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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후보 후원금 3분의1은 월스트리트에서 나온다

  • 허완
  • 입력 2016.02.02 05:30
ⓒAutoblog Quebec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받은 후원금의 3분의 1 이상이 '월스트리트'로 표현되는 금융계에서 나왔다.

공화당에서는 '큰손'의 후원금이 대체로 두 경선주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으로 양분돼 가는 경향이 나타났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이 1일(현지시간) 각당 경선주자들이 지난해 정치자금 후원단체인 슈퍼팩 등을 통해 모은 기부금 내역을 분석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비영리 정치자금 감시단체인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의 자료에 따르면 주요 후보의 슈퍼팩이 지금까지 모은 기부금 2억9천만 달러(약 3천487억 원) 중 3분의 1 이상은 금융계 거물에게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선거 때 금융계에서 받은 돈이 전체 기부금의 20%였던 것과 비교하면 월가 기부금의 비중이 급증한 것이다.

월가 기부금을 정당별로 보면 공화당이 12 대 1로 민주당을 압도했다.

2012년에 3 대 1의 비율로 공화당에 많이 몰렸던 것을 고려하면 월가의 공화당 편향이 심해진 것이다.

후보별로는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슈퍼팩은 지난해 하반기 기부금의 절반 이상을 월가로부터 받았다.

특히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싱어와 켄 그리핀이 작년 마지막 2개월 동안에 각각 250만 달러를 냈다. 또 다른 헤지펀드 매니저인 클리프 애스니스와 투자자인 메리 스펜서도 각각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지하는 슈퍼팩은 작년 하반기에 1천500만 달러 기부금 중 1천만 달러를 모리스 행크 그린버그로부터 받았다.

그린버그는 구제금융을 받기 이전에 AIG를 세계 최대 보험 그룹으로 만들어 놓은 금융계 거물이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헤지펀드 설립자인 로버트 머서로부터 1천100만 달러를, 사모펀드 설립자인 토비 누게바우어로부터 1천만 달러를 각각 받는 등 월가의 지원이 강하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하는 슈퍼팩 역시 작년 하반기에 모은 2천500만 달러 중 1천500만 달러가 월가에서 나왔다.

특히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가 700만 달러 이상을 냈다.

공화당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는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월가를 포함한 외부의 후원금이 400만 달러로 많지 않고,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도 슈퍼팩 의존도가 낮다.

한편, 이전 선거까지 슈퍼팩에 기부금을 많이 냈던 노동조합은 아직은 조심스러운 기부를 하고 있다. 슈퍼팩에 지금까지 모인 2억9천만 달러 중 노동조합이 낸 돈은 770만 달러에 불과했다.

NYT는 공화당 슈퍼팩의 중심축이었던 월가 기부자의 상당수가 "본선 경쟁력이 강하다"는 이유로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시 전 주지사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휘청이면, 기부자가 대거 루비오 의원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공화당 기부자의 또다른 한 축은 크루즈 의원 뒤에서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부유한 복음주의자, 자유주의적 기업인, 친(親) 이스라엘의 매파, 과거 대선후보에 반발해 이탈한 후원자 등 전통적 지지자가 아닌 그룹이다.

이 두 그룹은 서로 적대적이어서, 트럼프 후보에 맞서는 단일 대오 형성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슈퍼팩 후원금의 상당액은 광고를 통한 후보간 난타전에 사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루비오 후보의 슈퍼팩은 크리스 크리스티 후보와 크루즈 후보를 비난하는데 각각 320만 달러와 330만 달러를 지출했고, 부시 후보의 슈퍼팩은 루비오 후보를 공격하는데 150만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거액 후원금이 사실상 미트 롬니 후보에게 쏠렸던 2012년 대선 때는 볼수 없었던 풍경이라고 NYT는 전했다.

지금도 여전히 공화당의 '뭉칫돈'은 후보별 슈퍼팩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트럼프 후보의 승세가 초반 경선전에서 뚜렷해지더라도, 공화당 대선주자 지명전은 그대로 끝나지 않고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특히, 부시 후보의 슈퍼팩인 '라이트 투 라이즈'는 작년말 현재 5천900만 달러의 '실탄'을 보유하고 있어 화력을 당분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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