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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13일 11시 19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13일 14시 12분 KST

[공짜 영어 스쿨] 진짜 공부의 즐거움

과학이나 인문학은 설명해주거나 원리를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언어는 가르친다고 무조건 느는 게 아니다. 본인의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절대 늘지 않는다. 오히려 굳이 학원에 가지 않고 혼자 연습만 열심히 해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 영어를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학원이 가장 잘 안다. 그렇기에 그들은 초등생에게 영어 시험 보는 요령을 가르친다. 그걸로 부모들을 겁박한다. '아직 한번도 토익을 안 봤다고요? 누구네 애는 벌써 토익이 몇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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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영어 스쿨] 34. 진짜 공부의 즐거움

몇 년 전 지인에게서 배우 소속사 관련 문의를 받았다. 아이가 길을 가다 길거리 캐스팅 되었는데 어떤 회사인지 궁금하다고 묻기에 이렇게 답해줬다. 회사에서 전속 계약금조로 부모에게 돈을 주면, 제대로 된 회사고, 연기 수업이나 프로필 화보 촬영 명목으로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면, 이상한 회사라고. ^^

캐스팅 디렉터라고 접근해서 아역 탈렌트나 광고모델로 데뷔시켜줄 테니 연기 학원 등록비 및 수업료로 매달 수십만원을 내라는 경우가 많다. 6개월이면 수백만원, 대학 등록금이 날아간다. 연예인에 대한 아이들의 환상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어른들도 있다. 문제는 요즘 이런 식의 학원 영업이 사회 모든 분야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거.

독서일기에서 소개한 '공부 중독'을 보면, 지금 한국은 학원 만능 사회다. 연기며 네일 아트며 바리스타며 뭐든지 학원에서 배운다. 공부 중독에 대해 엄기호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생각해봤을 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시장의 창출 때문이에요. 이 시장이 어마어마하거든요. 가르치고 배우고 하는 걸로 해서 교수직 만들어지고, 학생들 등록금 내고 하는 게 엄청난 시장이죠. 또 하나는 한국 같은 경우가 '이 분야가 먹고살 만한 곳이다' 그러면 공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쟁이 심한 사회이다 보니까 그렇겠죠. 그리고 그러자면 평가가 표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표준화된 평가는 곧 자격증을 의미하죠. 그리고 자격증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시험이 있다는 것인데, 시험이란 능력의 위계를 상정하는 것이죠.

('공부 중독' 121쪽 / 엄기호 하지현/ 위고)

학원이 가장 많은 분야가 영어다. 어린 아이들까지 영어 사교육 시장에 내몰린다. 심지어 학원에 들어가는 것도 경쟁이다. 아이가 영어를 잘 배우는지 못 배우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가장 쉽게 계량화한 도구가 토플이나 토익 같은 영어 검정 시험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시험 보는 요령을 가르치고, '우리 학원을 다녀서 토익이 몇 점이 되었습니다' 라고 부모에게 자랑스럽게 말한다.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부모는, 자신은 토익 800점 맞기도 힘들었는데, 초등학생 아이가 그 점수가 나온다고 하면 막 대견하다. 아내가 남편에게 보란듯이 말한다. '거봐라, 학원비 비싸다고 잔소리해도 애 토익이 당신보다 높지 않냐.' 토익은 비즈니스 영어 능력 검증 시험이다. 커서 무엇을 할 지도 모르는데, 초등학생 아이에게 토익 공부를 시키는 건 부모 재력 낭비요, 아이의 정력 낭비다. 그 돈과 그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부모와 아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은 그대로 놔두면 공급 과잉으로 치닫는다. 지금 영어 관련 사교육 시장이 그렇다. 시장 과열로 학원 간 경쟁이 심해지자, 이전에 없던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영어 교육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영어 유치원에, 초중등 토익 스쿨이다. 시장 창출과 평가, 그리고 자격증. 이 세가지 때문에 초중고 시절 토익 토플을 공부하는 기막힌 현실이 만들어진다.

요즘 픽업 아티스트라고 해서 연애하는 법도 학원에서 돈 주고 배운단다. 어려서부터 뭐든 돈을 주고 배우다보니, 모르면 다 돈 주고 배워야하는 줄 안다. 엄기호 선생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픽업 아티스트 같은 직업이 만들어지는 게 사람들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더 무시무시한 건, 이걸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학원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요즘 교육 쪽에서 강의하는 주제 중의 하나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배울 수는 있되 가르칠 수 없는 게 있다'예요. 사람들이 교육에 대해서 굉장히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가르치면 배운다'예요. 그런데 어떤 건 가르칠 수 있지만 어떤 건 가르칠 수 없다, 그리고 어떤 건 가르칠 수 없는데 배우는 게 있다, 그것을 판가름하는 게 저는 교육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책 124쪽)

과학이나 인문학은 설명해주거나 원리를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언어는 가르친다고 무조건 느는 게 아니다. 본인의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절대 늘지 않는다. 오히려 굳이 학원에 가지 않고 혼자 연습만 열심히 해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

영어를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을 학원이 가장 잘 안다. 그렇기에 그들은 초등생에게 영어 시험 보는 요령을 가르친다. 그걸로 부모들을 겁박한다. '아직 한번도 토익을 안 봤다고요? 누구네 애는 벌써 토익이 몇점인데' 정말이지 아이들을 이용해서 돈 버는 사람이 너무 많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마음껏 놀고 책을 읽어야 할 아이들이 엉뚱한 시험 공부로 스트레스 받고 있다는 거.

(학원 공부에 대해서는 예전에 쓴 글 '외국어 공부에서 학원을 활용하려면' 참고시길.)

영어는 시험 과목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도구다. 그걸로 책을 읽고, 만화를 보고,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누리면 된다. 무엇이 재미있고 없는지는 어른이 되면 다 안다. 책 읽는 즐거움을 내게 가르쳐준 사람은 없다. 시간이 남아도니 스스로 찾게 되더라.

유년기란 무엇인가. 마냥 즐겁고 재미있어야 하는 시기다. 이것저것 해보고, 친구들과 놀면서 사회성도 기르고, 취미도 찾아가는 시기다.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가, 그것을 찾는 게 진짜 공부다. 아이든, 어른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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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공짜로 즐기는 세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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