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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술박사 입문, 술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 A to Z

  • 박세회
  • 입력 2016.01.15 11:33
  • 수정 2016.01.15 12:37

술은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좋다느니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느니, 그런 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맛있잖아? 하여튼, 보리가 위스키가 되어 우리의 눈이 사랑에 눈뜨기까지. 우리가 좋아하는 술과 술자리에 대한 조금 재밌는 상식들.

Alcohol is poop알코올이 효모의 배설물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더럽게 말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하여튼 아마도 기원전 5,000여 년 경 메소포타미아 인들이 처음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인류 최초의 술은 발효주였다. 발효주의 알코올은 효모가 무산소 상태에서 설탕(당)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에탄올을 분비해 만들어진다. 그러니 '신의 물방울'에서 신은 바로 효모다.

Bar Etiquette 싱글몰트 바, 와인바, 전통주 비스트로 등의 전문점마다 에티켓도 세분되고 있다. 예를 들면 몇몇 싱글몰트 바에서는 보틀 단위로는 주문할 수 없다. 싱글 몰트바를 찾는 이유가 희귀한 위스키를 상비하기 때문인데, 한 병밖에 없는 보틀을 당신이 다 마시면 그날 그 술을 마시고 싶은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와인 바에 와인을 가져가 콜키지 타령을 하는 것도(물론 단골인 곳도 있다.) 호산춘을 파는 곳에서 참이슬을 찾는 것도 그다지 보기에 좋은 광경은 아니다.

Calories '좋은 사람과 마시면 0칼로리'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술은 칼로리가 상당하다. 병당으로 따졌을 때 칼로리가 가장 높은 술은 위스키, 보드카, 전통 소주 등의 증류주 들이다. 이 술들은 병당 1,000Kcal가 넘어간다. 맥주는 500cc에 약 200Kcal 정도. 그러나 글렌리벳 한 병을 마시는 것보다 500cc 5잔을 마실 확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자. 막걸리(병당 410Kcal), 와인(병당 550Kcal)이 다른 술보다 칼로리가 높다는 것도 지나친 단순비교다.

아래는 하버드 박사가 될 수 있었지만 술박사의 길을 택한 한 소년의 성장기를 노래한 바비빌의 명곡 '술 박사'의 음원이다.

Distillation 우리가 아는 술들이 사실은 증류의 사슬로 이어진 친척 관계라는 걸 아는가? 아주 거칠게 설명하면 이렇다. 청주를 끓이면 소주(문배주 등), 맥주(의 일종)를 끓이면 위스키, 와인을 끓이면 브랜디(코냑을 포함), 풀케를 끓이면 메즈칼(데킬라 등)이 된다. 원리는 알코올과 물의 끓는점이 다른 걸 이용해 고농도의 알코올을 추출하는 것. 참고로 우리가 마시는 일반 소주('처음처럼' 등)는 물에 주정을 탄 화학주일 뿐 증류주가 아니다.

Expiration date 술에는 유통기한이 없다고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위스키나 보드카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 유통기한이 없지만, 증류를 거치지 않은 술은 상한다. 효모가 아직 살아 있는 발효주들은 더 빠르다. 막걸리는 보통 14일, 병맥주는 약 1년 캔맥주는 9개월이 지나면 위험하다. 그러나 효모가 살아있는 생주 중에서도 산화를 막는 성분을 첨가한 와인이나 멸균을 거친 사케(일본 청주)중에는 별도의 유통기한이 없는 것도 있다. 아무리 급해도 구석구석 살펴본 후 마실 것.

Festival 술과 축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우리가 아는 유명 술의 이름마다 축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테킬라는 티후아나에서, 샴페인은 샹파뉴-아르덴에서, 위스키는 스페이사이드에서 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그해의 농사와 관련이 깊다. 햇 포도로 만든 와인 축제(보졸레누보 축제)가 매년 1~2월에 열리듯 햅쌀의 수확이 끝나고 그 쌀로 빚은 막걸리와 전통주 축제가 열린다. 막걸리가 보통 10월에 먼저 나오고 이후 청주와 소주 축제가 뒤를 잇는다.

Glass잔이 헷갈린다고? 생각보다 쉽다. 대략적 크고 넓은 일반적인 모양새의 와인 잔은 레드와인용이고 비슷한 모양새지만 작고 좁은 게 화이트 와인용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뾰족하고 긴 잔은 기포가 올라오는 걸 볼 수 있도록 스파클링 와인의 차지. 싱글몰트 위스키를 멋지게 마시고 싶다면 장미 봉오리 모양의 노징 글라스와 물을 주문하라. 맥주의 잔도 천차만별인데, 술의 특성에 맞게 디자인 된 해당 브랜드의 전용 잔에 마시는 게 진리다.

Heat 보통 '사케'로 통칭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일본 청주 또는 '세이슈'(청주의 일본어)라고 부르는 게 맞다. 사케를 마실 때 가장 고민되는 건 차갑게 마실 것인가 뜨겁게 마실 것인가다. 내 경우 안주가 뜨거우면 차갑게, 또는 그 반대로 선택하지만, 대부분은 여름에는 차갑게 겨울에는 뜨겁게 마신다. 그러나 등급이 낮은 사케는 잡미를 날리기 위해 항상 적당히 뜨겁게 마신다.

