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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12일 12시 52분 KST

'세월호 시위대가 경찰 라면 훔쳤다!'던 검찰, 재판에서 말을 흐리다

Gettyimagesbank

점심이 가까워지던 11일 오전 11시20분. 서울중앙지법 320호 법정에선 라면 한 상자를 놓고 재판장과 검사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재판장이 "라면은요?"라고 묻자 검사는 말을 흐렸다. "공용물건이라서 제가 공소를 유지했습니다. 대원들이 먹는 것이기 때문에 공용물건인 게 맞아서…."

답을 들은 재판장은 한동안 말없이 서류만 뒤적였다. 짧지만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결국, 먼저 입을 연 것은 검사였다.

"…아니면 뭐, 라면은 정리 가능합니다."

재판장은 그제야 "그럼 그 부분 철회하시죠. 공소사실 범죄일람표에 있는 공용물품 중에서 라면 한 박스는 철회하는 걸로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라면 한 상자는 5분 만에 피고인의 혐의에서 사라졌다.

라면이 문제로 떠오른 건 지난해 4월18일 세월호 1주기 집회 때였다. 경찰관 74명이 다치고 경찰버스 등 71대가 파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버스 안에 있던 기동복·방패·경찰봉·무전기·소화기가 부서지고 사라졌다고 밝혔다. '피탈·파손 공용물품 목록'엔 라면 한 상자도 있었다.

정작 피고인도 경찰도 검찰도 법원도 이 라면이 컵라면인지 봉지라면 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경찰은 그저 "버스 안 물건들이 시위대 난입 후 사라졌다"고만 했다.

검찰은 세월호 1주기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박래군(55)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을 지난해 7월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그가 시위대와 공범이라며 부서지고 사라진 경찰 물품에 대한 '특수공용물건손상' 혐의를 적용했다.

변호를 맡은 박주민 변호사는 "라면 한 박스를 넣은 건 '시위대가 이런 물건도 가져간다'며 도덕성을 공격하려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재경지법 한 판사는 "증거도 없이 '누군가 라면을 가져가는 걸 봤다'는 정도의 전의경 발언을 근거로 기소했다면 검찰의 공소권 남용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의 피탈 공용물품 목록에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며 "경찰 자료를 토대로 공소장에 포함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불명확하거나 지엽적인 부분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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