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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두 동강? 그래도 놔두자

호남 축의 붕괴, 야권의 두 동강 이면에 또 다른 추세가 있습니다. 진보 축의 지지, 야권 리더의 노선 분화입니다. 호남 축의 붕괴와 진보 축의 지지가 힘의 균형 하에서 병진하고 있고, 야권의 두 동강이 야권의 노선 분화로 귀결 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억지로 뜯어말릴 이유도 없고, 공학적으로 이어붙일 필요도 없습니다. 좀 더 경쟁하도록 놔둬야 합니다. 야권 지지층이 충분한 판단 근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더 경쟁하게 놔둬야 합니다.

ⓒ연합뉴스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모읍니다. 동교동계 원로 정치인들의 더민주 탈당을 두고 '호남 축의 붕괴'니 '야권의 두 동강'이니 합니다.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큰 사건으로, 야권의 적통을 가를 중대 변수로 평가합니다.

반론은 즉각 따라붙습니다. 이미 정계에서 은퇴한 원로들의 움직임에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 DJ 서거 이후 동교동계의 정치적 실체가 유지돼 왔다고 볼 수 있느냐는 반론, 설령 그 실체를 인정한다고 해도 여의도 정치권과 호남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느냐는 반론 등이 줄을 잇습니다.

한 발 뒤로 빼보겠습니다. 원로 중심의 동교동계로 국한하지 않고 현역 호남 정치인들로 시야를 확장해보겠습니다.

탈당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광주 지역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고, 그 대열이 광주를 넘어 전남으로, 또 전북의 일각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 호남 축의 붕괴, 야권의 두 동강은 부인하기 힘든 객관적 현실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반론이 따라붙습니다. 호남 지역 의원들이 정말 호남 민심을 온전히 대변하느냐는 반론, 호남 민심과는 별개로 개인의 정치생명 보존을 위해 탈당을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줄을 잇습니다.

이번엔 시선을 돌려보겠습니다. 정치인의 동향이 아니라 민심의 동향으로 관심대상을 바꿔보겠습니다.

추세가 나타납니다. 호남에서의 문재인·더민주 지지율이 빠지고 안철수·국민의당 지지율이 오르는 게 추세입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습니다. 따라서 호남 축의 붕괴, 야권의 두 동강은 정치인의 영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대중의 영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객관적 현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논의와 모색은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호남 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야권이 두 동강 나고 있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제할 게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의 공학적 접근은 백해무익하다는 점입니다. 일각에서는 호남에서의 경쟁과 수도권에서의 연대를 거론하던데 너무 빠릅니다. 이런 논의와 모색은 총선 막판에 민심의 압박이 작동될 때 마지막 수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이지 지금 작위적으로 채택해야 할 방법이 아닙니다. 지금 꺼내봤자 씨알이 먹히지 않을뿐더러 장기적으로 봐도 유익하지 않습니다.

'묻지마 연대'는 호남 축의 붕괴, 야권의 두 동강을 낳은 구조적 원인을 가립니다. 근본문제의 규명을 가로막고, 줄기와 쭉정이의 구분을 저해합니다. 야권 질서의 궁극적인 재편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현재 집중해야 하는 문제는 호남 축의 붕괴, 야권의 두 동강 추세에 몸을 맡기는 것입니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야 합니다. 지금의 추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 대처는 원칙적이어야 합니다. 더민주는 더민주대로, 국민의당은 국민의당대로 본색깔, 본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합니다.

너무 뻔한 지적 같지만 너무 긴요한 요구입니다.

야권질서의 궁극적인 재편을 위해서는 호남 축의 붕괴가 일시적 흔들림인지, 구조적 고착화인지를 규명해야 합니다. 이걸 규명해야만 야권 질서의 재편 방향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호남 축의 붕괴는 추세로서, 다시 말해 진행형으로 나타나고 있지 마침표를 찍은 게 아니기에 섣불리 단정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모호합니다. 호남 민심을 구성하는 두 요소가 대여 선명성과 선거 경쟁력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인데 호남 민심이 총선에서 마침표를 찍을 때 두 요소 중 어느 것에 가중치를 둘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론상으로는 두 요소가 결합될 수 있다고 간주할지 몰라도 현실영역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적 분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선명성 확보를 위한 진보 색채 강화에, 안철수 의원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도성 강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호남 민심을 구성하는 두 요소가 한 리더에 의해 온전히 담지 되지 못한 채 인적 분열로 외화 되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최종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기계적인 오류 가능성을 무릅쓰고 말하면, 선명성 강화와 중도성 강화 중 어느 것이 경쟁력 제고의 동력이 되는지를 판정받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총선을 전후로 본격화할 야권질서 재편의 방향타를 손에 쥘 수 있습니다. 때만 되면 나타나는 진보-중도 논쟁과 그 논쟁을 빌미로 한 보신성 이합집산 또한 제어할 수 있습니다.

호남 축의 붕괴, 야권의 두 동강 이면에 또 다른 추세가 있습니다. 진보 축의 지지, 야권 리더의 노선 분화입니다. 호남 축의 붕괴와 진보 축의 지지가 힘의 균형 하에서 병진하고 있고, 야권의 두 동강이 야권의 노선 분화로 귀결 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억지로 뜯어말릴 이유도 없고, 공학적으로 이어붙일 필요도 없습니다. 좀 더 경쟁하도록 놔둬야 합니다. 야권 지지층이 충분한 판단 근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더 경쟁하게 놔둬야 합니다.

이런 주문은 방관자 시점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참여자 시점에서의 주문입니다. 야권의 통합질서는 정치인들의 집합이 아니라 야권 지지층의 단합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야권 지지층이 무엇으로 단결하고, 어떻게 확장해나갈지를 분명히 알고 한표를 행사해야 합니다.

* 이 글은 <시사통 김종배입니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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