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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책 전문가를 키우자

언론에 조망되는 존재는 국회의원이지만 실제로 이면에서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사람은 보좌진이다. 막상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국회의원보다 훨씬 해박하며 나름의 설득력 있는 해법까지 품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정치권의 차세대 주역으로 성장하기란 도무지 쉽지 않다. 이런저런 정치적 알력에 목소리를 내기 힘든 을(乙)의 입지 때문이다.

  • 홍형진
  • 입력 2016.02.01 06:04
  • 수정 2017.02.01 14:12
ⓒ연합뉴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며 각 정당의 '인재영입'이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러나 나로서는 근래 들어 그 양상이 너무 근시안적이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든다. 법률 제정이라는 국회 본연의 업무에 전문성이 없는 이를 단지 포장지가 좋다는 이유로 영입하는 행태가 잦기 때문이다. 직업이나 SNS 등을 통해 연출된 이미지에 근거해 영입한 인사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나 포장지는 어디까지나 포장지일 뿐 알맹이는 실제로 뜯어봐야만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포장지와 알맹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그리 드물지 않음을 익히 경험으로 알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영입한 아무개 씨가 겨우 3일 만에 탈당하지 않았던가. 실제 살아온 궤적이 대외에 연출된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는 폭로가 줄을 이으면서.

그렇다면 법률 제정이라는 직무에 전문성을 가지면서 알맹이도 일정 수준 이상 검증된 사람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국회'다. 300명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약 2600명의 보좌진 말이다. 그들은 입법과 관련한 실무를 담당해온 전문가인 동시에 국회와 정당에서 다양한 경로로 역량, 가치관, 인품 등을 검증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구조를 갖춰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치꾼'이 아니라 '정책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언론에 조망되는 존재는 국회의원이지만 실제로 이면에서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사람은 보좌진이다. 막상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국회의원보다 훨씬 해박하며 나름의 설득력 있는 해법까지 품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정치권의 차세대 주역으로 성장하기란 도무지 쉽지 않다. 이런저런 정치적 알력에 목소리를 내기 힘든 을(乙)의 입지 때문이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국회의원 개인의 의사에 따라 채용되고 해고되는 비정규직이다. 정치에 뜻을 품은 이들이 국회의 문을 두드린 후 실력으로 생존해야 하는 세계다. 역량을 인정받은 이들은 선거철을 전후해 스카우트 물망에 오르기도 하지만 그 경우에도 비정규직 신분은 변함없다. 직업 안정성이 낮고 업무와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가 크기에 좋은 평판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건 효율적이지 않다. 차라리 국가, 정당 차원에서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정책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편이 한결 바람직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좌진의 역량을 키우고 인품을 검증하며 '정치꾼'이 아닌 '정책 전문가'로 양성해나가자는 뜻이다. 현 19대 국회에는 보좌관 출신의 국회의원이 20여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도 채 안되는 비중인데 이를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이는 청년이 정치의 한 축으로 포섭되는 마땅한 경로이기도 하다. 청년 정치인을 표방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상당한 엘리트이거나 이색적인 경력으로 점철된 경우가 대다수다. 양쪽 모두 지금 청년의 보편적인 애환과 거리가 있고 입법에 대한 별다른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끽해야 선거철의 얼굴마담 노릇만 할 뿐이다. 그러나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아래부터 착실히 밟아온 청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들은 보편적인 청년의 삶과 한결 교점이 많을 뿐 아니라 관련 직무에 충분한 전문성도 갖고 있다.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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