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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유명인에게 기자들은 정말 '김치를 좋아하냐'고 물어볼까?

  • 강병진
  • 입력 2016.01.18 13:00
  • 수정 2016.01.28 02:47

1월 16일, ‘대만 총통 선거’ 결과 제1야당 차이잉원이 당선됐다. 이미 2일이 지났지만, 지금 트위터에서는 1월 16일 당일, 투표장으로 가던 차이잉원을 취재한 한국 기자의 기사 하나가 화제에 올랐다. ‘연합뉴스’가 1월 16일 ‘<르포> 벌써 총통 대접받는 차이잉원 "승리 자신”’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던 기사다. 내용 가운데 화제가 된 부분은 바로 아래와 같다.

교실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차이 후보는 "안녕하세요"라고 한 기자의 한국말 인사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드라마와 한국 음식을 좋아하느냐"는 기자의 푸퉁화(普通話) 질문에도 고개를 끄덕인 차이 후보는 "김치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하오츠(好吃·맛있어요)"라고 답했다.

‘김치를 좋아하냐?’ 혹은 ‘김치를 먹어봤냐?’란 질문은 그동안 한국을 방문한 외국배우나 가수, 그 외 유명인들과의 인터뷰에서 종종 등장해왔다. 하지만 이 내용이 화제가 된 건, ‘왜 지금까지도 김치에 대해서 묻는가?’란 불만 때문이다. 지난해 5월, 가수 에릭남이 ‘SNL코리아’를 통해서 만난 배우 클로이 모레츠와 함께 진행한 콩트에서도 이러한 관성적인 질문에 대한 패러디가 등장했다. 당시 에릭남은 클로이 모레츠에게 “두유 노 김치? 두유 노 강남스타일? 두유 노 싸이?”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이것은 한국에서는 어딜 가나 물어보는 거니까, 꼭 알아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말 기자들은 외국 유명인에게 “두유 노 김치?”혹은 “두 유 라이크 김치?”라고 물어보는 걸까?

과거 기사를 찾아보면 기자회견에서 정말 이렇게 물어보는 경우는 매우 드문 듯 보인다. 다만, 외국 유명인들을 향한 질문 중에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로는 다음과 같은 게 있었다.

“좋아하는 한국음식이 있다면?”

이게 아니면,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게 있다면?”

이다. 그리고 이 질문을 들은 외국 유명인들은 대부분 ‘김치’와 ‘불고기’를 이야기했다.

지난 2014년 8월, 영화 ‘닌자터틀’로 한국을 방문한 배우 메간 폭스는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제가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 근처 한인 타운에서 많이 먹고 있는데요. 특별히 지금 감기에 걸렸기 때문에 김치와 곰탕을 많이 먹고 있습니다 네 김치를 사랑하고요. 고추장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 ‘스타뉴스’

지난 2009년에 내한했던 배우 소피마르소는 이렇게 말했다.

“김치와 비빔밥을 정말 좋아해요.” -OSEN

2013년 한국을 방문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다르지는 않았다.

"LA의 한국 동네에서 자랐고, 한국 친구들도 많아요. 불고기와 김치도 좋아하지요." - '노컷뉴스'

한국계 미국인이 아내인 니콜라스 케이지도 김치를 좋아한다.

“한국 음식을 먹기 전에는 야채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 김치는 내 영혼과 정신에 좋은 음식이죠.” - '연합뉴스'

한국을 찾은 외국인의 기자회견에서 ‘김치’가 빠지지 않는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아보인다. 한국인들은 그에게 ‘한국에 대해 당신이 무엇을 알고 있느냐’라고 묻기 위해 ‘좋아하는 한국음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이때 자신의 영화나 작품, 공연을 홍보하러 온 그들은 비호감으로 비춰지지 않기 위해 가장 대표적이고, 또 무난한 답변인 ‘김치’를 이야기한다. 실제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어쨌든 '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 질문을 던지는 이도 당연히 '김치'가 나올 걸 알고 있다. 그러니 설마하는 마음에 다른 음식을 말하겠지 싶어서 ‘좋아하는 한국음식’을 물어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도 무리는 아닐 거다. 한국에 와서 기자회견을 갖는 외국 배우들과 그외 유명인은 모두 '김치'를 좋아한(다고 말한)다고 말이다.

단, 아래와 같은 상황은 사정이 다르다. 배우 양조위는 김치에 ‘사랑’의 의미를 더했다. 이 인터뷰에서 그가 받은 질문은 ‘당신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였다. 양조위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음식인 김치에요. 김치처럼 처음에는 짜릿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편안함을 느끼니까요.” - '뉴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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