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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결정적인 문제점

한식에서 첫 번째로 주목할 것이 쌀밥이다. 어린 날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이야기가 바로 밥이 보약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비타민, 무기질, 불포화 지방, 단백질과 섬유소, 파이토케미컬 등 곡물의 풍부한 영양분은 66% 정도가 씨눈에, 29%가 속껍질에 있다. 따라서 도정을 거친 백미에는 이러한 영양분들이 불과 5% 정도만 남게 되고 칼로리를 담당하는 탄수화물 성분만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결국 껍질을 벗겨낸 정제된 백미를 먹으면 영양소는 적고 칼로리만 있는 음식인 가공식품을 먹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

  • 강승완
  • 입력 2016.01.19 05:15
  • 수정 2017.01.19 14:12

식습관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서구화된 식생활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국민소득증가와 함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외식과 가공식품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렇다면 전통 한식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일까?

한식에서 첫 번째로 주목할 것이 쌀밥이다. 어린 날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이야기가 바로 밥이 보약이라는 소리다. 식사를 제때 챙기라는 말이 김이 모락 피어오르는 흰쌀밥으로 잘못 연결되어 탄수화물을 맹신하는 식문화가 뿌리 깊게 박히고 말았다.

한식에서 현대질병을 부추기는 요소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처음이 바로 탄수화물 과잉이다. 흰쌀밥은 대표적인 정제 탄수화물이다. 정제 탄수화물이란 인공적으로 합성하거나 도정이나 정제를 거친 곡류로 설탕, 흰밀가루, 백미가 대표적이다. 곡물을 도정할수록 껍질을 씹을 때 질감이 부드럽고 유통기간이 늘어난다. 그러나 부드러운 식감과 보관이 쉬워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도정 과정에서 배아와 겨, 속껍질 등이 제거된다.

그런데 비타민, 무기질, 불포화 지방, 단백질과 섬유소, 파이토케미컬 등 곡물의 풍부한 영양분은 66% 정도가 씨눈에, 29%가 속껍질에 있다. 따라서 도정을 거친 백미에는 이러한 영양분들이 불과 5% 정도만 남게 되고 칼로리를 담당하는 탄수화물 성분만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결국 껍질을 벗겨낸 정제된 백미를 먹으면 영양소는 적고 칼로리만 있는 음식인 가공식품을 먹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제된 탄수화물은 장내 유익균이 좋아하는 식이섬유가 제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장내 흡수 속도가 빨라 장기 섭취 시 장 속에 활성산소와 만성 염증을 유발하며, 탄수화물 중독, 비만 등의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한다.

광고에서 하얀 쌀밥에 갓 구운 햄 한 조각, 갓 지은 쌀밥에 빨간 김치 한 조각,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흰쌀밥에 간장게장을 보며 침을 꼴깍 삼키는 연륜이 되었다. 학습된 식문화의 단면이다. 엄청난 칼로리와 자극적인 양념 때문에 소화와 해독 과정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잘못된 흰쌀밥 사랑 다음으로 국물이 한식을 위험하게 한다. 나트륨 소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한 끼 식사에서 국물을 말끔하게 비우는 식습관을 고수하면 혈압이 높아질 염려가 크다. 국물 다음으로 얼큰하고 달콤한 갖은 양념 역시 문제다. 식재료의 식감을 알 수 없는 양념과 갈수록 심해지는 매운맛 경쟁은 소화기관에 문제를 일으킨다. 어떤 음식이든 지나치면 몸의 균형을 깨뜨리게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은 채소를 소금에 절여서 발효시켜서 먹는 독특한 음식 문화가 발달했다. 그런데 채소를 소금에 장기간 절여서 먹기 때문에 따라오는 문제가 있다. 소금에 절인 채소에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발효를 시키면 유산균처럼 우리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물질도 새로 형성이 되지만, 니트로사민N-nitrous compound과 같은 발암물질도 생긴다.

소금에 절인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 소금을 그만큼 더 많이 섭취하게 될 뿐 아니라 암을 유발할 수 도 있는 여러 가지 물질을 더 많이 섭취하게 된다. 특히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 분야가 위암과의 상관관계인데, 2003년 WHO는 그 동안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소금이나 소금에 절인 음식이 위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 후에도 소금에 절인 식품이 위암의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음식문화가 가장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 77,500명의 성인들을 11년 이상 추적 관찰한 2010년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소금에 절인 채소를 많이 섭취한 사람들의 위암 발생위험이 124% 증가한다고 밝혀졌다. 또 소금에 절인 생선알을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위암의 위험이 66% 증가할 뿐 아니라, 대장 직장암의 발생위험도 25% 증가했고, 뇌졸중의 발생위험도 14% 증가했으며, 소금에 절여서 말린 생선을 많이 섭취한 사람들도 대장 직장암의 발생위험이 40%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발표된 30편의 연구결과를 종합분석해서 하루에 소금 1g을 더 섭취하면 위암 발생 위험이 18% 더 증가한다고 밝힌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위암 발생의 가장 큰 위험인자는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세균 감염인데, 소금에 절인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감염위험도 증가하고,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이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위암의 발생위험이 13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문화는 자연환경은 물론 사회경제 요인, 교류 등의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그 형태가 진화한다.

우리에게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변화된 한식이 필요하다. 전통 한식을 현대 과학적 지식으로 재해석하고 상황에 맞게 개선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이 글은 <더비움>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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