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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 후보가 '연대보증 빚더미'에 빠진 사연

  • 김병철
  • 입력 2016.01.13 07:31
  • 수정 2016.01.13 07:36
ⓒ연합뉴스

"지금은 재선 의원에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내고 경제부총리 후보자까지 된 '특권계층'처럼 보일 겁니다. 하지만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한때 '알거지'로 전락해 피눈물을 삼키면서 살았습니다."

13일 경제수장으로 공식 취임하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얘기다.

유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목전에 두고 부인이 채무 변제를 고의로 회피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연대보증을 섰다가 떠안게 된 빚을 갚지 않으려고 거의 모든 재산을 남편인 유 후보자 명의로 돌려놨다는 게 의혹의 골자였다.

그러나 청문회를 전후해 경제학 박사인 유 후보자가 연대보증 피해를 당해 "창피하다"고 거론한 사연의 전말이 드러났다.

유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던 1996년 가까운 친인척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것이 그렇게 큰 화를 불러올지 몰랐다.

수십억원의 대출에 부인 등 3명과 함께 연대보증을 서 줬는데, 사업이 잘 풀리지 않자 친인척의 동업자는 거액의 빚을 남기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곧바로 유 후보자 부부에 대한 채권추심이 시작돼 2003년 아파트가 법원 경매로 넘어갔다.

유 후보자는 당시 예금마저 날리고 나서야 추심중단 확약을 받았지만 부인은 아직도 1억5천여 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한다

경제 전반에 걸친 지식이 해박한 그였지만 빚보증이 가져올 수 있는 가혹한 결과를 간과했다가 큰 시련을 겪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 후보자는 지난 11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연대보증 피해 구제와 관련해 "실정법 내에서 바꿀 수 있다면 정말 바꿀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연대보증 채무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딱한 처지에 놓였을 때 구제받을 길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1. 연대보증 폐지했는데

연대보증은 원래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 대신 갚아 주겠다는 약속이다.

금융기관에서 돈 빌린 사람을 위해 연대보증을 섰는데, 그 채무자가 정해진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하면 연대보증인은 채무자와 똑같이 변제의무를 떠안게 된다.

연대보증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금융연좌제라는 비판적 여론에 따라 2012년부터 은행권에서, 2013년부터 저축은행·상호금융·신용카드사·캐피탈·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서 전면 폐지됐다.

이 때문에 사금융이나 사채시장 등 비제도권 금융에서만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제2금융권이 연대보증을 없애면서 아프로파이낸셜그룹, 산와대부, 웰컴크레디라인대부, 바로크레디트대부, 리드코프[012700] 등 대형 대부업체 5곳은 자발적으로 동참을 선언했다.

그러나 대다수 소형 대부업체들은 지금도 연대보증제를 운용하고 있다.

유 후보자 부인은 연대보증제 폐지 전인 1996년 보증을 섰기 때문에 그로 인해 생긴 보증채무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의 보증채무는 원래 채권기관이 부실채권(NPL)으로 분류해 수천만원을 받고 추심 업무를 하는 대부업체로 넘긴 상태다.

유 후보자 부인처럼 2013년 이전에 연대보증을 선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신용회복위원회에 연대보증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은 1만655명에 달한다.

연평균 1천8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연대보증으로 떠안은 빚을 갚지 못해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온 셈이다.

이들이 짊어진 채무는 모두 4천247억원, 1인당 평균 4천만원에 달한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연대보증 채무를 짊어진 사람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2. 불법 채권추심 막아달라

연대보증인들은 금전적 손해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대금 회수 절차인 추심 과정에서 큰 고통을 겪기 일쑤다.

일반 보증채무와 달리 연대보증 채무는 주채무자에게 먼저 빚을 갚으라고 요구할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채권자는 주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연대보증인에게 채무 변제를 청구하고 법적인 절차에 따라 강제집행도 할 수 있다.

유 후보자와 부인도 주채무자가 잠적하자마자 바로 추심을 당했다.

2003년 아파트가 법원 경매로 넘어갔고, 통장을 압류당해 보유했던 예금을 모두 내놔야 했다.

특히 일부 대부업체나 전문추심업체는 폭력이나 협박을 동원하는 등 불법추심을 일삼는 것이 흔한 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 채권추심을 막아 달라는 민원이 2012년 2천665건, 2013년 3천469건, 지난해 1천860건 접수됐다.

지난해 민원사례를 보면 채무사실을 제3자에게 퍼뜨려 정신적 고통을 준 사례가 359건(19.3%)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시도 때도 없이 거는 독촉전화가 358건(19.2%)을 차지했다.

일부 사례에선 폭력이나 협박을 동원한 경우도 있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통상 추심업체들은 채무자에게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상당한 압박을 가하게 된다"며 "연대보증인은 자신이 빌린 돈도 아닌데도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3. 구제받을 길 있다

이처럼 본인의 채무나 연대보증 채무로 감당할 수 없는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정부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채무조정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문을 두드려 보면 의외로 손쉬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신복위는 15억원 이하 채무자를 대상으로 개인 워크아웃제도를 운용한다.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연체 이자가 전액 감면되고 원금도 최대 5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소외계층은 70%까지 원금 감면액이 늘어난다.

신청 즉시 모든 추심활동이 중단된다.

대신 채무자는 매월 조정된 금액을 신용회복위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빚을 갚아 나가야 한다.

연대보증제 폐지 전에 보증을 섰다면 보증인 수에 관계없이 개인별로 보증금액 전액에 대한 책임이 지워진다.

그러나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전체 채무액을 보증인 수만큼 나눠서 변제하도록 조정돼 부담이 훨씬 덜하게 된다.

채무액이 커서 신복위의 도움을 받기 어려우면 법원에서 운영하는 개인회생 제도나 개인파산 제도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개인회생 제도는 채무자가 기본적인 생계비를 제외하고 5년간 돈을 모아 빚을 갚으면 나머지 빚은 모두 면책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밖에 개인파산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채무 규모가 매우 크거나 채무자가 소득이 없어 도저히 변제할 수 없을 때 법원 판단에 따라 모든 채무를 탕감해 주는 것이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효율적인 채무 조정과 빠른 재기를 위해서라도 채무 규모나 소득수준을 꼼꼼히 살펴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채무조정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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