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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사는 중독이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 김도훈
  • 입력 2016.01.28 12:05
  • 수정 2016.01.28 12:06

마약 중독의 원인은 무엇인가? 캐나다의 한 의사는 문제는 마약 자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가보르 마테 박사는 연구와 뱅쿠버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북 아메리카에서 마약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 중 하나인 빈민 지역)의 피해 감소 클리닉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중독 행동의 뿌리는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믿는다.

“모든 중독이 학대나 트라우마에 기반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모든 중독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통스러운 경험이 있다고 믿는다.” 마테는 2010년의 베스트셀러 ‘굶주린 유령들의 왕국에서: 중독과의 조우’에 이렇게 적었다. “모든 중독 행동의 중심에는 상처가 있다. 노름꾼, 인터넷 중독자, 강박적으로 쇼핑하는 사람, 워커홀릭에게 상처가 있다. 상처가 깊지 않을 수 있고, 고통이 극심하지 않을 수 있으며, 완전히 숨겨져 있을지 몰라도 상처는 존재한다.”

의학계에서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경험이 인생 전체의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마테의 연구를 비판한 사람 중 최소 한 명은 어린 시절의 상처에만 집중하는 것이 너무 제한적이며, ‘중독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 실행 가능한 시각’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약물 남용의 위험 사이의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는 아주 많다. 그러나 중독에는 중독 가족사. 정신 질환, 습관성 약품 사용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건강과 질병에 대해 심신 접근을 주장해 온 마테는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아야와스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야와스카는 아마존 우림의 나무 껍질로 만든 환각 작용이 있는 음료로, 초기 연구에 의하면 중독,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 잠재력이 있다고 한다. 아야와스카가 규제 약물이기 때문에, 캐나다 보건부는 마테에게 중독자 치료에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미국 등의 다른 국가들은 관찰 연구에서 아야와스카의 영향을 계속 관찰하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고무적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허핑턴포스트는 마테를 만나 트라우마에 기반한 중독의 이해와 치료에 대한 그의 접근 방법, 아야와스카 등의 환각제를 치료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그의 낙관적 견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은 중독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중독은 뇌, 몸, 감정, 심리학, 사회적 관계가 모두 관련되는 복잡한 과정이다. 중독의 표현은 사람이 무엇인가를 갈구하며 그것에서 일시적 쾌락이나 위안을 얻지만, 그에 따른 부정적 결과로 고통 받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둘 수 없는 모든 행동이다.

중독은 약물 – 알코올, 담배, 헤로인, 코카인 – 과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섹스, 도박, 먹기, 쇼핑, 일, 익스트림 스포츠, 관계, 인터넷 등에도 중독될 수 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그러니 중독은 행동 그 자체보다는 그것이 일시적 위안이나 쾌감을 주는가?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두기 어려운가? 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중독이다.

그렇다면 헤로인이나 코카인 같은 것조차도 본질적으로 중독성은 아니라는 뜻인가?

나는 약물 그 자체는 중독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행동의 타겟이 있는지, 개인의 취약성이 어떤지에 달려 있다. 그러니 진정한 물음은 무엇이 취약성을 만드는가? 이다.

당신이 보기에 개인을 중독에 취약하게 만드는 사회적 혹은 환경적 요인은 무엇인가?

모든 중독의 핵심에 있는 한 가지 요인은 트라우마다. 내가 말하는 트라우마는 어린 시절의 감정적 상실이고, 심각한 중독자의 경우에는 – 대규모 샘플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는데 – 가족 폭력, 가족 내 중독, 성적/감정적/육체적 학대, 정신 질환을 앓거나 감옥에 있는 부모 등의 중요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경험은 후에 중독의 위험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운다는 게 밝혀져 있다. 힘든 경험들의 세트가 완성되는 것이다.

힘든 경험의 다른 세트도 있는데, 구분하기 조금 더 어렵다. 이것은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다. 어린이는 감정적 발달, 두뇌 발달을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있다. 인간의 뇌는 환경의 영향 아래 발달한다. 잠재력은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어떤 유전자가 꺼지고 켜지는지는 환경에 크게 의존한다. 그래서 예를 들어, 중독의 경우, 두뇌의 보상 회로가 손상되어 있다 … 사람의 뇌 회로는 화학 물질인 도파민, 보상과 동기부여의 감각을 주는 것과 연관되어 있는데, 중독자의 경우 이것이 잘 발달되지 못했다. 이 회로는 발달 과정에서 환경의 지원이 필요하고, 부모나 돌보는 사람과의 서로 반응하는 관계가 환경의 필수적인 질을 결정한다.

그래서 부모가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는 가정, 아이와 감정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는 가정에서는 민감한 어린이의 경우 두뇌 발달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이 다른 곳에서 보상을 찾게 된다. 모든 중독과 중독 행동의 중심을 들여다 보면, 한 가지 의도적인 목적이 있다. 고통을 달래거나, 고통 혹은 스트레스에서 탈출하거나 이다. 중독의 심리학적 측면은 고통이나 스트레스에서 탈출하려는 것이고, 대뇌생리학적 측면은 두뇌 보상 회로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것이다. 양쪽 모두 어린 시절의 영향이 있다.

그렇다면 당신이 보기에 중독은 질병인가, 대응기제인가?

그건 복잡한 질문이다. 중독은 질병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생리학적 두뇌 회로 장애가 있는가? 그렇다. 병적인 영향을 낳는가? 그렇다. 재발이라는 특성을 갖는가?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질병일 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좁은 의학 모델로 축소시킬 수 없다.

