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연극계의 큰 별 백성희, 세상을 떠나다

  • 박세회
  • 입력 2016.01.12 11:43
  • 수정 2016.01.12 19:34

70여 년간 연극 외길 인생을 걸으며 '한국 연극계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렸던 배우 백성희가 12일 그의 이름을 딴 극장에서 '마지막 무대'를 끝으로 영면했다.

사진은 '반야아저씨'에 출연 중인 백성희 씨.

이날 오전 서울시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는 지난 8일 향년 91세의 나이로 타계한 배우 백성희의 영결식이 열렸다. 영결식이 열린 '백성희장민호극장'은 201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배우의 이름을 따 문을 연 극장이다.

대한민국 연극인장으로 치러진 이날 영결식에는 연출가 임영웅, 극작·연출가 이윤택, 김광림, 배우 최불암, 신구, 송승환, 김성녀, 김금지, 안호상 국립극장장 등 연극인을 비롯한 공연예술계 관계자 23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원로 연극인 백성희의 노제가 열린 12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국립창극단 단원들이 고인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씻김굿을 벌이고 있다.

임영웅 연출이 명예장례위원장, 연출가 윤봉구가 장례위원장을 맡았으며, 배우 박정자, 극작가 윤대성,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 안호상 국립극장장 등이 장례부위원장을 맡았다.

배우 강부자, 김갑수, 김금지, 김성녀, 김을동, 나문희, 박근형, 송승환, 양희경, 유인촌, 윤문식, 이순재, 전무송, 최불암, 최종원, 최주봉, 극작·연출가 김광림, 이윤택, 극작가 이강백 등 한국의 대표적인 연극인 200여명이 장례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2008년 연극 '백년언약'에 출연 중인 백성희씨.

1925년 9월 2일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본명 이어순이)은 17세에 빅터무용연구소 연습생, 빅터가극단 단원을 거쳐 18세이던 1943년 극단 현대극장 단원으로 입단, 같은 해 연극 '봉선화'로 데뷔해 70여 년간 연극 외길을 걸었다.

고인은 "작품은 가려서 선택하지만, 배역은 가리지 않는다"는 신조로 평생 400여 편의 연극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국립극단의 현존하는 유일한 창립 단원이자 현역 원로단원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배우 손숙은 "이 무대에는 우리가 사랑했던 백성희 선생님이 누워있다"며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연극배우 백 선생님을 보내드리기 위해 한마음으로 모인 우리가 백 선생님의 마지막 관객"이라고 말했다.

그는 "막이 오르기 전에 무대 뒤에서 몸을 가늘게 떠시면서 간절하게 기도하시던 백 선생님을 저는 기억한다"며 "하지만 막이 오르고 무대에 나오면 그 꼿꼿한 자세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관객을 압도하던 위대한 연극배우였다"고 회고했다.

손숙은 "저희는 울지 않고 행복하게 선생님을 보내드리려고 한다"며 "육신은 떠나셨지만, 선생님의 혼은 무대 위에 저희와 함께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묵념 후 배우 박정자는 고인의 70년 연기 인생을 정리한 회고록 '백성희의 삶과 연극, 연극의 정석'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추모낭독을 했고, 고인의 생전 인터뷰와 공연 장면을 담은 영상이 이어졌다.

추모사를 한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눈물을 참느라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한 채 "선생님은 70여 년간 연극의 끈을 이어온 대한민국 연극 역사의 주춧돌이며 산증인이셨다. 선생님은 성실함으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줬고, 연기는 우리의 전범이었다"고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고인의 생전 마지막 작품이 된 연극 '3월의 눈'을 연출하기도 한 손 전 예술감독은 "비록 선생님의 육신은 이승을 떠나셨지만, 선생님과 함께 한 추억과 역사는 이곳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라며 "계절이 되면 내리는 눈처럼 다시 돌아오셔서 우리의 연극을 지켜보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택의 조시를 안숙선이 노래하고, 소리꾼 장사익이 가수 백설희가 부른 '봄날은 간다'를 조가로 불렀다.

'봄날은 간다'는 고인이 연극 '3월의 눈'에서 연기했던 '이순'이 극중에 흥얼거리는 노래로, 고인이 실제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다.

영결식장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정몽준 전 의원 등이 보낸 조화도 함께했다.

영결식 후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손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연출로 국립창극단 단원 등 48명이 만가와 씻김굿을 하는 노제가 진행된다. 이후 고인은 분당메모리얼파크에서 영면한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백성희 #연극 #원로배우 #부고기사 #문화 #사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