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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에 '콘돔 풍선'으로 항의한 이집트 코미디언의 한 마디(동영상)

'이집트 청년들이 경찰에게 콘돔 풍선을 드립니다. 이집트 만세!'

시민혁명 5주년을 맞은 이집트에서 군부정권 회귀와 공권력 남용에 항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풍자 영상이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영상 제작자들은 형사처벌 위기에 놓였다고 AP통신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 시민혁명 5주년 기념일이자 경찰의 날인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 영상은 콘돔으로 만든 풍선을 경찰에게 나눠주는 내용으로 돼 있다.

약 2분 길이의 영상에는 두 20대 남성이 콘돔에 풍선처럼 바람을 불어넣고는 그 위에 '이집트 젊은이들이 경찰에게' 등과 같은 아랍어 문구를 적는 모습이 나온다.

뒤이어 압델 파타 엘시시 정권 지지자를 가장해 '민주화 성지'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으로 나간 청년들은 현장을 경비하고 있는 경찰관들에게 접근, 이렇게 만든 콘돔 풍선을 선사한다.

풍선의 정체를 알아차린 경찰이 실소하는 모습과 두 청년이 이집트 국기를 흔들며 '이집트 만세' 등을 외치는 장면 등이 영상의 나머지 부분을 채운다.

영상에 등장하는 청년들은 배우인 아흐메드 말렉코미디언이자 TV 풍자 프로그램 리포터인 샤디 후세인 아부자이드다.

이들은 5년 전 혁명으로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철권통치가 무너진 이집트에 또다시 군부정권이 들어서면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고, 사법당국의 공권력 남용이 비일비재한 현 상황을 풍자하고자 해당 영상을 만들었다.

현지시간으로 25일 오전 둘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이 영상은 하루 만에 160만 뷰를 기록하고 4만여건의 '좋아요'를 받는 등 인터넷을 달궜다.

하지만 이들은 동시에 '너무 지나치다', '3만7천 경찰을 적으로 돌렸다'와 같은 비난과 항의도 받았다.

AP통신은 이집트 검찰이 경찰 모욕 혐의로 두 청년을 고발한 사건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들이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최소 징역 6개월과 1만 이집트파운드(약 15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고 전했다.

두 청년 가운데 배우인 말렉은 배우협회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고 AP는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말렉은 "경찰 등 이 영상으로 모욕감을 느낀 이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이 모든 상황은 우리 세대가 최근 줄어든 언론의 자유로 좌절감을 느끼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말했다.

아부자이드 역시 페이스북에 "농담인데 왜들 그렇게 열을 내나"라며 "이 장난이 아무리 심해도 2011년 이후 내가 직접 목격한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집트에서는 2011년 1월25일 타흐리르 광장에서 처음 일어난 민주화 시위를 계기로 무바라크 정권이 퇴진했으나 정국 혼란과 쿠데타가 이어졌다.

이후 쿠데타를 이끈 군부 실세 출신 엘시시 대통령 정권이 들어서면서 반정부 세력 탄압, 고문, 임의 체포 등 공권력 남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 NYT는 카이로 인근에 사는 26세 영업 직원 이슬람 칼릴 씨가 지난해 여름 갑자기 당국에 붙잡혀가 고문 등을 당한 뒤 4개월만에 발견된 사례를 소개하면서 엘시시 정권 아래 이 같은 '강제 실종'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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