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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70년만에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출간했다. 괜찮을까?

  • 김도훈
  • 입력 2016.01.23 11:41
  • 수정 2016.01.23 11:42

홀로코스트로 가는 길을 닦았던, 아돌프 히틀러의 증오로 가득한 장광설 ‘나의 투쟁’이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독일에서 출간되었다.

이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분명 논란이 많은 일이다. 1945년 연합군이 나치 독일을 꺾은 뒤, ‘나의 투쟁’의 저작권을 얻게 된 바이에른 주정부는 즉시 독일 내 출간을 금했다. 그러나 2016년 1월 1일은 저자인 히틀러의 사망 해부터 70년이 지난 해다. 바이에른 법에 따라 저작권이 소멸되고 금지가 풀린다. 저작권 소멸을 앞두고 독일에서는 ‘나의 투쟁’의 국내 출간 허가를 놓고 몇 년 동안이나 논쟁이 일었다.

2012년에 정부는 보다 명확한 역사적, 학술적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주석이 달린 ‘나의 투쟁’을 2016년에 출간하기 위한 펀딩을 허가했다. 불만이 일어 그 결정은 2013년에 뒤집어졌다. 2014년에 정부는 다시 한 번 결정을 뒤집어 재정 지원 없이 학술판 출간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당시 바이에른 문화부의 루드비히 스파엔레는 이 프로젝트는 ‘과학의 자유’를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독일 내 유대인 중앙 위원회도 이 프로젝트를 지지했다.

원칙적으로는 1월 1일 이후로는 누구나 독일에서 ‘나의 투쟁’을 출간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독일 뮌헨의 현대사 연구소(IFZ)가 내는 주석본은 혹시 나올지 모를 극우 네오 나치 판본을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무려 2천 페이지에 달하는 IFZ 판본은 두 권으로 나뉜 수천 개의 주석을 포함하고 있다. 정가는 59유로다.

IFZ의 안드레아스 비어슁은 비판본은 유용한 연구 자료일 뿐 아니라 공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도이체 벨레 인터뷰에서 그는 ‘나의 투쟁’을 주석없이 출간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IFZ는 ‘나의 투쟁’ 출간을 통해 ‘히틀러의 선동적 담론을 끊어내고, 절반만 진실인 그의 말들, 도발적 발언과 새빨간 거짓말의 실체를 드러내’려고 한다.

“히틀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관심을 가져봤자 소용없을 것이다.” 비어슁의 말이다. 어느 정도 자전적인 이 책은 히틀러가 바이에른에서 수감 중이던 1923년에 썼는데, 1925년에 출간되어 수백만의 지지자를 얻었으나 평은 형편없었다(‘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현학적인 척한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독일인들에게 있어 이 책은 지금도 파괴적인 과거의 심볼이며, 이 출간에 따른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21세기인 지금, ‘나의 투쟁’은 극단주의를 주의해야 한다는 충고의 이야기인가? 혹은 인종차별 이데올로기를 공급하는 위험한 책인가?

작년 가을 YouGov 설문조사에서는 의견이 거의 정확히 반으로 나뉘었다. 독일인 51%는 독일 국내에서 출간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일부 사서들도 대중이 읽기에는 너무 위험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유대인 커뮤니티 지도자들도 의견이 서로 달랐다. 샬롯테 크노블로흐 전직 대통령이 AFP에 자신은 출간을 반대한다고 말하자, 독일 내 유대인 중앙 위원회 요세프 슈스터 회장은 주석 달린 판본 출간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건 판도라의 상자다. 독자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물론 이런 생각들을 퍼뜨리는 건 우익 군벌과 이슬람주의자들에게 이득이 된다.” 크노블로흐의 말이다.

독일 교사 협회 요세프 클라우스 회장은 도이체 벨레 인터뷰에서 크노블로흐의 발언을 언급했으나, ‘나의 투쟁’을 출간해야 할 뿐 아니라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클라우스의 믿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물론 주의가 따라야 한다고는 했다.

“침묵을 지키거나 그 책을 아예 금지하는 게 훨씬 더 위험하다.” 클라우스의 말이다. 그는 역사 수업에서 히틀러의 책에서 일부를 인용해 가르치면 젊은이들이 극단주의에 대한 ‘면역’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바라고 있다.

물론 ‘나의 투쟁’을 구하기는 언제나 쉬웠다.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구글 검색만 해도 ‘나의 투쟁’이 있는 사이트들을 금세 찾을 수 있다. 히틀러의 이 두서없는 책은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등 몇 개 국가를 제외하고는 어디서나 출간하고 판매할 수 있는데, 독일 저작권 소멸 때문에 다른 국가들에서 금서 규정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출간되는 곳에서는 꾸준히 팔린다. 캐비닛 지는 2003년에 이 책의 영어판이 매년 2만권 정도 팔리는 것으로 추정했다. 과거에 터키인도에서 저렴한 문고판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것은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널리 퍼져 있다는 걸 보여준다.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사서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은 2014년에 기록적으로 많이 팔렸다.

그렇지만 이렇게 증오가 가득한 책에서 누가 어떤 이득을 보는가 하는 문제는 오래 전부터 골칫거리였다. 미국에서는 1979년부터 호튼 미플린이 출간하고 있는데, 2000년에 출판사가 수십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이 알려지자 대중적 비난이 일었다. 호튼 미플린은 수익 전부를 익명의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에서도 랜덤 하우스가 1970년대 중반부터 2001년까지 ‘나의 투쟁’의 인세를 기부했다. 2001년에 자선 단체의 정체가 밝혀지자, 그 단체는 곧 기부금을 반환했다. 독일 내 저작권이 2015년과 함께 사라지면, 독일에서 이 책을 내고 싶어하는 출판사들도 이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2016년, 그리고 그 이후에 독일인들이 ‘나의 투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 교육적 자료로 생각하는지, 유독한 증오로 보는지 – 는 아직도 히틀러의 그림자에서 빠져 나오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독일의 국가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After 70 Years, Germany Is Printing 'Mein Kampf.' Should I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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