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멍 때릴 시간을 부탁해

아이가 SF소설을 읽고 있거나 프라모델로 로봇을 만들고 있을 때 그 일에 열중하고 있다면 그대로 두는 것이 창의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혼자서 몰두하는 일에 푹 빠질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좋다. 정기적으로 아이 혼자 생각하고 몰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gettyimagesbank

글 | 김영훈(소아신경과전문의·소아청소년과전문의)

멍 때릴 시간이 필요하다

겨울방학이 되면 부모는 바쁘다. 특히 아이의 재능을 빨리 키워주어야 한다는 부모의 바쁜 마음으로 하루에 여러 곳의 학원을 보내기도 한다. 부모에게 왜 이렇게 학원을 많이 보내냐고 물어보면, 아이의 재능을 아직 모르므로 여러 학원을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더구나 아이도 이 학원을 억지로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좋아해서 밤늦게 숙제도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대개 부모들의 재촉에서 비롯된다. 아이의 재능을 빨리 발견해야 한다는 부모의 바쁜 마음은 아이의 뇌에 과부화를 만들어 멍 때리게 한다. 아이의 워킹메모리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일곱 가지 이상의 정보를 저장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 이상의 정보를 저장하도록 재촉을 받으면 뇌의 과부화로 인하여 멍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휴식을 통해 정보와 경험을 정리하고 기억을 축적하는 숙고의 시간을 보낸다. 실제로 뇌가 휴식을 하는 멍 때리는 순간, 활성화되는 부위가 있다. 내측측두엽, 내측전두엽, 후대상피질 등 일명 DMN(Default Mode Network)이라 불리는 부위이다. 뇌는 자극이 없으면 멍 때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뭔가 할 일이 생기면 DMN의 활동을 억제하고 할 일에 필요한 뇌 부위를 활성화한다.

아이의 뇌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강제로 쥐어짜기보다는 아무 목적도 없이 놀도록 내버려둘 때 훨씬 자유롭게 활동을 한다. 긴장이 없는 편안한 환경에서는 뇌가 특정한 일이나 작업을 위해 다른 모드를 억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창의력이 더 잘 발휘될 수 있다. 아이가 창의력에 차이를 보이는 것은 선천적인 뇌기능에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창의적인 활동에 대한 호기심이나 자발성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뇌의 발달패턴은 아이마다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속도와 때를 무시하면 자존감, 유능감 그리고 자기주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느리게 성공할 아이를 일찍 다그치면 느리게 성공할 자기주도성과 기회를 잃어버려 의존적인 아이가 된다. 겨울방학만이라도 아이에게 멍 때릴 시간을 주자.

1. 디지털미디어를 멀리하라

아주 잠깐이라도 아이의 뇌에 교통 정리할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더 재미있고, 더 흥미롭고, 더 자극적인 정보와 디지털미디어에 점령당한 아이의 뇌가 휴식하고 재정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뇌가 처리하는 정보 중 70~80%를 차지하는 시각적 정보만 차단해도 머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맑아진다.

2. 옆집아이와 비교하지 마라

"옆집 아이는 벌써 곱셈을 하는데 얘는 왜 이러지?" 하는 식의 비교는 비록 아이를 사랑하고 격려한다고 하더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부모가 비교하게 되면, 아이는 놀랄 만큼 민감하게 부모의 불안을 알아채고 아이도 불안해져 자신감을 잃는다.

3. 자연의 소리와 색을 즐겨라

자연의 소리는 귀를 피로하지 않게 하며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바람소리, 새소리, 계곡물소리는 청각패턴인식을 높여줄 뿐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들어 마음을 안정시킨다. 자연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광욕을 통해 인체 내에서 자체 생성되는 비타민 D가 아기의 뼈와 치아 발육을 돕고 면역력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4. 간섭을 최대한으로 줄이자

아이에게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면 창의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 어설프게 창의력 교육을 하려고 덤비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도 양부모 밑에 자라면서 창의력을 키웠는데 스티브 잡스의 부모는 스티브 잡스가 자기들보다 머리가 좋고 더 잘한다고 생각하여 가능하면 간섭을 하지 않았다. 물론 아빠의 주특기인 기계부품을 만드는 일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하여야 한다고 늘 강조하였지만 아이의 자유로운 생각을 간섭하지는 않았다.

5. 몰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라

아이가 SF소설을 읽고 있거나 프라모델로 로봇을 만들고 있을 때 그 일에 열중하고 있다면 그대로 두는 것이 창의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혼자서 몰두하는 일에 푹 빠질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좋다. 정기적으로 아이 혼자 생각하고 몰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6. 부정성을 긍정성으로 바꾸어주어라

아이들은 날마다 자신들의 태도와 행동 때문에 부모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괴롭게 겪어내고 있다. 그런 부정적인 경험을 자주하게 되면 자신감을 잃고 자존감이 낮아진다. 부모가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 보다 좋은 피드백을 얻을 수 있고 자신을 더 잘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때때로 주의집중을 못할 때가 있어. 그래서 네 능력을 최고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뿐이야. 언제든지 너는 할 수 있어"라고 말하라.

7. 노력에 관심을 보여라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성적 같은 결과보다는 얼마나 지속적으로 했는지, 정리정돈에 얼마나 힘을 기울였는지 등의 노력에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과제물을 보니까 정말 열심히 했더구나, 장하다!"라는 부모의 말이 "100점을 맞다니 정말 장하다."라고 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그림. 초등학생 아이가 멍 때릴 때 보이는 알파파

* EBS육아학교Pin <이영애의 우리 아이 마음 읽기> 내 아이 기질 이해하는 법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허핑턴포스트 #김영훈 #기질 #공부 #육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