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미국 대선 공화당 유력 후보가 자격 미달인 이유

엘호지는 미국 헌법을 지목하면서 테드 크루즈의 대통령 자격 미달에 대해 열거했다. 즉, 크루즈는 natural-born citizen이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는 naturalized U.S. citizen, 즉 미국 귀화시민으로서 natural-born이라는 쟁점에 대해 특히 관심이 높은데, 고등학교 사회 과목에서 배우기론 natural-born은 미국 본토 및 영토에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배웠다.

  • 김태성
  • 입력 2016.01.22 05:35
  • 수정 2017.01.22 14:12
ⓒDarren McCollester via Getty Images

하버드 법대 교수인 아이너 엘호지(Einer Elhauge)가 왜 공화당 대선 후보 테드 크루즈가 대통령 자격이 미달인지를 미국의 진보 매체 중에 하나인 살롱(Salon)에 오늘 게재했다. 일부에선 대선 캠페인의 스포트라이트를 장악해 오던 도널드 트럼프보다 현재 아이오와 주 경선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크루즈야말로 극치의 이념가이자 위험한 "선동가"라고 말하는데, 엘호지가 크루즈의 포부에 찬물을 끼얹은 이유는 다른데 있다.

현재 미국 정치 형국은 이렇다. 민주당은 전 대통령인 남편의 이름과 기존 민주당 실세들의 지지를 업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과 사회민주주의자라고 자칭하는 버니 샌더스(샌더스가 정확이 누군지 궁금하다면 여기를)가 대선에 나섰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선 도널드 트럼프, 테드 크루즈, 마코 루비오, 젭 부시, 벤 칼슨, 존 캐시치 등이 남아있다.

그런데 엘호지는 미국 헌법을 지목하면서 테드 크루즈의 대통령 자격 미달에 대해 열거했다. 즉, 크루즈는 natural-born citizen이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는 naturalized U.S. citizen, 즉 미국 귀화시민으로서 natural-born이라는 쟁점에 대해 특히 관심이 높은데, 고등학교 사회 과목에서 배우기론 natural-born은 미국 본토 및 영토에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 사실을 깨닫고 혼자 "제기럴" 했던 기억이 있다. 또 둘째 딸이 미국시민으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아무리 능력이 되도 미국 대통령은 불가능하다는 농담을 아내와 한 기억도 난다.

사실 미국에서 대통령 자격 조건에 대한 논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대선 당시부터 돌던 이야기인데, 재밌는 것은 2012년에 다름 아닌 바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나온 오바마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걸고 넘어졌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것은 사기라고 주장했고 그런 억측을 믿고자 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 억지가 발전되어 birther movement라는 이름까지 얻게 되었다.

일찍 어머니를 잃고 조부모 아래서 자란 오바마. 출생 시 어머니는 미국인이었지만 아버지는 케냐인이었다. 그런데 극우 티파티의 주장은 그가 미국인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케냐에서 태어났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natural-born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 미달이라는 거였다. 등쌀에 못이긴 오바마가 마침내는 공식 하와이 출생신고를 제시했지만 귀에 이미 딱지가 붙은 극우파들은 믿으려 들지 않았다. 사실 2008년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매케인에 대한 대통령 자격 미달 언급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파나마 미군 기지는 미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되기 때문에 기지에서 출생한 그는 대통령 후보로 문제가 안된다는 의장 결의안까지 나왔었다.

그럼 대선을 앞 둔 공화당의 크루즈와 트럼프는 어떤가?

크루즈는 1970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쿠바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슬하에서 태어났다. 따라서 미국인으로 태어났지만 적어도 필자가 배운 대로라면 "미국 본토 및 영토(대사관, 영사관, 기지 등을 포함한)"에서 태어난 natural-born 시민이 아니다. 엘호지 교수도 같은 주장이다. 또 엘호지만 크루즈의 자격을 질문하는 하버드 교수가 아니다. 그의 동료 로렌스 트라이브 교수도 크루즈의 자격 조건에 대해 아직 "흐릿하고 결정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명확한 법적 해석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뿐이 아니다. 델라웨어의 와이드너 법대 교수인 매리 브리짓 맥매내몬 교수도 크루즈의 자격 미달을 지적했다. 아무튼 오바마의 출생을 문제 시 했던 당대의 선동자 트럼프는 근래까지만 해도 크루즈와 신사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크루즈가 아이오와에서 그를 추월하기 시작하자 다시 한 번 birther movement에 의지하여 이번엔 공화당 라이벌에 대한 대통령 자격을 의문했고 그 이후로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럼 이런 논란의 주동인 트럼프는 아무 문제가 없는가?

트럼프는 미국 본토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아버지는 미국인이었지만 어머니는 스코틀랜드에서 이민 온 영주권자였다. 그래도 트럼프의 대선 자격에는 아무 하자가 없다. 정작 코너에 몰린 크루즈는 지난 주 공화당 경선 토론에서 아무도 문제시하지 않는 사항까지 엮어서 쟁점을 흐리려는 노력을 했다. "Birther 논리에 의하면 대통령 자격이 되려면 출생 시 양 부모가 미국인이어야 하는데... 그런 맥락이라면 트럼프도 자격 미달이다"라며 오히려 격분했는데 자기에게 겨냥된 화살을 눈가림으로 피해보려는 의지로밖에 안 보였다.

크루즈가 대선 후보 명단에서 사라져 준다면 이 사안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그가 경선에 성공한다면 또 하나의 장벽, 즉, 법적 장벽을 다시 넘어야 할 수도 있다.

이 글은 koryopost.wordpress.com에 포스트 된 글입니다. Terence Kim(김태성)의 글은 여기서 더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테드 크루즈 #김태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버니 샌더스 #힐러리 클린턴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