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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할아버지들이 폐지 주워 모은 돈으로 중학생들에게 '교복'을 사준 이유(사진)

"지난해 중학교에 들어가는 손자한테 교복을 사주려고 교복 가게에 갔는데, 헌 교복을 사주려는 부모하고 새 교복을 사달라고 우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너무 마음이 아팠어."

서울 구로구 덕의경로당의 한상진(72) 회장은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폐품을 모아 저소득층 중학생에게 교복을 선물하는 행사를 열게 된 계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한 회장의 주도로 덕의경로당 어르신들은 작년부터 1년간 동네 곳곳의 폐품을 수집해 교복비 120만원을 마련했다.

한상진(72) 회장

교복을 선물할 저소득층 학생 6명은 인근 세곡초등학교와 덕의초등학교에서 추천했다.

학생들은 이날 오전 11시 덕의경로당에서 장학금을 20만원씩 받고, 어르신들과 점심도 함께할 예정이다.

덕의경로당 어르신들의 선행은 이전부터 동네에서 유명하다. 2013년 겨울부터 방학마다 부모들이 일을 나가 돌봄이 부족한 가정의 학생 20명을 모아 한자와 서예를 가르치고 점심까지 제공해왔다.

여기에 수반되는 운영비는 어르신들이 모은 폐품비와 자비로 충당했다. 어르신들은 아이들에게 책이라도 하나 더 읽히고 간식이라도 하나 더 먹이고자 춥거나 덥거나 폐품을 찾아나섰다.

한 회장은 고령에 폐품 수집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남이라고 생각하면 힘들어서 못한다. 다들 내 손자라고 생각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고 더 즐겁게 하게 된다"고 답했다.

경로당의 선행 소문에 요새는 지역사회 여러 곳에서 쌀과 빵, 과일, 책을 간간이 보내오기도 한다.

한 회장이 이렇듯 동네 어려운 학생들을 눈여겨보게 된 것은 가족들이 모두 교육에 종사해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회장은 물론 형제, 자녀들이 모두 대학 또는 중·고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가족들도 한 회장이 주도하는 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한 회장은 "집 앞에 매일 폐지와 박스가 잔뜩 쌓여 있다"고 웃었다.

한 회장은 "노인들은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보낸다는 지역사회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걸 안다. 우리도 변해야 한다"며 "노인은 돌봐야 한다는 이미지를 깨고, 지역 발전과 나눔에 일조하는 당당한 일원임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갈 곳 없는 노인들이 시간을 때우려고 머무는 경로당이 아닌 어려운 아이들을 보듬고 생산적인 일을 하는 곳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부모의 빈 자리를 느끼는 아이들을 내 손자처럼 돌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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