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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학을 위해 말벌에 쏘였다

  • 김병철
  • 입력 2016.01.26 16:45
  • 수정 2016.01.26 16:49
ⓒgettyimagesbank

40년 전부터(사실은 내가 5살 때부터) 나는 쏘아서 고통을 유발할 수 있는 곤충들의 능력에 매료되어 왔다. 대학원에서는 곤충들이 왜 쏘는지, 그리고 그런 작은 짐승이 쏘는 것이 왜 그리 아픈지에 관심이 생겼다.

이런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먼저 고통을 측정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곤충 고통 등급을 만들었다. 이 등급은 80개 이상의 곤충 집단에 약 1천 번 정도 쏘여 본 경험과 여러 동료들의 경험을 참조한 것이다.

곤충은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기회를 늘리기 위해 쏜다. 쏨으로써 자신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먹이를 더 많이 얻고, 영역을 늘리며, 군집 내에서 사교를 더 원활히 할 수 있다. 쏘는 곤충을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왜 쏘는가?

쏘는 곤충들이 ‘쏠 수 있으니까 쏜다’라고 말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곤충들이 애초에 왜 진화를 통해 침을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뭔가 쓸모가 있지 않았다면 진화를 통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혹은 원래 침이 있었더라도 자연 선택에 의해 진작 사라졌을 것이다.

침의 용도는 크게 두 가지다. 먹이를 얻기, 그리고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는 것을 피하기. 애벌레에 침을 쏘아 마비시킨 뒤 새끼들의 먹이로 만드는 기생 말벌, 잡기 힘든 곤충을 쏘아 진압하는 불독개미가 먹이를 얻기 위해 침을 쓰는 사례다.

더 중요한 것은 침은 큰 포식자를 방어하는 데 있어 큰 돌파구가 된다. 당신이 보통 크기의 곤충인데, 당신보다 몸집이 백만 배 더 큰 포식자가 당신을 공격한다고 상상해 보라. 당신이 무얼 할 수 있겠는가?

꿀벌들은 꿀을 좋아하는 곰들 때문에 이런 문제를 겪는다. 물고 할퀴고 차도 소용이 없다. 그렇지만 고통스러운 독침은 효과가 있다.

그러니 쏘는 곤충들은 작은 크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은 셈이다. 침은 말하자면 곤충의 총이다. 공격자와 피해자 사이의 크기 차이를 상쇄해 준다.

곤충 침 고통 지수

그래서 곤충 침 고통 지수를 만들었다. 수치화해서 비교하고 분석하기 전에는, 침 관찰은 그저 일화와 이야기들에 지나지 않는다. 수치가 있으면 여러 곤충들의 침이 주는 고통을 비교하고 가설을 시험할 수 있다.

1단계: 불개미, 꼬마꽃벌

“가볍고 오래 가지 않는다. 작디작은 불꽃이 팔의 털 하나를 태운 정도.”

- 저스틴 슈미트 박사, 꼬마꽃벌에 대해

2단계: 꿀벌, 잭 점퍼 개미

“오븐에서 쿠키를 꺼내는데, 장갑에 구멍이 나 있었다.”

- 저스틴 슈미트 박사, 잭 점퍼 개미에 대해

3단계: 노란 말벌, 플로리다 수확 개미

“강하고 오래 간다. 전기 드릴을 써서 살 속으로 파고든 발톱을 꺼내는 듯.”

- 저스틴 슈미트 박사, 플로리다 수확 개미에 대해

4단계: 총알개미, 타란툴라 호크 말벌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충격적이다. 목욕하고 있는 욕조에 전원을 켠 헤어 드라이어를 넣은 듯하다.”

- 저스틴 슈미트 박사, 타란툴라 호크 말벌에 대해

한 가지 가설은 고통스러운 침은 작은 곤충들이 큰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포식자들로부터 자신과 새끼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고통이 클수록 방어력도 더 강해진다.

방어력이 더 커지면 곤충들은 무리를 이루고 개미, 사회적 말벌과 벌들에게서 관찰할 수 있듯 복잡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 고통이 심할수록 사회는 더 커질 수 있다. 그리고 큰 사회는 단독 개체나 작은 사회는 누릴 수 없는 장점을 갖는다.

인간과 곤충 사회

인간 사회는 개인들이 남들보다 더 잘 하는 특정 일에 특화할 수 있게 해준다. 인간 전문가의 예로는 배관공, 셰프, 의사, 농부, 교사, 변호사, 군인, 럭비 선수, 심지어 정치인(미심쩍게 여겨지는 직업이긴 하지만, 사회가 기능하려면 필요하다) 등이 있다.

사회적인 곤충들의 사회에서도 전문가가 있다. 먹이를 찾고, 새끼들을 돌보고, 군락을 방어하고, 번식하고, 심지어 시체를 치우는 장의사 노릇도 한다. 사회의 또 다른 장점은 여럿이 힘을 합쳐 큰 먹이를 잡고, 군락을 함께 지키고, 어려운 일을 할 때 서로 돕는다는 것이다.

사회에는 보다 미묘한 장점도 있다. 사회는 종 안에서 개체간의 분쟁을 줄인다. 사회적 집단으로 살지 않는 개체들은 만났을 때 싸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단체 생활을 하려면 분쟁은 줄어들어야 한다.

서열을 정해 분쟁을 줄이는 사회적 동물들이 많다. 서열이 높은 개체가 사라졌을 때 거친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인간 사회에서도 서열을 통해 분쟁을 줄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법, 법을 강제하는 경찰, 가십과 협동적 행동을 심어주는 사교적 가르침이다. 곤충 사회에서는 서열과 페로몬을 통해 분쟁을 줄인다. 페로몬은 개체와 사회 안에서의 개체의 자리를 알려주는 화학적 냄새다.

우리는 왜 고통을 사랑하는가?

곤충 침 고통 지수는 인간의 심리학과 감정을 들여다 보는 창이 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 인간은 쏘는 곤충을 무척 좋아한다. 우리는 쏘인 이야기, 아슬아슬하게 쏘일 뻔한 이야기, 쏘는 곤충에 대한 공포를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

표범, 곰, 뱀, 거미, 쏘는 짐승 등, 우리는 유전적으로 우리를 공격하는 동물에 대한 공포를 타고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포가 없는 사람은 공포를 느끼는 사람에 비해 먹히거나 독으로 죽을 확률이 더 높고, 그래서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쏘는 곤충은 고통을 주기 때문에 우리에게 공포를 유발한다. 그리고 고통이란 우리의 몸이 몸에 피해가 일어나고 있다, 일어났다, 일어날 것이다 라고 알려주는 방식이다. 피해는 나쁘고, 우리의 생명과 생식 능력을 해친다.

즉 우리의 감정적 공포와 고통스러운 쏘는 곤충에 대한 매료는 우리의 장기적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우리는 담배, 설탕이 많이 든 살찌는 음식에 대한 감정적 공포는 별로 없다. 고통을 주는 쏘는 곤충들보다는 그런 것들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데 말이다. 이런 것들에 대한 공포는 우리 유전자 속에 없다.

곤충 침 고통 지수는 그저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물론 재미는 있다). 이 지수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우리가 어떻게 진화해서 지금 모습이 되었는지, 우리가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보여준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에 게재된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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