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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가이드는 식당 주인에게 독이 될까?

  • 남현지
  • 입력 2016.01.12 16:05
  • 수정 2016.01.12 19:30
홍콩의 한 식당 (자료사진)
홍콩의 한 식당 (자료사진) ⓒgettyimageskorea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은 미슐랭(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된다면 음식점 주인에게는 큰 영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임대료 급등에 시달리는 홍콩에서는 이런 영예가 오히려 '저주'가 될 수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광둥식 계란찜, 팥죽 등을 파는 '카이카이 디저트'의 추와이입(58)씨는 지난해 11월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지 몇 주 뒤 건물주로부터 월 임대료를 22만 홍콩달러(약 3천400만원)로 기존(10만 홍콩달러)의 2배 이상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음식점 임대 공간을 절반으로 줄여달라는 요구도 함께였다.

추씨는 "우리가 미슐랭 가이드에서 인정받고 나서 건물주가 세를 어마어마하게 올렸다"며 "이제 식당을 옮길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단골손님 한 명이 이런 사정을 알게 되면서 도움이 손길을 내밀어 추씨는 3월 월 임대료가 9만 홍콩달러인 근처로 식당을 옮길 수 있게 됐다.

카이카이는 미슐랭이 지난해 처음으로 소개한 홍콩의 대중적인 식당 20여 곳 중 하나다.

누구나 찾아가기 쉽고 푸딩 한 접시에 3천원도 안 될 정도로 음식값이 저렴해 음식 평론가나 블로거들의 사랑을 받는 서민적인 식당이다.

그러나 그만큼 임대료 급등을 감당하기 어렵기에 일부에서 '미슐랭의 저주'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홍콩의 한 식당 (자료사진)

상하이식 군만두 4개를 28홍콩달러(약 4천300원)에 파는 다른 한 식당도 비슷한 처지다.

3년 전 추엔완(전<艸머리 아래 全>灣) 지역에 작은 식당을 낸 순케이(50)씨는 미슐랭에 소개되기 전에 임대료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소개된 이후에 건물주의 태도가 돌변해 임대료 30% 인상 요구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는 "나는 미슐랭 탓을 하지도, 건물주 탓을 하지도 않는다"며 "건물주도 먹고살려면 받아낼 수 있는 만큼 받아내야 할 테니까"라고 말했다.

세계적 부동산업체 존스랭 라살에 따르면 홍콩의 번화가 임대료는 1997년 중국 반환 이후 2대 가까이 뛰었다.

순 씨는 "홍콩 정부가 부동산 임대시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많은 중소 식당들이 문을 닫고 있다"며 "한때 식도락의 도시였던 홍콩의 영광이 정말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순 씨는 관광객과 정부 관료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침사추이(尖沙咀) 번화가에 새로 식당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이런 소식은 많은 단골손님들에게 슬픈 소식이 되고 있다.

크리스털이라는 이름의 한 여성은 "울고 싶은 기분"이라며 "취엔완에는 좋은 식당이 많고 그게 내가 여기에 사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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