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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생물 이야기] 꼬리가 길어서 슬픈 환도상어

환도상어는 꼬리 때문에 멋지게 보이고 유명해지기도 했지만, 수난을 겪는 요인이기도 하다. 상어 중에서 육질의 맛이 가장 뛰어나다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도 샥스핀의 재료가 되는 지느러미가 길다 보니 어부들의 최고의 어획 목표물이었다. 1980년대에 유자망 어업에 의해 남획되기 시작하면서 인도양, 대서양의 경우 90%이상 감소하였고, 그 결과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에 오르게 되었다. 매년 1백만 마리씩 죽임을 당했다니, 거의 종족 말살에 가까운 남획이 아닐 수 없다.

  • 장재연
  • 입력 2016.01.29 10:30
  • 수정 2017.01.29 14:12

바다생물 이야기 15. 꼬리가 길어서 슬픈 환도상어 (Thresher Shark)

바다의 황태자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를 꼽으라고 하면 물론 상어가 첫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상어도 약 5백여 종이나 되다 보니, 크기나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그중에서 가장 멋진 상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내 경우는 단연 환도상어다. 환도상어는 꼬리가 유난히 길어서 몸 전체 길이의 절반이 넘는다. 몸통 길이도 작은 종이 3m, 큰 종은 6m나 되기 때문에 사람으로 치자면 키도 크고 다리도 긴 셈이다. 쭉 빠진 몸매와 움직임이 환상적이어서 첫눈에 반했었다.

환도상어 Ⓒ장재연

특징적인 긴 꼬리가 환도(還刀, 둥근 칼) 같다고 해서 환도상어, 서양에서는 곡식의 낟알을 털어낼 때 쓰는 타작기(thresher) 같다고 해서 쓰레셔 샤크(Thresher Shark)라고 불린다. 다른 상어들과 달리 눈망울이 검고 큼지막한 것이 천진난만한 인상이고, 피부는 비단결처럼 곱다. 바다생물 세계의 가장 강력한 파워 집단인 상어들 중에서 가장 귀티나면서도 선량하게 보인다. 바다왕국의 황태자를 정한다면 환도상어가 딱 제격이라는 생각이다.

환도상어의 꼬리는 단순히 멋으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휘둘러서 먹잇감을 일차 타격하는데도 사용한다고 한다. 환도상어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면, 선입관인지 모르겠지만 긴 꼬리를 이용해서 다른 상어보다 헤엄도 더 잘 치고 방향전환도 더 신속하게 잘하는 것 같다. 환도상어는 물 표면 밖으로 튀어 오르기도 한다는데, 긴 꼬리의 강력한 추진력 덕분에 가능한 것 아닐까 싶다.

꼬리의 힘이 느껴지는 환도상어 Ⓒ장재연

환도상어 만나기

환도상어의 개체수가 급감해서 보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장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다. 대표적인 곳이 필리핀의 말라파스쿠아인데, 세부의 막탄 공항에서 북쪽으로 3시간을 달려가서 다시 배로 30여분 가야 하는 아주 작은 섬이다. 환도상어는 이른 아침에 클리닝스테이션에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보기 위해서는 새벽 일찍 일어나 출발해야 한다. 짙은 어둠 속에 배를 타고 이동할 때면, 마치 템플스테이 가서 새벽 예불하러 가는 느낌이 든다.

수심 20-25미터에 있는 클리닝스테이션에서 참선하는 것처럼 무릎 꿇고 조용히 기다리면, 저 멀리 심해로부터 환도상어가 올라와 주변을 천천히 유영한다. 환도상어들이 이 섬을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가까이 접근 하려는 행동이나 조명을 사용한 사진촬영 등이 모두 금지되어 있다. 더구나 이 황태자는 매우 조심스러워 사람들에게 가까이 오지 않기 때문에, 설사 나타나도 먼발치에서 보는 정도여서 좀처럼 화질 좋은 사진을 얻기 힘들다.

멀리서 희미하게 지나가는 환도상어 Ⓒ장재연

그런데 한번은 환도상어가 저 멀리서 나타나더니 내 쪽으로 다가와 바로 눈앞을, 그것도 서서히 스쳐 지나갔다. 환도상어와 생생하게 눈을 맞추던 그 때의 짜릿한 흥분과 기쁨을 잊을 수가 없다. 아주 근접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수중 25미터에서의 희미한 새벽 자연광만으로도 상당히 선명한 사진을 얻는 행운까지 덤으로 얻었다.

환도상어를 목격한 행운의 다이버, 다른 다이버들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장재연

생물종의 멸종과 미식가들의 욕망, 어느 것을 막아야 할까

환도상어는 꼬리 때문에 멋지게 보이고 유명해지기도 했지만, 수난을 겪는 요인이기도 하다. 상어 중에서 육질의 맛이 가장 뛰어나다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도 샥스핀의 재료가 되는 지느러미가 길다 보니 어부들의 최고의 어획 목표물이었다. 1980년대에 유자망 어업에 의해 남획되기 시작하면서 인도양, 대서양의 경우 90%이상 감소하였고, 그 결과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에 오르게 되었다. 매년 1백만 마리씩 죽임을 당했다니, 거의 종족 말살에 가까운 남획이 아닐 수 없다. 사슴을 보고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라고 노래한 시인이 있었는데, 환도상어는 '꼬리가 길어서 슬픈 바다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샥스핀이 인간에게 꼭 필요한 양식도 아니고, 일반 서민들은 평생 구경 한번 못하기도 하는 음식이다. 단지 일부 돈 많은 미식가들의 입맛을 위해서 상어들이 살육당하고 있는 것이다. 듣기 좋은 이름으로 미식가들이지, 가장 탐욕스럽고 잔인한 인간들이 그들일지 모른다. 미식가들의 입맛을 위해 수많은 생물들이 멸종위기에 빠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미식가들의 입맛을 위해 이렇게 귀한 바다생물을 종족 말살까지 해야 하는가 Ⓒ장재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국제협약도 이미 있고, 우리나라도 야생 동식물보호법도 있지만 아직도 그 적용은 매우 느슨하다. 샥스핀의 수입과 보호종 상어의 어획을 전면적으로 중단시켜야 마땅하다. 동시에 외국에서 벌어진 샥스핀 추방운동처럼 멸종위기종을 재료로 하는 음식을 거부하는 사회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이미 뉴욕을 비롯한 미국 각지 그리고 홍콩에서도 샥스핀을 추방 운동이 강력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급 호텔이나 중식당에서 아직도 샥스핀 요리를 파는 곳이 많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비싸다고 동남아 국가에 가서 샥스핀을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잘 몰라서 하는 행동이겠지만 외국까지 가서 국제적 망신거리 짓을 한 것이고, 간접적으로 상어의 불법 어획을 부추기는 행동이다. 앞으로는 동남아 국가로 출국하는 여행객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추한 행동 중 하나로 홍보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희귀한 것 먹고 싶은 것이 무슨 죄냐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생물종을 멸종위기로까지 몰아넣는 것은 누가 봐도 야만스러운 짓이다. 동물의 생명과 권리가 보호, 보장되는 사회는 동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런 사회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히 인권이 강력하게 보호, 보장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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