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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대놓고 싸우는' 새누리당의 근황을 보여주는 3가지 장면

  • 허완
  • 입력 2016.02.02 09:59
  • 수정 2016.02.02 10:21

"당내 경선을 앞두고 당대표와 친박 핵심 의원들이 편 가르기에 앞장서는 모습은 꼴불견에 가깝다. 이러고도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조선일보 2월2일 사설)

조선일보가 새누리당의 현재 상황을 언급하며 이렇게 꾸짖었다.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당내 친박계와 비박계가 대놓고 싸움을 벌이는 상황을 지적한 것.

물론 어느 당이든 계파는 있기 마련이고, 그 자체를 나쁘게 볼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새누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조금 특별하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최근 새누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3가지 장면으로 모아봤다.

#1. 김무성 :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라"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고 서청원 최고위원은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31일 새누리당 초선·재선 의원 50여명과 만찬회동을 했다. 이 자리는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최측근' 김학용 의원이 주선한 자리였다.

김 대표는 참석한 의원들을 향해 총선승리 건배사를 했다.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여러분이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살아 돌아오길 바란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살아서 돌아오라'는 말의 원조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한 이듬해인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을 따르던 친박계 의원들이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우르르 탈락하자 "살아서 돌아와 달라"고 말한 바 있다.

당장 친박계는 반발했다. 이 자리에 '친박계 주류'로 꼽히는 의원들은 한 명도 없었던 데다, 당대표가 '세결집'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

김태흠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천 대상자들을 불러 놓고 살아 돌아오라고 하면서 줄세우기를 하는 이런 모습은 당 대표가 할 노릇이 아니다"면서 "당 대표가 제정신인지 모르겠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 의원은 특히 "지금까지 당 대표가 공천을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상향식을 주장했던 언행에서 벗어난 모순된 행태"라면서 "당 대표는 계파 보스가 아니다. 이런 행태를 하려면 당 대표를 내놔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1월31일)

#2. 최경환 : "대통령 진짜 불쌍합니다"

1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서 열린 곽상도 예비후보(대구 중남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로 통하는 최경환 의원은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다. 대구와 부산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진박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

총선을 앞두고 기획재정부 장관직을 내려놓은 그에게는 당내 직함이 없다. 그냥 '의원'일 뿐.

그러나 그는 요즘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하는 '정권의 막강한 실력자'이자 'TK 당대표'로 통한다.

최 의원은 1일에도 곽상도 진박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며 열변을 토했다. 키워드는 '진실한 사람들'과 '배신의 정치', 그리고 '대구 물갈이'다.

"...우리가 특히 대구 경북 의원들, 제대로 대통령 국정을 뒷받침해서 제대로 했는가... 모두가 한 번 반성을 해보자... 각종 여론조사를 해보면 대구 경북이요 현역 의원 교체지수가 제일 높습니다. 그러니... 무슨 얘깁니까? 제대로 말하자면은 국회의원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을 보필하고 대구 발전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 그 얘기 아닙니까?" (박수)

"본인 스로가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열심히 했다 이런 사람들은 가만히 옳소 카는데... 스스로가 뭔가 좀 꿀리는 게 있는, 내가 좀... 맞아... 내가 뭘 좀 제대로 안 했지... 아니 이런 사람들이 나서서... 오늘 아침에 보니까 거기에 반기를 드니 뭐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그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여러분?" (박수)

"...우리 박근혜 정권을 만든 핵심 중에 핵심이 어딥니까? 우리 대구 경북 아닙니까? 그러면은 핵심적으로 해서 박근혜 정권을 만들었으면 이걸 성공시키는 것도 우리 대구 경북의 책임 아닙니까 여러분?" (박수)

"...사실은 국무회의나 이런 데 가보면 대통령 진짜 불쌍합니다. 한 마디로. 정말 불쌍합니다. 저 어른이 혼자 정말 참 밤잠 안 주무시고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아이고 우리라도 가서 좀 국회가 문제니까, 우리가 국회가서 국회의원이 돼서 직접 도와야 되겠다, 사실 그렇게 해서 나온 사람들이 이번에 장관 수석 지낸 분들입니다 여러분!" (박수)

"근데 제가 그렇게 했더니 어떤 사람들은 표 찍어 돌라 카더니만 표 찍고 나서는 그냥 뭐 입 싹 닫더라 그런 사람도 있더라고요? 곽상도 후보는 아마 그런 사람 아닌 것 같아요. 그죠? (웃음)" (박수)

#3. 유승민 :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배신의 정치' 당사자로 지목된 유승민 의원은 1일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 사실을 알리며 그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저는 방금 예비후보 등록을 했습니다.

다른 예비후보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열심히 뛰겠습니다.

앞만 보고 뛰겠습니다.

결과는 대구시민, 동구주민들께서 결정해주실 겁니다.

거리에서, 시장에서 주민들의 손을 잡으면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의 무거움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유승민 페이스북 2월1일)

유 의원은 지난해 국회법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충돌'한 이후 결국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사퇴 기자회견에서 유 의원은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에는 헌법 1조2항을 언급한 것.

헌법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현역의원이 유승민 의원처럼 예비후보 등록을 하는 건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현역 국회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한다는 건 현역만이 할 수 있는 각종 정책토론회를 비롯한 당원단합대회 개최, 지역행사 축사 등의 특혜를 포기한다는 의미다. 유 전 원내대표 측은 “진박(眞朴) 예비후보들과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단호한 의지 ”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2월2일)

현역 의원들은 원외 인사들과 달리 굳이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아도 충분히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그 때문에 통상적으론 공천이 확정된 뒤 후보로 등록한다. 따라서 유 의원처럼 인지도 높은 현역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당내 경선전에서 진박 후보와 제대로 겨뤄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조선일보 2월2일)

이 지역에는 '진박'으로 불리는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예비후보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조선일보는 31일 "이른바 '진박(眞朴) 후보' 논란과 관련해 새누리당 친박(親朴)계 내에서 자성(自省)론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친박계 내에선 "현역 의원 교체의 필요성을 먼저 얘기하고 대체 후보들을 배치하는 전략을 썼어야 했는데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들을 먼저 지역에 배치하다 보니 "아무나 내리꽂으면 되는 줄 아느냐"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했고, 진박 후보들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 의원도 "진박 논란의 와중에 대구 지역 현역 의원들이 피해자로 인식되고, 대통령은 마치 가해자로 비치게 됐다"고 했다. (조선일보 1월31일)

최경환 의원은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대구에서 이른바 '진박 마케팅'은 초기 접근이 잘못됐다"며 "이 때문에 뜻하지 않게 조롱거리가 되고 구태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앞서 #2에서 본 것처럼, 그는 그런 비난 따위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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