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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15일 10시 36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1월 15일 10시 39분 KST

경비·미화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휴식' 보장한 어느 아파트

한겨레

* 위 이미지는 자료 사진입니다.

최근 서울 강남의 은마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이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보를 받아 논란이 됐던 가운데, 경기도 성남시 서민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청소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고 휴식 시간도 늘리기로 한 결정한 사실이 대비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의 휴먼시아 섬마을 9단지 아파트 임차인대표회의는 지난 3일 주민들에게 ‘경비·미화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고 휴게시간을 늘리기로 한 회의 내용’을 공개했다.

회의록을 보면 “2016년 1월1일부터 법정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청소 및 경비용역비 인상을 의결한다”며 “경비원의 휴게시간을 주간 4시간, 야간 4.5시간으로 조정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런 결정에 대해 김대현(43) 임차인대표 회장은 1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의 부담은 1000원 미만가량 조금씩 늘게 됐지만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채택하게 된 방안”이라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편법을 써 경비원들의 임금을 줄이거나 해고하는 일이 많은데 적어도 우리 아파트는 그렇게는 하자 말자는 주민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경비나 청소일을 하시는 분들은 정년 퇴임하고 나이 드신 분들이 많다. 젊은 사람들도 2교대 일하기를 힘들어 하는데, 중간에 짧게라도 쉬는 시간을 드리는 게 맞다”며 “경비원분들도 집으로 돌아가면 한 사람의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인데, 갑과 을의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005가구가 모여 사는 이 아파트에는 경비 노동자 8명과 미화 노동자 9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100%가 적용된 경비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고 휴게시간 늘리기를 통해 임금을 동결하는 ‘꼼수’가 잇따랐던 데 반해, 이 아파트는 ‘협력’ 아래 지혜를 모았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의 휴먼시아 섬마을 9단지 아파트 임차인대표회의 회의록

김 회장은 “휴게 시간이 늘어나면 근무 공백이 생기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며 “관리사무소와 임차인대표들과 경비원들이 협력 방안을 모았는데, 야간 시간 업무 공백은 관리소 직원분들이 수고를 해주겠다고 했다”고 밝다.

이에 대해 한 경비 노동자는 “주민들이 먼저 경비원들의 근무 환경을 고려하고 배려를 해줘서 신경을 더 쓰게 되고 책임감도 더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입주민 정인열씨는 “눈 오면 경비원분들이 눈을 치우거나, 분리수거를 돕고 택배까지 받아주시는 등 업무가 참 많은데, 쉬는 시간을 보장해드려도 제대로 쉴 수 있을지 염려도 된다”고 했다. 이어 “경비원분들을 고용해서 쓰는 사람이 아니라 아버지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드리는 게 아깝지 않다”며 “임금인상률은 소폭이지만, 적어도 갑질하듯 경비원분들을 해고하는 일이 없어서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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