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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등산장비는 PFC-FREE일까요?

우선, 기능성 아웃도어 제품이 가벼운 산행을 할 때나 인근을 산책할 때도 반드시 필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구매결정을 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가 반드시 필요할 때는 PFC가 들어가지 않은 기능성 방수재질 원단을 찾아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고어텍스, 아마 많은 분들이 한 번쯤은 그 커다란 마크에 자석처럼 이끌려 고어텍스 소재로 만든 재킷이나 신발을 들었다 놨다 해보셨을 텐데요. 비싼 가격에도 불구, 고어텍스는 출시 후 약 40년 동안 고기능성 방수/방풍/투습 섬유의 기준처럼 인식되며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려왔습니다.

고어텍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가 유사 기술을 사용한 기능성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이제 고기능성 아웃도어 제품은 백화점의 아웃도어 의류 코너나 전문 아웃도어 매장뿐 아니라 대형 마트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기능성 아웃도어 제품의 높은 인기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알고 계신가요?

고기능성 아웃도어 제품의 불편한 진실

현재 아웃도어 시장에서 공급되는 방수/방풍/투습성 제품은 불소와 탄소의 강력한 결합으로 이루어진 인공화학물질 PFC(Perfluorinated Compounds: 과불과화합물)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PFC는 물과 기름에 저항성을 띄고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방수 등의 기능을 높이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프라이팬에 사용되는 테프론 코팅에 환경호르몬이 들어 있다는 사실, 들어본 적 있으시죠? 그 환경호르몬이 바로 기능성 아웃도어 제품에도 포함된 PFC입니다.

그런데 분해가 잘 안된다는 건 PFC가 자연과 인체 내에 아주 오래 남아있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부 PFC는 대기 중으로 흡수되어 떠돌다가 물과 음식을 통해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그 이동 가능 범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고산 청정지대는 물론이고 북극곰의 간에서까지 PFC가 발견된 바 있다니, 그 전파력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이해되시지요? (*PFC는 산업활동을 통해 인공적으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북극곰의 체내에서까지 검출되었다는 것은 그 만큼 먼 거리를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학자들은 인체로 흡수된 PFC가 생식기능을 저하시키고 암을 유발하며 호르몬 체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또한 잔류성이 강한 PFC가 자연 분해되기까지는 수백 년이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대부분의 고기능성 아웃도어 제품이 환경을 더럽히고 인체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말이죠!

일부 아웃도어 업체의 가짜 친환경 전략

최근 들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기업이 많아졌습니다. 업계를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많은 브랜드에서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아웃도어 산업도 이런 세계적인 트렌드를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여러 환경단체와 학계에서 PFC의 인체 및 환경 위험성에 대해 대대적인 경고를 시작하면서, 아웃도어 브랜드도 조금씩 이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수십 년 동안 PFC의 기능성을 통해 이윤을 얻어 온 아웃도어 업계가 PFC의 위험성을 투명하게 공개하거나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일부 브랜드들은 독성물질에 대한 경고에 반응하는 듯한 '친환경 컨셉'을 내세우면서, 사실상 공인되지 않은 정보를 기반으로 소비자를 속이는 이른바 가짜 친환경, '그린워싱(greenwashing)' 전략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고어텍스의 공식 사이트는 이렇게 홍보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를 다독이는 고어텍스의 말. 정말 고어텍스는 환경과 소비자를 존중하는 것일까요? 설마 PFOA를 퇴출했으니 이제 모든 제품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PFC는 탄소와 불소의 결합을 기본구조로 가진 화학물질인데요. 분자 당 탄소 개수에 따라 짧은 사슬 PFC 'C6'(6개 탄소 함유)과 긴 사슬 PFC 'C8'(8개 탄소 함유)로 나뉩니다. 쉽게 말해 PFC는 화학물질 한 집단의 이름이며, C6과 C8 각각에도 여러 종류의 PFC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어텍스를 포함, 많은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들이 이 중 짧은 사슬 PFC ‘C6’ 이 PFOA를 포함한 긴 사슬 PFC ‘C8’ 보다 무해하다고 주장하면서 사용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과 연구 결과들은 이에 반대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PFC로부터 아웃도어를 디톡스할 대안과 미래

아웃도어 업계는 어떤 PFC가 좋다, 나쁘다는 의미 없는 논쟁을 그만두고 이제 진정한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종류를 떠나 모든 종류 PFC의 사용을 전면 중단하는 것만이 진정한 대안입니다. 그렇다면 PFC 없이도 방수, 방유, 방풍 기능을 갖춘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대답은 네, 그렇습니다.

이미 시장에는 PFC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성 대체 원단이 나와 있으며, 유럽에서는 이미 gonso, didriksons, fjallraven, paramo, pure snow, Rotauf 를 포함한 소규모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PFC를 포함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출신 전문 등산가 데이비드 바치의 PFC-Free 세로토레 빙산 등반모습. 그의 이번 등반여정은 PFC가 없는 아웃도어 제품으로도 전문 등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러한 브랜드들은 아직 소수에 불과합니다. 특히 고어텍스의 인지도와 높은 인기에 힘입어 PFC를 함유한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가 평상복으로도 활용되는 한국에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친환경" 아웃도어 제품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소비자들이 PFC가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요구하고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친환경 대체 원단으로 관심을 옮긴다면, 국내 아웃도어 업계의 변화도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국내의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가짜 친환경 즉, 그린워싱(greenwashing) 전략을 넘어 진정한 친환경브랜드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관심과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우선, 기능성 아웃도어 제품이 가벼운 산행을 할 때나 인근을 산책할 때도 반드시 필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구매결정을 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가 반드시 필요할 때는 PFC가 들어가지 않은 기능성 방수재질 원단을 찾아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현재 PFC-Free 방수막으로 유통되고 있는 원단의 상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ecorepel® - Schoeller Technologies
Sympatex®
BIONIC-FINISH®ECO - Rudolf
Barrier Eco - HeiQ
Purtex®
Nikwax
Fibertec
Phobotex®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좋아하는 아웃도어 브랜드에 이러한 대체 원단의 사용을 요구해 주세요. 지금까지 전 세계 66,000여 명의 시민들께서 그린피스의 디톡스 아웃도어 성명서에 서명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노스페이스, 마무트, 블랙야크를 비롯한 대규모 아웃도어 브랜드는 소비자의 이러한 요구와 그린피스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아웃도어 업계에서 PFC를 퇴출시키기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더 큰 관심과 동참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삶의 터전으로부터 PFC를 완전히 퇴출시키는 그 날까지, 그린피스의 디톡스 아웃도어 캠페인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린피스의 디톡스 아웃도어 캠페인에 여러분도 동참해 주세요!

글: 하보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독성물질 제거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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