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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회 추억' : 당신이 꼭 읽어야 할 '신영복 문학'의 백미

  • 허완
  • 입력 2016.01.16 12:16
  • 수정 2016.01.16 12:23
ⓒ연합뉴스/도서출판 돌베개

15일 영면한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는 '시대의 지성'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혹시 그의 글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면, 그를 소주 '처음처럼' 글씨의 주인공으로만 알고 있었다면, 이걸 한 번 읽어보자.

그의 20년 수감생활의 고뇌가 담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개정판)에 담긴 '청구회 추억(바로가기)'이라는 글이다.

"나는 이 꼬마들의 무리에 끼어 오늘 하루를 지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속해 있던 문학회원들의 무리에서 이 꼬마들의 곁으로 걸음을 빨리 하였다.

나는 어린이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방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중요한 것은 '첫 대화'를 무사히 마치는 일이다.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서로의 거리를 때에 따라서는 몇 년씩이나 당겨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꼬마들에게 던지는 첫마디는 반드시 대답을 구하는, 그리고 대답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청구회 추억', 신영복)

'청구회 추억'은 그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되기 전 2~3년 동안 이어졌던 어떤 꼬마들과의 우연한 만남을 소재로 삼은 수필이다. 이 글은 일러스트와 영역 원고가 추가된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이 글은 "정교한 플롯으로 구성된 한 편의 단편소설과 같은 작품"이자 "다른 글에 비하여 더욱 성찰적이고 회고적이며, 절제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소개되곤 한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이 글을 "이른바 '신영복 문학'의 백미"로 꼽았고,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내 인생의 책'으로 꼽기도 했다.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그는 사형수 신분이었다. 죽음의 문턱에 선 20대 후반의 청년은 푸르렀던 어느 봄날 서오릉의 풍경과 "나의 기억 속에서 가장 밝은 진달래 꽃빛", 그리고 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을 떠올리며 이 글을 '휴지'에 적었다.

죽음을 앞둔 마지막에는 도대체 어떤 생각이 들까? 신영복은 지금 생각하면 의외지만, 혹시 돈 빌리고 안 갚은 것은 없는지, 약속해놓고 지키지 못한 것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아직 사형수였던 시절에 쓴 글에 ‘청구회 추억’이란 것이 있다. 감옥에서 휴지에 적어서 이제는 이름조차 가물거리는 헌병의 도움으로 집으로 전해진 이 글은, 신영복이 우연한 기회에 사귀어 지속적으로 만나게 된 당시 국민학생이던 꼬마 친구들을 위해서 쓴 것이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 장충체육관 앞에서 2년 넘게 만나던 꼬마 친구들은 왜 신영복이 갑자기 자기들 앞에 나타나지 않는지 모를 것이 아닌가? (한겨레21 제615호, 2006년 6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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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학 #신영복 #청구회 추억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