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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데이비드 보위는 언제나 자기 자신을 연기했다

  • 강병진
  • 입력 2016.01.12 13:09
  • 수정 2016.01.12 13:11

제니퍼 코넬리와 함께 출연한 영화 '라비린스'(1986)

지난 40년 동안 인습을 깨며 양성적 특징을 주류에 포함시키는 작업들을 해온 데이비드 보위는 글램 록 스타일을 음악에만 국한시키지 않았다. 그는 여러 영화에서도 그런 캐릭터를 연기했다.

고전 컬트 영화인 짐 헨슨 감독의 판타지물 ‘라비린스’에서는 고블린 왕 자레스를 맡기도 했고, 장 미셸 바스키아 전기 영화에서도 자신과 비슷한 정신의 소유자였던 앤디 워홀을 연기하기도 했다. ‘주랜더’에서 아예 데이비드 보위라는 인물 그대로를 연기했던 보위는 현실과 거리를 둔 초자연적인 섹시한 캐릭터를 늘 영화 속에 집어넣었다. 그의 캐릭터들은 지기 스타더스트 페르소나처럼 묘했고, 그래서 관객들은 더욱 그를 숭배했다. 그가 출연했던 영화 중 기억에 남을 만한 것들을 모아 보았다.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 (1976)

보위는 두 번째 앨범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를 발표하고 몇 년이 지난 1976년에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는 보위가 평생 추구했던 지기 스타더스트 이미지를 반영했다. 그는 자기 행성으로 돌아가려고 물을 찾는 애절한 인간형 외계인을 연기했다. 이 영화 예고편은 ‘당신이 데이비드 보위에 대해 보고 들었던 어떤 것으로도 그의 첫 드라마틱한 연기를 예상하지 못할 것’이라며, 보위가 ‘우리 시대 몇 안 되는 진정한 독창적 인물’이라고 알렸다. 평은 엇갈렸지만, 니콜라스 로에그 감독의 이 영화는 컬트적 인기를 얻었고 ‘스테이션 투 스테이션’(Station to Station)과 ‘로우’(Low) 앨범 표지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악마의 키스’ (1983)

토니 스콧은 ‘탑 건’과 ‘폭풍의 질주’를 만들기 전에 보위를 캐스팅해서 에로틱한 뱀파이어 스릴러 ‘악마의 키스’를 만들었다. 까뜨린느 드뇌브가 수잔 서랜든을 유혹하는 논란이 된 장면에서 펑크 글래머와 고딕 공포를 분위기있게 섞은 것이 유명하다. 뉴욕 타임스의 평론가 빈센트 캔비는 이 영화 리뷰에서 보위가 ‘영화에 나올 때마다 점점 더 흥미로운 존재감을 갖는다’고 평했다. 보위와 잠깐 염문을 뿌렸던 서랜든은 작년에 맨해튼에서 ‘악마의 키스’ 상영회를 열었다. 우리는 서랜든에게 보위에 대한 가장 좋아하는 기억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가 시리어스 문라잇 투어를 할 때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에서 무대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만큼 음악과 그에 가까이 있었던 것.”

‘라비린스’ (1986)

1986년 영화 ‘라비린스’에 등장하는 보위의 대표적인 캐릭터 고블린 왕 자레스는 보위의 엉뚱한 모든 면을 다 담은 것 같았다. 자레스의 은신처는 원래 영화에 등장할 계획이 없었지만, 짐 헨슨은 보위를 캐스팅했을 때 이 기괴한 왕을 중요한 캐릭터로 만들고 ‘매직 댄스’, ‘애즈 더 월드 폴스 다운’ 등의 뮤지컬 곡들을 추가했다. 이 과장된 부두 영화는 평론가들 사이에서 평이 엇갈렸고 박스 오피스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비디오 시장에서 컬트적 지위에 올랐다. 2005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선보인 ‘미러마스크’가 원래는 ‘라비린스’의 속편으로 기획되었을 정도였다. 게다가 이 영화에는 툭 튀어나온 가랑이 장면도 나오고, 정말 보위다운 가사도 나온다. “나는 누군가를 위해서 별들을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1988)

성경을 기반으로 한 마틴 스콜세지의 대서사시는 크리스천 집단들의 큰 반발을 샀다. 복음에 나온 예수의 삶과는 내용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론가들은 이 기묘한 영화에 찬사를 보냈고, 스콜세지는 오스카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다. 보위는 성격이 차분한 본디오 빌라도 역을 맡았다. 원래 스팅에게 맡기려 했으나 스팅이 고사했다고 전해진다. 뉴욕 타임스 평론가 재닛 매슬린은 보위의 연기를 ‘눈에 띄게 세련되었다’고 칭찬했다.

‘바스키아’ (1996)

줄리앙 슈나벨은 ‘잠수종과 나비’를 만들기 10년 전에 장편 데뷔작 ‘바스키아’를 만들었다. 전복적 예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삶에 대한 통찰력 있는 이 영화에서, 보위는 주요 역인 앤디 워홀 역할을 맡았다. 바스키아의 친구였던 워홀은 1980년대에 키스 헤링, 로버트 라우센버그, 마돈나, 보위 본인과 함께 흥청망청 놀았다. 보위는 가식적이지 않은, 상냥하고 거리를 두는 캐릭터로 워홀을 연기해서 찬사를 받았으며, 로저 에버트는 리뷰에서 보위의 연기가 ‘주목할 만하고 본능적 통찰이 있다’고 했다.

‘주랜더’ (2001)

‘주랜더’에서 오웬 윌슨이 벤 스틸러에게 캣워크 대결 도전장을 내자, 색다른 매력의 전문가 데이비드 보위가 불쑥 나서서 판정을 내리기로 한다. 이 영화에서 그의 등장은 마치 그의 커리어 전체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는 나타나 선글라스를 벗고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이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라 숨을 훅 들이킨다. 그래야 마땅하지.

‘프레스티지’ (2006)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방탕한 미스터리에서 순간 이동 혁신가 니콜라 테슬라 역할에 보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보위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놀란이 뉴욕까지 날아와 그의 마음을 바꾸었다. 미묘하고 작은 역할이지만 영화에는 필수적이다. 테슬라가 휴 잭맨이 연기하는 마술사 캐릭터에게 타임 머신을 부수고 그의 적 크리스천 베일과의 싸움을 중지하도록 설득하기 때문이다. 보위는 자신감으로 테슬라를 연기한다.

 

허핑턴포스트US의 In Movies, David Bowie Was Always So Perfectly Himself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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