에서 학부모의 계층과 재산의 영향력, 학생부를 만들어주는 학교와 담임교사의 영향력, 대학입학사정관의 '해석'이 대입선발을 좌우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대입제도는 공정한 대입제도가 결코 아니다. 현행 대입제도는 '사상 최악의 대입제도'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대입정책문제는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사교육비 증대로 인한 가계 부담과 고통 증가, 사회적 불평등 재생산 구조 심화, 국민행복 실현 저해, 국가 인적자원 손실, 정치적 비판과 불만 증대 등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결국, 대입제도는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가 되어 있다.

이전 칼럼에서 전술하였듯이 이러한 대입제도 문제는 근본적으로 5·31교육개혁의 대입제도 정책인과가설에 기인한 것이다. "'대입 자율화' ⇒ '학생부 필수반영 확대, 전형요소와 전형방법의 다양화' ⇒ '초‧중등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 실현"이라는 가설은 실현되기 어려운 정책인과가설이다. '대입 자율화'는 대학의 선발경쟁을 심화시키고, 대입전형요소를 증가시키며, 대입전형의 복잡성과 안정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김은영 등(2013)의 '대학입학전형정책의 성과와 개선방안 연구'에서도 전국의 진로진학 담당 교사들은 대입에서의 '대학자율권 확대'의 부정적 영향으로 전형정보 혼란, 준비부담 증가, 고교입시지도의 어려움, 학생평가 부담 증가를 높은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사교육비 부담 완화와 학생의 학업부담 완화 효과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확인하였다. 결국 '대입 자율화'는 '전형요소와 전형방법의 다양화'는 가져올 수 있지만, 그것이 '초‧중등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실현시키지는 못한다고 할 수 있다.

Ⅱ. 대입제도 개선의 방향

대학입학전형은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대학입학전형방식은 선발하고자 하는 인재상을 반영, 내포하고 있다. 정부와 대학은 대학입학전형을 통해 선발하고 양성하고자 하는 인재에 대한 분명한 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인재상이 대학입학전형방식에 반영되고, 대학입학전형방식이 바뀌면 초·중등학교 교사의 교수방식과 학생의 학습방식, 학부모의 유도·지원방식도 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정부와 대학이 올바른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면 인재상을 바르게 정립하고 그런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타당한 대학입학전형방식을 개발하여 적용해야 한다. 고교 교육과정을 존중하면서도 미래인재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상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과 대입전형이 지향해야 할 인재상을 예시로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노명순·안선회, 2015).

❍ 과학적인 분석능력과 독창적인 문제해결능력을 지닌 창의인재

❍ 꿈과 끼, 잠재력, 강점을 키워 자신의 진로와 행복을 개척하는 행복인재

❍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지니고, 역량 신장 위해 평생에 걸쳐 학습하는 학습인재

❍ 핵심역량, 취업·창업역량을 지니고,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역량인재

❍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활용하여 어떤 일을 성취하는 실용인재

❍ 훌륭한 지혜와 인성을 갖추고 타인과 공동체를 배려하는 지혜인재

대입제도 정책문제 분석에 근거하고, 대입제도를 직·간접적으로 활용하여 핵심역량 중심의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고, 선발하기 위한 대입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하면 창의성, 타당성, 공정성, 객관성과 신뢰성, 형평성(적극적 차별), 학교교육력 제고(사교육비 경감), 협력과 행복(학교 내 성적 경쟁 완화), 개방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입제도 개선방향은 이전 칼럼에서 이루어진 대입제도의 문제 진단으로부터 도출되었다.

