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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의 국제 정세에 대한 무지와 지나친 손익계산이 '쯔위 사태'를 키웠다

  • 김도훈
  • 입력 2016.01.19 09:26
  • 수정 2016.01.19 09:27
ⓒJYP

“쯔위는 아무것도 몰라요.” 지난해 문화방송 1인 방송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의 인터넷 팬 사이트인 ‘마리텔 갤러리’를 도배했던 글의 내용이다. 애초 트와이스 멤버 쯔위의 한 팬이 쯔위의 마리텔 출연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마리텔 제작진의 주의를 끌기 위해 별 뜻 없이 올린 글이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쯔위 사태와 관련해 쯔위의 처지를 미리 예고한 내용처럼 들린다.

이 글의 효과일까, 결국 쯔위는 지난해 11월22일 <마리텔>에 출연할 수 있었다(방송은 11월28일). 그 뒤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쯔위는 <마리텔>에서 청천백일기를 흔들었다가 중국에서 비난을 받고, 공식 사과해야 했으며, 이는 다시 쯔위의 고국 대만에서 거센 역풍을 불렀다.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 8일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출신 가수인 황안이 “쯔위는 대만독립분자”라고 웨이보에서 비난하면서부터다. 중국 네티즌들과 관영 매체들이 달려들었고, 쯔위 소속사인 ‘제이와이피’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결국 15일 박진영 제이와이피 대표와 쯔위는 사과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박 대표는 “쯔위의 부모님을 대신하여 잘 가르치지 못한 잘못이 크다”고 공식 성명서를 냈고, 동영상에서 초췌한 얼굴의 쯔위는 “대만과 중국은 한 몸”이라며 “반성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제이와이피의 대응은 두가지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먼저 ‘무지’이다. 대만 출신을 중국에서 활동하게 하면서도, 중국과 대만 사이 분단과 정서적 대립의 역사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유승준을 시작으로 한국은 ‘미국 동포’들에게 끊임없이 “당신의 나라는 어디냐”고 물었다. 일본에서 주로 활동했던 한 걸그룹은 2013년 컴백 기자회견장에서 “독도에 관한 입장을 밝히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가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런데 반대로 많은 아시아 멤버들이 케이팝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그들의 나라’가 처한 상황과 정서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다.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는 지난해 11월 쯔위를 소개하면서 ‘대만’이라 쓰고는 타이(태국) 국기를 표시했다. 이번 <마리텔>방송에서도 쯔위는 제작진이 별 생각 없이 갖다준 국기를 흔들었을 뿐이다. 이동연 문화평론가는 “이번 사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들의 무지의 소산”이라며 “인종·민족·냉전 상황이 얽힌 중화권 사정에 대해 기획사가 전혀 학습이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와이피의 대처는 ‘사려깊음’과도 거리가 멀었다. 중국 시장이 중요했을 제이와이피는 “쯔위 직접 사과”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쯔위는 방송 제작진이 시키는 대로 자기 나라 국기를 흔들었을 뿐인데도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대만 사람들은 10대인 쯔위가 왜곡된 비난 앞에서 강요된 사과를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이와이피는 쯔위를 사과로 내몰기에 앞서 그와 대만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섬세하게 사태를 풀어나갈 방안을 찾을 수는 없었던 것일까. ‘인간에 대한 예의’가 손익 계산에 앞섰어야 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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