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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정말 모르시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이 아는 것은 박정희에게서 배운 것이 전부라는 걸 모르시는 것 같다. 그건 19세기 환경에서나 쓸 수 있는 19세기식 방법이고, 지금은 21세기라는 걸 모르시는 것 같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박근혜를 통해 박정희를 본다'는 걸 모르시는 것 같다. 20년 뒤에는 박정희 '향수 세대'가 박정희 '혐오 세대'로 대체된다는 것을 모르시는 것 같다. 그게 박정희를 우리 역사에서 지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모르시는 것 같다.

  • 이동걸
  • 입력 2016.01.18 06:06
  • 수정 2017.01.18 14:12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3년이 지나도록 아직 국정이 무엇인지, 대통령이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모르시는 것 같다. 그것들을 여전히 모르신 채 2년 뒤 대통령직을 물러나실 게 확실하다. 본인은 아마도 모른다는 것조차 모른 채 말이다.

박 대통령은 왜 국가경제가 이 모양이 되었는지, 국가경제를 되살리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시는 것 같다. 젊은이들이 왜 힘들어하는지, 무엇이 우리 젊은이들을 포기하게 만드는지, 젊은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 모르시는 것 같다. 대다수 국민들이 왜 우리 사회가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시는 것 같다. 국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시는 것 같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제위기'라는 말을 서슴없이 쓰면서도 정작 심각한 경제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건 모르시는 것 같다.

가계부채 부담을 덜어주겠다던 약속, 5살까지 보육과 교육에 대해 '국가완전책임제'를 실현해 무상보육과 무상유아교육을 하겠다던 약속, 교육비 걱정 덜어주겠다던 약속, 이런 약속을 했었던 것을 박 대통령은 모르시는 것 같다. 그것이 자신의 대선공약 1, 2, 3호인 것도 모르시는 것 같다. 자기는 실천 못할 약속은 한 적이 없다고 했던 말, 모든 약속이 재정적으로 실행가능한지 한개 한개 모두 따져보고 또 따져봤다고 했던 말, 약속한 것은 정치생명을 걸고 지켰다고 했던 말, 이런 말을 본인의 입으로 했었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본인이 국정과 민생을 내팽개치고 정치만을 일삼고 있다는 것을 모르시는 것 같다. 본인의 정치와 정쟁은 국정이요 민생이라고 생각하시고, 야당과 '불순한' 국민의 국정과 민생 요구는 정치요 정쟁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진실은 그 반대라는 것을 모르시는 것 같다. 국민과의 약속을 가장 많이 어긴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모르시는 것 같다. 서민의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제1호라는 걸 모르시는 것 같다.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정치인 제1호가 정작 본인이라는 것도 모르시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니 걸어야 할 정치생명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자신이 약속한 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책임질 일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몰랐다고만 하면 면책된다고 하는 게 이 정부의 장기 아니던가. 대통령도 장관도 일만 터지면 몰랐다, 보고를 못 받았다고 했다. 책임을 지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에만 열심이다. 그 직위가 요구하는바 당연히 알고 있었어야 할 일, 그 직위에서 당연히 알 수 있었을 일을 모르고 있었다면 그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는데 왜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시는 것 같다.

"최고 수준의 동반자 관계" 운운하던 외교 성과가 속된 말로 '내수용 뻥'이고, 그러니 정작 일이 터지고 나면 중국도, 러시아도, 미국도 우리 편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시는 것 같다. 위안부 합의가 잘못됐다는 것도 모르시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이 아는 것은 박정희에게서 배운 것이 전부라는 걸 모르시는 것 같다. 그건 19세기 환경에서나 쓸 수 있는 19세기식 방법이고, 지금은 21세기라는 걸 모르시는 것 같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박근혜를 통해 박정희를 본다'는 걸 모르시는 것 같다. 20년 뒤에는 박정희 '향수 세대'가 박정희 '혐오 세대'로 대체된다는 것을 모르시는 것 같다. 그게 박정희를 우리 역사에서 지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모르시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의 지난 13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이 이 모든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대통령이 이런 걸 모두 모르시니 속된 말로 진짜 '답이 없다'. 해답은 간단·명료하다. 빼앗아야 더 줄 수 있다는 궤변을 멈추고 약자의 눈으로 문제를 보기만 하면 해답이 보인다. 착취적 경제를 상생하는 포용적 경제로 바꾸면 된다. 속절없이 2년을 더 기다려야 하나? 야당이 이 모양으로 지리멸렬하니 7년을 더 기다려야 할까 걱정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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