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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14일 07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14일 14시 12분 KST

의석 놓고 돈먹기는 이제 그만

당원이 있든 없든, 당비가 많든 적든, 국회의석수만 확보되면 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고, 그 돈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습니다. '의석을 놓고 돈먹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제도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기득권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활발합니다. 당원에 뿌리를 두지 않은 정당들이 졸속으로 탄생하고 유지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정치가 후진적인 원인 중에 하나는 잘못된 정당 보조금제도에 있습니다. 연간 800억원의 보조금을 받아 허투루 쓰는 정당들이 더 큰 국가예산을 제대로 다룰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요?

연합뉴스

<녹색의 눈 ④> 의석 놓고 돈먹기는 이제 그만 : 정의당편 그리고 대안

앞서 세 차례에 걸쳐서 '금수저 정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회계보고자료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부동산 부자에 국민에 기생, 새누리당 살림살이 분석>

https://www.huffingtonpost.kr/seungsoo-ha/story_b_8904190.html

<보조금 74억 남겨먹고 생수구입비도 세금으로?, 새누리당 살림살이분석 2>

https://www.huffingtonpost.kr/seungsoo-ha/story_b_8915316.html

<정당에도 수저론이?, '금수저' 더불어민주당이 사는 법>

https://www.huffingtonpost.kr/seungsoo-ha/story_b_8936186.html

지금의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에도 각각 300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보조금을 2배로 받게 되는데, 2014년 지방선거 당시에 새누리당이 363억원, 더불어민주당이 338억원을 받았던 것을 바탕으로 추정해보면 그렇습니다.

또 다른 원내정당인 정의당은 2014년에 41억원의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정의당의 보조금 사용내역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정의당의 2014년 보조금 사용내역>

정의당의 경우에는 새누리당(74억), 더불어민주당(15억)처럼 보조금을 남기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는 보조금을 알뜰하게 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로 보조금의 상당부분이 지출되는 점은 같았습니다.

예를 들면 정의당의 전체 인건비 지출이 2014년도에 13억 4천 2백만원 정도였는데, 그 중에 국민세금인 보조금으로 지출된 금액이 10억4천1백만원이었습니다. 전체 인건비의 22.5% 정도만 자체 조달을 한 것이고, 77.5%는 국민세금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인 것입니다.

첫 번째 글에서 보여드렸던 것처럼 정의당은 당비에 비해 국고보조금이 2.44배 많습니다.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보다도 국고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물론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은 당비에 허수가 많습니다).

<국고보조금과 당비 비교>

바람직한 것은 정당들이 정책개발과 토론에 더 많은 돈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정당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정당의 유지 자체를 위해 보조금의 많은 부분이 사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정당의 자생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는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외에 국민의당, 국민회의(천정배신당)도 보조금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국회의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보조금 배분기준에 따르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면 보조금을 더 많이 배분받을 수 있습니다. 보조금의 50%가 원내교섭단체들에게 우선 배분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국민의당이 2월까지 20석을 넘겨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면, 88억원(선거보조금 포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보조금 제도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당원이 있든 없든, 당비가 많든 적든, 국회의석수만 확보되면 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고, 그 돈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습니다. '의석을 놓고 돈먹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제도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기득권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활발합니다. 당원에 뿌리를 두지 않은 정당들이 졸속으로 탄생하고 유지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정치가 후진적인 원인 중에 하나는 잘못된 정당 보조금제도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당 보조금의 문제점을 고치려면 4가지 정도의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배분기준을 고쳐야 합니다. 평당원들이 내는 당비가 얼마인지 관계없이 보조금이 배분되어서는 안 됩니다. 당비에 비례해서 보조금을 배분하는 매칭펀드(Matching Fund) 제도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야만 당비를 내는 당원들을 존중하게 되고, 당내민주주의도 실현될 수 있습니다. 당비 내는 당원이 없으면 보조금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보조금 사용에 대해 통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앞서 새누리당의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선거보조금을 받아놓고 선거에 쓰는 것이 아니라, 자체 전당대회 경비로 쓰더라도 아무런 제재를 못하는 실정입니다. 정치자금법 자체가 너무 허술합니다. 생수구입비, 원두구입비까지 국민세금을 쓰는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국민세금으로 정당의 사무실임대료 전부를 부담하는게 맞을까요?

보조금은 국민세금인만큼, 사용용도를 명확하게 제한해야 합니다.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 자체 운영경비 등으로 사용하는 것은 일정비율 이하로 제한을 하고, 부적절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시켜야 합니다.

셋째, 선거가 있는 해에는 경상보조금 외에 선거보조금을 추가로 주는 제도를 폐지해야 합니다. 선거 때에 2배의 보조금을 주는 것은 기득권을 가진 정당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입니다. 기득권 정당들은 이 자금을 갖고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선거를 치르게 됩니다. 반면에 당원들의 당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원외정당들은 매우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됩니다.

넷째, 투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정치자금법상 회계보고서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원자료를 받아볼 수 있지만, 영수증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영수증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3개월 동안만 공개하고, 그 후에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공개되는 3개월 동안에도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열람방식'만 가능합니다. 복사도 안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치자금에 관해서 정보공개를 피할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을 만들어놨습니다. 시민들의 감시가 어렵게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이런 법조항을 만든 것은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국회입니다.

저는 시민운동을 할 때부터 시작해서, 녹색당 활동을 하는 지금까지 정당 국고보조금 문제를 15년가까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한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가서 수천장의 영수증을 일일이 들여다보고 메모를 하려고 했던 적도 있습니다. 수십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분석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연간 800억원의 보조금을 받아 허투루 쓰는 정당들이 더 큰 국가예산을 제대로 다룰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요? 기득권 정당들의 입맛에 맞게 되어 있는 정치자금법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각 정당들은 국고보조금 제도 개선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입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의 회계보고자료 원파일을 녹색당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녹색당 홈페이지(http://www.kgreens.org/news/6998/)로 들어와서 보시면 됩니다. 제가 찾지 못한 문제점도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 <녹색의 눈>은 시민운동과 풀뿌리운동을 거쳐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필자(하승수)가 서울의 종로구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를 결심하면서, 그동안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 경험하고 조사한 것을 시민들과 공유하려는 기획입니다. 우리의 현실을 정확하게 알아야만 우리 삶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대안도 보입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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