나는 심지어 암, 천식, 자기 면역 질환도 이와 같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우리가 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평생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의 종료 지점에 불과하다. 그때 의학 체계가 개입해 병이라고 진단을 내린다. 하지만 그건 어디서 온 것인가? 그걸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평생을 보아야 한다. 나는 그걸 병이라고 부르지 않고, 병의 특징을 지닌 과정이라고 부른다. 그걸 병이라는 면에서 이야기하는 게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중독을 육체의 병이라고 볼 때, 우리는 그 개인이 살아온 경험은 인지하지 않는다. 행동은 증상에 불과할 뿐, 핵심은 아니다.

중독자의 인생 경험과 과거의 트라우마 경험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이는 최근 주목 받는 중독 치료법은 아야와스카 등 환각 물질을 사용하는 심리 치료이다. 아야와스카를 사용해 중독자들을 치료해 본 당신의 경험은 어땠는가?

나는 아야와스카를 이용해 중독자를 임상 치료해 보았다.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결과는 유망한 것 이상이었다. 알코올 중독, 섹스 중독, 담배 중독, 코카인 중독을 치료해냈다.

나는 국제적 증거와 내 개인의 임상 경험에 기반하여, 우리가 트라우마를 의식하는 치료를 할 수 있다면, 좋은 지원과 능숙한 심리 치료가 가능한 안전한 환경에서 환각제를 사용하면 성공 확률이 크게 늘어날 거라고 확신한다.

그 이유는 환각제가 뇌에 작용하는 방식 때문이다. 환각 경험을 주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뇌를 경험하는 방식 등, 스스로를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거나 새로운 방식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작성된 환각제를 사용한 심리 치료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주 유망하다. 왜 중독 치료에 환각제를 사용하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린 것인가? 우리가 그런 약물을 전통적 의미에서의 ‘마약’이라고 보기 때문인가?

환각제들은 특히 60년대에 많이 사용되었지만 그 전에도 도피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MDMA나 LSD를 복용하고 환각 상태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그게 나쁜 거라고 생각해 왔다. 맥락, 의도, 지도가 큰 영향이 있다. 똑같은 약물도 다른 맥락, 다른 의도를 가지고 지도를 받아서 하면 아주 다를 수 있다.

[남미 일부 문화권에서 전통적으로 치료 목적으로 사용해왔던 것과 비교했을 때] 북미의 경험을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환각제를 나쁜 것으로 생각한다는 건 놀랍지 않다. 다들 그런 생각을 극복하고 현실 전체를 보아야 한다. 환각제가 마약으로 사용되어 왔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여러 문화권에서처럼 정반대의 목적으로 환각제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현실 도피용이 아니라 현실에 더 단단히 발을 디디기 위해서 쓸 수도 있다.

당신이 아야와스카를 사용하는 중독 회복 치료를 이끌 때는 어때 보였는가?

나는 샤먼이 아니기 때문에 아야와스카 의식을 이끌지는 않는다. 목적을 설정하고 사람들에게 미리 설명을 해주고, 그 이후의 경험을 처리하고 통합해주는 게 내 역할이다. 서구의 정신역학과 샤먼적 영적 시술을 합치면 아주 훌륭한 조합이 된다. 안타깝게도 그런 맥락 없이 아야와스카를 경험한 사람들이 많은데, 맥락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아주 혼란스럽고 불편할 수도 있다.

당신과 일했던 사람들은 아야와스카 경험이 어땠다고 묘사하는가?

환각제 경험은 반드시 즐거운 일은 아니다. 큰 고통과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람들은 공포, 두려움, 감정적 고통, 혼란을 심하게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의 인생에 늘 있어왔지만 다양한 행동과 충동에 가려져 있었던 감정들이다. 숨어 있던 것들을 환각제가 다 끄집어 낸다. 환각제 psychedelic 는 ‘마음을 드러낸다 mind-manifesting’는 뜻이다. 당신 마음 속에 있었던, 당신은 있는 줄도 몰랐던 것들을 환각제가 드러낸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 낼 수도 있다. 정확한 기억일 때도 있고, 꿈을 꾸는 것 같을 때도 있다. 감정이 먼저 찾아오고, 마음이 그 감정을 둘러싼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 감정은 만들어 내는 게 아니지만, 자세한 내용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성인으로서 안전하고 연민이 있는 상황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평생 품고 다니면서도 의식하지 못했던 고통을 경험하고, 그 결과 그 고통을 방출할 수 있다.

아야와스카를 복용한 사람들은 마치 일주일 동안 10년치 심리치료를 받은 것 같다고들 말한다.

환각제에 기반한 심리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치료를 받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존스 홉킨스 등에서 인생 말기의 불안에 실로시빈을 처방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인데, 아주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 퇴역 군인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지닌 사람들에게 MDMA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연구 결과도 긍정적이다. 우리는 라틴 아메리카의 연구들을 통해 중독 치료에 있어 아야와스카의 가치를 알고 있으며, 아편제 중독에는 이보가인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이러한 약물들의 의학적 효과를 인정하지 않고 불법으로 규정하는 체제의 제한이 있는데도 이토록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의학, 정신 의학, 연구계에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서 기쁘다.

우리는 진전하고 있으며, 특히 현재 의학 체계에서 중독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 성취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가 심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건 정말 멋진 일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핵심적 트라우마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트라우마를 다루는 방법이 있는가? 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Why This Doctor Believes Addictions Start In Childhood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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