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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심'의 ‘미소녀 게임 소개'는 정말 ‘변태성 게임'의 문제점을 지적한 걸까?

  • 강병진
  • 입력 2016.02.01 12:05
  • 수정 2016.02.01 13:11

지난 1월, ‘국민일보’와‘중앙일보’, '일요신문'등은 남성잡지 ‘맥심’이 “소아성애를 부추기는” 게임을 소개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맥심’의 이영비 편집장은 ‘한국경제TV’를 통해 직접 “일부 온라인 매체의 왜곡 보도로 여론이 호도됐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같은 글은 '맥심 코리아'의 홈페이지에도 실렸다.)

“몇몇 기자가 문제로 지적한 맥심 2월호의 해당 내용은 '미소녀를 앞세운 변태성 게임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평하는 내용이다. 전문을 보면 "(저 게임은)어딘가 좀 이상하다, 인격이 쓰레기, 어이가 없다, 헛웃음이 나온다, 영 이상하다, 싸잡아 아청법 위반으로 넘기고 싶다, 개풀 뜯어 먹는 소리, 탈 인간적 변태, 양심 따위 팔아먹은 듯, 막장으로 치닫는다, 동심 파괴의 멘탈 붕괴" 등의 부정적 논평을 곁들이며, 해당 게임들에 대한 문제점을 명백히 짚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일보, 인사이트, 일요신문의 기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짤(사진)과, 앞뒤 문맥을 잘라내고 왜곡 편집된 인터넷 게시글을 바탕으로, '맥심이 이번엔 소아성애를 조장하고 있다'는 식의 무책임한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그래서 실제 문맥을 찾아봤다. 이 꼭지의 전체 제목은 ‘미소녀는 미소년데...’이고 밑에는 “예쁘다. 사랑스럽다. 그런데 어딘가 좀 이상한 것 같다.”란 전문이 달려있다. 꼭지에서 소개된 “이상한” 미소녀 게임은 총 5개.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된 게임은 아래의 2개다.

‘티칭 필링’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상냥하게 대하면 실비는 점점 당신을 따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훈훈하고 찡한 분위기의 힐링 게임인 양 위장하는 것도 게임 초반뿐, 후반으로 갈수록 막장으로 치닫는다. 플레이어에게 마음을 연 실비가 19금 육탄 공격을 펼치기 시작하거든. 정신 차리고 보면 눈알에 하트가 박힌 채 야시시한 표정을 짓는 실비가 있다. ...중략... 어린 시절 사랑을 담아 키운 햄스터가 교미하는 장면을 봤을 때의 멘탈 붕괴 수준이랄까... 내 순수함 돌려줘! 엉엉...”

‘판시아’

“어째 고양이의 모습이 영 이상하다. 아무리 봐도 고양이 귀와 발. 꼬리를 달고 있는(게다가 발가벗기까지 한) 어린아이기 때문. 얘를 가리키며 ‘새끼 고양이’라 뻔뻔하게 지칭하는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을 모두 싸잡아 아청법 위반으로 넘기고 싶을 지경이다. 게다가 자라면서 점점 두 발로 걷는다! 고양이가 이족보행이라니 개풀 뜯어 먹는 소리를.... 여기에 벌거벗은 채 기어다니는 꼬마 아이를 고양이 대하듯 쓰다듬을 수 있게 만든 게임 제작사의 탈인간적 변태력이 감탄을 자아낸다. 자기들도 심했다 싶었는지. 고양이(의 탈을 쓴 아이)가 성장하면 옷을 입도록 설정해뒀다. 양심 따위 팔아먹은 것처럼 굴더니 왜 중요한 순간에 신사인척 하냐!”

‘맥심’은 “부정적 논평”을 곁들여 “해당 게임들에 대한 문제점을 명백히 짚어내려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사이트'의 보도에 따르면, '맥심 법무팀 관계자'는 "몇 문장이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이상한 게임이니 하지 말자'는 뉘양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논평 또한 글의 문맥에 따라 ‘유머’가 될 수 있다.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등 여러 분야의 기사에서 유머를 첨가하는 ‘맥심’의 어투상 이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또한 그동안 맥심을 자주 읽어온 독자들에게 이러한 어투는 맥심의 성격을 드러내는 하나의 약속된 기호에 가깝다.

하지만 ‘유머’로 희석된 ‘부정적인 논평’이 실제 글의 문맥에서 “문제점을 명백히” 짚어내고 드러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미소녀를 앞세운 게임들의 변태성”과 “햄스터의 교미 장면”이 주는 멘탈 붕괴의 수준이 정말 비교 대상일까? (이건 그냥 유머러스한 문장이다.) “게임 제작사의 탈인간적인 변태력”을 지적하면서 “감탄을 자아낸다”라는 반어법이 더해진다면, 이 문맥을 읽는 사람들은 이 게임들을 심각한 문제적 게임으로 받아들일까? 이러한 어투가 그동안 ‘맥심’을 읽어온 독자들에게는 읽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일지 모른다. 하지만 ‘맥심’을 읽어오지 않은 이들에게는 “부정적인 논평”을 가장한 ‘게임 소개’로 읽힐 가능성이 클 수 밖에 없다. “양심 따위 팔아먹은 게임”이라고 지적하면서 “왜 중요한 순간에 신사인척 하냐!”라고 생각하는 걸 어떤 심리로 받아들여야 할까? ‘이 게임을 만든 자는 나쁘다. 하지만 보여줄려면 끝까지 보여줘야지!”라는 입장으로 읽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맥심’은 종종 전 세계에서 벌어진 희한하고 신기한 인물이나 사건, 물건들을 소개해왔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보고된 전염병의 세계를 정리한 ‘전염병 상식백과’, ‘X치려고 샀다가 후회할 에로 게임 모음’, ‘본의 아니게 개 음탕한 이름의 여섯 도시’, 최악의 고통을 선사하는 독침 벌레 TOP 5 등등, 그리고 그렇게 다른 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희한한 이야기들이 ‘맥심’을 읽는 이유 중 하나였다. 2016년 2월호의 “어딘가 이상한” 미소녀 게임들도 이러한 맥락에서 소개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즉, 관련 논란에 대해 ‘이상한 게임’들을 소개하려고 했을 뿐, ‘소아성애’를 부추기려 한 건 아니다’라고 하는 건 가능해도, “부정적인 논평을 통해 이런 게임을 하지 말자고 하려했다”는 설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맥심’이 이상한((‘소아성애’를 부추길 수 있을 만큼 이상한) 게임들을 소개한 건 맞다. ‘부정적인 논평’을 곁들이기는 했지만, 그리 부정적으로 읽히지는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재밌게 읽혔고, 또 누군가에게는 불쾌하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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