International Standards 왜 한국은 싱글몰트 위스키를 만들지 않는가? 코냑, 테킬라, 샴페인은? 지금 위에 적은 술들은 하나의 '종류'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해당 산지나 국가의 브랜드여서 국제적으로 존중받고 있다. 예를 들어 샹파뉴 지방에서 나는 스파클링 와인에만 'Champagne'라는 표기를 할 수 있다. 테킬라의 경우도 여러 지방에서 나는 메즈칼들 중에 '테킬라'지방에서 난 것만을 테킬라라 부른다.

Juice 당이 있는 모든 과실의 주스는 술로 만들 수 있다. 간략하게 말하면, 당과 효모만 있으면 발효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머루주, 복분자주를 오래전부터 만들어 마셨다. 미식 칼럼니스트 신현호에 따르면 최근 뉴욕이나 포틀랜드 등지의 힙스터들 사이에서 요새 가장 '힙'한 술은 사과로 만든 '사이다'라고 한다. 와인만큼이나 복잡한 맛이 난다는 이 사이다를 증류하면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칼바도스'가 된다. 면세점에서 눈에 띄면 무조건 카드를 꺼내라.

Kind 사실 술은 'type'을 써야 하지만, 알파벳을 다 찾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는가? 술의 종류마다 어떤 특성이 있는지를 아는 건 일종의 예의다. 누군가에게 IPA 맥주를 대접했는데 '너무 쓰다'고 투정을 부리면 약간 마음이 상한다. IPA는 홉이 많아 원래 좀 쓴 맥주다. 구하기 힘든 싱글몰트 위스키를 대접할 때 '가그린 맛이 난다'며 미간을 찡그리면 가슴이 아프다. 그걸 즐기느라 마시는 건데. 하여튼, 처음 마시는 술을 대접받았다면 마시기 전에 '이건 어떤 맛이 나나요?'라고 물어보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Lyrics그 나라 대중음악의 가사를 보면 그 나라에서 가장 저렴하게 코알라가 될 수 있는 술이 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밴드 '디바인 코미디'나 '마그네틱 필즈'의 노래에 등장하는 술은 그 나라에서 가장 저렴한,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싼 술인 '진'이다. 미국은? 알란 잭슨과 미란다 램버트 등의 컨트리 가수들의 노래에서 많이 등장하는 '버번위스키'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소주다. 청승맞은 기분이 들 때 비싼 술은 어울리지 않는다.

Mart해외에서 술을 살 때 가장 싸게 사는 법은 동네 '리커숍'에 가는 것이다. 일본, 유럽,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가 마찬가지다. 특히 관광지의 경우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주거지역으로 들어갈수록 가격이 눈에 띄게 저렴해진다는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면세점이나 남대문시장에 갈 게 아니라면 '코스트코'등의 창고형 마트가 가장 저렴하다. 파주 등지의 아울렛 꼭대기 층에 있는 주류 점도 비슷한 가격이라는 건 꿀 팁.

Nightcap잠들기 전 마시는 딱 한 잔을 뜻하는 '나이트캡'(물론 어른들은 '라면'과 비슷한 용어로 사용하기도 한다). 나이트 캡으로 가장 멋진 한잔은 뭘까? 샤워를 마치고 마시는 시원한 라거 맥주는 정말 좋지만, 침실의 책보다는 거실의 TV와 어울린다. 막걸리나 와인은 양치를 다시 해야 하므로 탈락. 소주는 안주 없이 마시면 어쩐지 몸이 나빠질 것 같아 탈락. 역시, 가장 적합한 건 위스키다. 그중에서도 '가그린 향'(이탄의 향이다)이 나는 아일레이 계열의 싱글몰트는 치아가 건강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Oops, don't drink the 'hair of the dog'해장술의 영어 표현은 'the hair of the dog'. 자주 쓰진 않지만, 중세 시대에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리면 그 개의 털을 상처부위에 발라야 한다는 미신에서 나온 표현이다. 이보다 좀 더 자주 쓰이는 'Morning Draught'는 맑은 물이 귀하던 시절 차라리 맥주를 아침 첫 잔으로 마시던 데서 기원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해장술은 결국 술이 깨는 게 아니라 고통을 줄여주는 마취의 효과만 있다는 점이다.

Peat 피트? 이게 뭔가 싶겠지만, 이탄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증류주를 만드는데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재료다. 보리를 싹 틔워 분쇄하기 전에 말리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석탄으로 하느냐 이탄으로 하느냐에 따라 위스키의 향이 달라진다. 소위 말하는 싱글 몰트의 특이한 향은 대부분 이탄에서 나온 것이다.