이와 같이 도출된 대입제도 개선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입전형에서의 '창의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지식기반사회, 평생학습사회는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한다. 따라서 지식기반사회, 평생학습사회 교육은 창의교육이어야 한다. 창의성은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그 문제의 핵심 원인을 발견하며,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여, 적극적인 노력으로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내는 능력 내지 특성(안선회, 2014)'이라고 할 수 있다. 대입전형에서 창의성을 평가하고 대입준비과정에서 창의성을 높이도록 유도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입전형요소가 지식암기 위주라면 초중등교육도 그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대입전형, 대입선발이 창의성을 존중하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학교교육에서의 창의성이 살아날 수 있다. 대입전형에서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너무 쉬운 수능이 아니라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등 고급사고력을 측정하도록 출제하고, 대학별논술보다는 창의성을 중시하는 공동논술을 도입하거나 수능에서 서술식 문항을 추가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창의성을 키워주는 창의교육은 교육자가 창의적이지 못하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교육자의 창의성'은 창의교육의 성공을 위한 기본 요건이다. 교육자는 모쪼록 자신의 고정관념·편견을 깨고, 자신의 나태·게으름·정체됨을 깨고, 비판과 상상의 나래를 펴며,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스스로 창의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교수 능력과 기법을 습득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무릇 교육자가 되려는 자, 교육자인 자는 스스로 창의적인지 묻고, 스스로 창의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자신이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성공적인 창의교육을 위해서는 별도의 기술적 능력과 그 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그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안선회, 2014). 대입전형이 창의성을 요구한다면 교사들도 창의성을 갖추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둘째, 대입전형에서의 '타당성'을 높이는 진로맞춤형 대입제도여야 한다. 대입선발에서의 타당성이란, 모집단위에 적합한 적격자 선발을 통해 대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꿈·끼, 진로·적성 살리기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입전형 과정에서 모집단위에 적합하게 꿈과 끼, 잠재력, 강점을 키워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는지 측정하여 선발해야 한다. 나아가 전형내용과 방식이 창의인재, 행복인재, 학습인재, 역량인재, 실용인재, 지혜인재를 타당하게 측정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대입전형과 준비과정의 유의미성을 높여 대입 준비가 학생의 진로 개척과 미래의 삶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대입전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대입전형에서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인 배경이나 기부, 기여 혹은 압력에 좌우되지 않고 학생의 역량을 공정하게 측정하여 선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의 지나친 확대는 곤란하다. 가장 공정성이 높다고 인정되는 정시의 수능을 통한 선발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의 전형기준을 세부적으로 공개하고, 그 기준에 따라 전형을 진행하며, 전형 결과까지 공개되어야 한다.

넷째, 대입전형에서의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대입전형을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입전형방식에 사회적 약자, 교육소외계층인 학습자를 위한 적극적인 차별정책이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인 학생부종합전형, 특기자전형 등은 최소화하거나 소외계층자녀 혹은 특수한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국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박남기, 2011; 안선회, 2013). 일부 명분과 이해관계자 형성으로 인해 학생부종합전형을 대폭 축소하기 어렵다면, 그 비율이 지나친 서울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을 일부 축소 조정하도록 권고하고, 비율이 적정수준인 대학은 가능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극적 차별 정책의 일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다섯째, 대입전형에서의 '객관성'을 높이는 것이다. 주요 전형요소가 학생의 학습능력과 학업성취, 창의력을 중심으로 하는 핵심역량을 갖추고 성취경험과 지혜, 인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선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거나 자격고사화하지 않고 고급사고력 측정을 위한 전형요소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측정을 위한 문항을 개발하여 출제함으로써 중등학교 교육혁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대입전형방식, 이를 위한 공교육의 교수-학습-평가가 학습자 개개인과 그가 속한 사회의 현재와 미래 발전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학교교육력 제고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을 가져올 수 있는 대입제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서 대입전형방식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인재상과 대입전형방식이 학교의 교수-학습-평가를 그 인재상과 대입전형방식에 적합한 방식으로 변화되도록 유도·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치든지 내신등급만 나누어 평가하고 이를 다시 대입과정에서 정성평가할 수 있도록 하면 단위학교 교육력 신장에도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고교 서열화를 부추길 수 있다. 대입제도가 학교교육력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성격의 학업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전형요소인 수능과 논술을 경시해서는 안된다. 다만, 대학별 논술은 지나치게 사교육을 높일 수 있기에 수능의 일부로 전환하거나 공동논술 형태로 개선해 가야 할 것이다.

일곱째, 대입제도가 학교 내 '내신성적 경쟁을 완화'함으로써, 고등학생들 간의 '협력을 증진하고 행복을 증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내 성적 경쟁을 심화시키는 학생부 내신 9등급상대평가 방식을 성취평가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적용하더라도 학생부전형에서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학생부전형의 비율도 지나치게 확대해서는 곤란하다.

여덟째, 대입전형에서의 '개방성'을 높여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령기 학생만이 아니라 주부, 직장인, 구직자, 노약자, 장애인 등 학습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문을 열고 포용해야 한다.

Ⅲ. 대입제도 개선 정책과제

대학입학제도에 대한 정책문제 분석을 통해 정책방안과 방안별 개선과제를 도출할 수 있다. 대학입학제도 개선을 위한 핵심방안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에 제시된 대입제도 개선 정책 과제는 안선회(2015a)의 '대학입학제도의 문제점과 개선과제',안선회 등(2015)의 '행복교육 추진방안 연구', 노명순·안선회(2015)의 '시대변화에 따른 대입제도 개선방안', 신현석 등(2015)의 '교육현장에서 바라본 5.31 교육개혁 20년 재조명을 통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탐색' 등에서 필자가 집필한 내용 중 일부를 수정하고 보완하여 작성한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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