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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19일 06시 08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19일 14시 12분 KST

따듯한 자본주의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경제학

기업이 간혹 공공성을 추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이를 크게 자랑합니다. 이를 두고, "따듯한 자본주의" 또는 "자본주의 4.0" 시대라 부르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사회적 책임 활동을 펼치는 것은 우리가 지닌 알량한 공공성을 이용해서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뻔히 알지만, 속아 주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일까요. 이렇게 의심하지만, 진라면을 사왔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것투성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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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식회사 오뚜기는 배달, 시식사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했습니다. 많은 개념 소비자들이 이제 "라면은 진라면만 먹겠다"며 착한 기업을 칭찬했습니다. 그러나 시사인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해프닝 성격이 짙다고 합니다. 다른 경쟁 기업들도 모두 대부분의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시식사원의 경험과 전문 역량이 중요한 업계의 특성상, 정규직 채용이 기업에게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2013년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사회책임경영 우수기업 중에 삼성전자를 선정했습니다. 삼성전자의 홍보에 따르면, 약 5000억 원 규모의 사회공헌비용을 집행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임직원 중 87%가 기부를 하여, 200억 원 이상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기도 했고, 79% 임직원이 봉사활동을 펼쳤다고 자랑했습니다.

삼성은 직원들을 "또 하나의 가족"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노조를 탄압하고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해 무책임한 대응을 보였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위해 애쓰는 기업이 왜 노조와 직업병의 문제에는 무책임한 것입니까.

사회적 책임이라는 마케팅

기업의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이란 노동자, 소비자, 지역사회같이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의사결정 및 활동입니다. 예를 들면, 친환경 경영, 윤리경영, 사회공헌 등입니다.

자유시장의 전도사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역할을 이윤극대화에 국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업은 주주의 소유이고, 주주의 이익을 봉사하기 위해서 존재할 뿐입니다. 노동자, 소비자, 지역사회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수단으로서는 정당화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윤극대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면 허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차를 팔기 위해 미녀를 차 앞에 세워두는 것과 같다면, 괜찮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도 말했습니다. "만약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내세우는 경영자가 있다면, 해고하라."

프리드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마케팅이어야만 한다고 규범적 주장을 펼쳤습니다. 많은 이론적, 실증적 연구들은 실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환경상품, 공정무역 같은 활동은 가격차별 및 상품 차별화 전략의 하나입니다. 가격차별은 환경 및 사회적 인식이 높은 소비자들에게 높은 가격을 받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상품 차별화는 다른 일반제품과의 경쟁을 줄여 이윤을 증가시키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책임과 무책임 동전의 양면

런던정경대 마가렛 올미스톤과 캘리포니아 주립대 엘라니 왕은 포츈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무책임 사이의 관계를 살펴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사회적 책임에 투자를 많이 했던 기업들이 나중에는 무책임한 행동을 한다는 결과를 보여 주었습니다. 이들의 설명은 도덕적 허가 효과 (moral licensing effect) 입니다. 과거 선행이나 도덕적 행동을 하면, 도덕성에 대한 자기 이미지(self-image)가 강해집니다. 그러나 긍정적 자기 이미지는 자기 정당화의 방편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미 착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 정도 나쁜 일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심리입니다. 삼성의 이중성도 경영진의 도덕적 허가 효과에서 비롯되었을까요.

에너지 회사였던 엔론은 사회적 책임 및 기부의 대명사였습니다. 인권, 환경, 안전 및 보건 등의 이슈에 책임을 다할 것을 서약하였고, 매년 관련 활동을 소개하는 보고서를 발간하였습니다. 각종 시민단체와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건실한 회사로 알려졌으나, 실상 안은 곪아 있었습니다.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각종 유령회사를 세워 부채를 은폐하는 회계 부정을 저질렀습니다. 결국 2001년 파산했습니다.

영국의 석유업체 BP의 대표였던 토니 헤이워드는 BP의 안전 기준은 동종 업체에서 최고라고 자랑을 했습니다. 실제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다양한 노력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2010년 경영진은 중요한 안전 요소를 무시하였고, 미국 맥시코만에서 딥워터 허라이즌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5개월 동안 대량의 원유가 유출된 사고였습니다.

소비자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토론토 로트만 경영대의 마자르와 총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친환경 녹색제품과 일반제품 사이에서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컴퓨터 키보드를 이용한 간단한 작업을 합니다. 작업의 성과에 따라 상금을 받습니다. 이 때, 본인이 직접 돈봉투에서 상금을 꺼내 가질 수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돈을 훔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실험의 결과에 따르면, 친환경 녹색제품을 구매한 이들이 더 많은 돈을 꺼내 갖습니다.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기업

조금 순진한 이들은 자신의 도덕성을 자신합니다. 지나치게 순진한 이들은 기업의 도덕성을 신뢰합니다. 도덕적 인간들이 투자하고, 도덕적 인간들이 경영하며, 도덕적 인간들이 노동한다 하여도, 기업은 비도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책에서 제시한 통찰은 경제학적입니다. 권한과 책임이 분산되면, 공공성은 무임승차 문제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이 간혹 공공성을 추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이를 크게 자랑합니다. 이를 두고, "따듯한 자본주의" 또는 "자본주의 4.0" 시대라 부르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사회적 책임 활동을 펼치는 것은 우리가 지닌 알량한 공공성을 이용해서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뻔히 알지만, 속아 주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일까요. 이렇게 의심하지만, 진라면을 사왔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것투성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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