Quality퀄리티는 취향과는 달리 객관적이다. 와인의 경우 다른 조건이 같다면 그해의 포도 작황 등이, 위스키라면 증류 방식, 숙성 연수, 오크통의 종류에 따라 퀄리티가 갈린다. 우리 술(청주 또는 막걸리)에도 퀄리티를 가르는 좋은 기준이 있다. 밑술을 한번 빚은 단양주보다는 이양주나 삼양주가 더 좋은 질을 가진 것으로 구분된다. 막걸리를 직접 만드는 집에 가서 '이양주냐'고 물어보면 대접받을 수 있다.

Ratings술이 뭔지는 잘 몰라도 상술에 속지 않고 좋은 술을 마시고 싶다는 열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게 레이팅이다. 일단 와인의 경우 로버트 파커의 포인트가 매대에 붙어있기만 해도 광고할 만큼 점수가 높다는 뜻이니 안심해도 좋다. 위스키는 '짐 머레이'의 점수가 가장 권위 있다. 연남동에 많은 '맥주 마켓'에서는 '레이트 비어'(ratebeer.com)를 참고하시라. 수많은 맥덕들이 정성 들여 매긴 점수라 나름 신뢰할 만하다.

Spirit, the party essential 파티에선 왜 보드카를 마실까? '스피릿'은 사전적으로는 증류주를 통칭하는 단어지만 좁은 뜻으로는 '화이트 스피릿', 즉 보드카, 진, 럼 등 투명한 증류주를 일컫는다. 이 술들의 장점은 순도와 도수가 높고 숙성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 '저렴하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라 누가 EDM 음악이 크게 틀어진 클럽이 한복판에서 와인을 음미하겠는가? 파티에는 파티의 술이 있는 법이다. 내 토닉에 그 보드카를 어서 부어라!

Trendy or traditional전통과 최신 유행의 만남은 언제가 재밌다. 예를 들어 몇 년 전부터는 전통 소주를 화이트 스피릿처럼 사용한 칵테일이 유행이다. 강남의 전통주 비스트로에 가면 문배주로 만든 '블루문'이나 화요를 사용한 '화요 토닉'등을 맛볼 수 있다. 대표적인 막걸리 가게에서 파는 수박 막걸리, 크렌베리 막걸리 등도 마찬가지다.

University 술의 지옥은 언제나 '대학'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통계로 봐도 19세 이상의 또래 집단과 비교하면 '대학생'들이 2~3배가량 더 마신다. 아마도 공부가 가장 쉽기 때문일 것이다. 이 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폭음'(Binge Drinking)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사망사고가 일어날 정도로 심각하다. 생각해보니 서울의 술판은 모두 홍대, 연대, 건대, 대학로 등에 있다.

Vino = Veritas 술은 진리다. 그리고 이 진리를 가장 깊게 탐구한 사람은 윌리엄 포크너가 아닐까? 항상 술에 절어 살던 그는 "문명은 증류와 함께 시작됐다.", "나쁜 위스키란 없다. 그저 몇몇 위스키가 다른 것보다 좋을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물론 "마실 술이 없을 때를 빼고는 난 술에 기대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톰 웨이츠도 빼놓을 수 없다.

Water"물을 타지 않았다"는 한 한국 맥주의 거짓말과는 달리 와인을 제외한 모든 술에는 물이 들어간다. 예부터 물 좋은 지방에 양조장이나 증류소가 자리 잡고 있는 이유다. 스코틀랜드 위스키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물이고 일본의 미야자키 현에 양조장이 많은 이유도 물이다. 소곡주의 고향 한산면에 유독 양조장이 많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

XX meets XY우리는 왜 술을 마시면 사랑에 빠지는가? 술 마시면 눈앞에 있는 이성 심지어 동성도(연구에 있다.) 예뻐 보이고 잘 생겨 보인다. '맥주 안경'(Beer goggle)이라는 표현까지 있을 정도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상대를 매력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25% 증가했다는 글래스고우 대학의 한 연구를 예로 들지 않아도 우리 모두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술은 사랑의 문을 활짝 열어주지는 못해도 자물쇠에 기름칠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You may be an alcoholic알코올 중독에 대해서 '정상적인 회사 생활을 할 수만 있으면 중독이 아니다'라는 맘 편한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의 알코올 중독'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간헐적으로 필름이 끊기고 집에서 혼자 술을 다섯 잔(폭음의 기준) 이상 마신다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물론, 내 경우 혹시 난 알코올 중독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또 마시게 되기도 한다.

Zero Alcohol다음날 아침 일찍 수능(물론 재수생 얘기다)을 봐야 하는데 브래들리 쿠퍼나 제니퍼 로렌스가 나타나 한잔 하자고 했다고 치자. 자, 취하지 않고 이 밤을 보낼 수 있을까? 재밌게도 어떤 무알코올 맥주가 가장 근사한지에 대해 실험을 한 매체가 많다.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크롬바커의 '알콜프라이', 브루독의 '내니 스테이트'(아마도 베이비 시터 용인 듯), 미켈러의 '드링킹 인 더 선 13'이라고 한다. 참고로 브루독과 미켈러는 요새 가장 힙한 브루어리다.

이 글은 '동방유행'에 기고한 글을 편집 재가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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