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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역대 추격전 잊지 못할 대반전 다섯

  • 원성윤
  • 입력 2016.01.11 16:59
  • 수정 2016.01.11 18:42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전매특허인 추격전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쫄깃한 긴장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구성이다. 멤버들끼리 살기 위해 연합을 했다가 배신을 하기도 하는 합종연횡이 반전에 반전을 만들었다.

서로의 뒤통수를 치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카메라가 마구 흔들려 정제된 그림과 거리가 멀지만 이 같은 긴박감이 재미가 있다. ‘무한도전’의 첫 추격전인 2008년 6월 21일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당시 흔들리는 카메라로 인해 산만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는 것은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 이제는 그 정신 없는 화면 구도가 예능에서 보는 ‘스릴러 영화’와 같은 묘미의 이유다. 그야말로 예능 흐름을 바꾼 구성이 추격전이기도 하다.

‘무한도전’의 추격전은 100회 이후에나 등장한다. 2006년 5월 6일 첫 방송을 한 이래 2년이나 지난 2008년 6월에 처음으로 도입된 구성이다. 무형식의 예능인 ‘무한도전’이 꾸준히 하는 특집이 체력의 한계 도전, 퀴즈 대결, 시청자 참여, 추격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탄생의 역사가 가장 짧은 게 추격전이다. 이후 추격전은 술래잡기, 보물찾기 형태를 적절히 가미하거나 모험 형식의 구성을 넣어 변화를 꾀했다.

# 1. 추격전의 시작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추격전은 쫓고 쫓기는 과정 뿐 아니라 술래잡기 혹은 보물찾기 형태가 결합돼 있다. 2008년 6월 21일부터 3주간 방송됐던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는 추격전의 시초였다. 멤버들은 가짜와 진짜 돈가방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속이면서 300만 원의 금일봉을 차지하기 위한 대결을 벌였다. 사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가 나오기까지 그해 4월 26일 방송됐던 ‘경주 보물 찾기’ 특집의 성공을 빼놓을 수가 없다.

원초적인 보물찾기 형태였던 이 특집은 멤버들간의 치열한 대결이 재밌다는 것을 보여준 특집이었다. 이후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에서 본격적으로 쫓고 쫓기는 경쟁을 보여줬다. 여의도와 서울역 등을 오가면서 돈가방을 사수하기 위해 치고박고 싸우던 이날의 특집, 최후 승리자는 ‘사기꾼’ 노홍철이었다. 박명수에게 사기를 쳐서 돈가방을 뺏은 노홍철. 허나 제작진의 반전이 있었다. 바로 노홍철이 불우이웃돕기 성금에 돈을 맡기는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이 특집은 추격전의 시초이자, 작은 실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는 것을 알려준 시발점이었다. 정준하가 열차에서 큰 목소리로 떠들었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제작진과 정준하는 사과를 해야 했다.

# 2. 추격전의 진화 가능성 보여준 ‘여드름 브레이크’

2009년 6월 20일 방송된 ‘여드름 브레이크’는 추격전이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특집이었다. 형사와 탈옥수로 나눠 멤버들이 대결을 벌인 구성. 여기서 제작진은 길이라는 당시 게스트였던 출연자를 활용했다. ‘궁 밀리어네어’ 특집에 이어 조력 혹은 방해꾼 역할을 했다. 길의 이간질과 훼방은 추격전의 재미를 높였다. 탈옥수를 맥없이 놓치던 형사, 그리고 이들의 발길 닿는 곳마다 풍자의 장치를 녹였던 제작진의 구성은 단순한 재미만 선사한 것이 아니었다.

멤버들의 ‘무한 이기주의’라는 기본적인 주제의식 속에 두 번째 추격전인지라 추격전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던 까닭에 더욱 치열한 맛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길과 같이 민머리인 출연자들이 정준하의 가방을 뺏은 장면은 이날의 명장면이었다. 정준하는 울분 썩인 “온통 빡빡이”라는 말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정준하의 이 한 마디는 2013년 9월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100빡빡이의 습격’의 탄생의 배경이 됐다.

# 3. 여의도 공원 공중전화 그 장면, ‘꼬리잡기’

2009년 9월 12일 '꼬리잡기'. 지금도 잊지 못할 명장면이 나왔다. 멤버들은 색깔이 다른 꼬리를 달고 뛰어다니면서 자신의 꼬리를 노리는 사람을 피해 다른 사람의 꼬리를 잡아야 하는 특집을 벌였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 보라라는 무지개색의 꼬리는 향후 자신이 잡아야 하는 꼬리를 예측하게 했다. 초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박명수, 언제나 그렇듯 사기를 치는 데 능한 노홍철 덕에 흥미로운 구성이었다. 정준하는 또 다시 노홍철에게 당하며 ‘바보 캐릭터’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이후 ‘TV 전쟁’ 특집에서 노홍철을 무너뜨린 정준하가 환희의 아우성을 치는 모습은 ‘꼬리잡기’ 특집부터 쌓아온 울분이 폭발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 특집의 명장면은 ‘무한 콜센터’에서 나왔다. 정형돈은 ‘무한 콜센터’에서 간신히 박명수를 피했다. 바로 자신을 잡으려는 멤버의 정보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근처 5m 안에서 접근 중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공중 전화를 끊고 나니 박명수가 접근하고 있었다. 맹렬히 쫓는 박명수, 간신히 빛의 속도로 도망간 정형돈의 반전은 시청자들이 향후 추격전을 볼 때 박진감 넘치는 반전을 기대하며 보게 만들게 했다.

# 4. 고전과 추격전의 결합 ‘별주부전’

2011년 10월 15일 방송된 별주부전은 추격전에 다양한 장치를 끼워넣는 시초였다. 전래동화인 ‘별주부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멤버들이 토끼와 거북이로 나눠 간을 빼앗고 숨기는 대결이었다. 땡볕 아래에서 토끼와 거북이 의상을 입은 채 서로의 뒤통수를 치는 구성은 소소한 재미가 많았다. 단순한 술래잡기 형태일 수 있지만, 토끼가 낮잠 자는 시간을 마련하고, 신체검사를 통해 간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등의 재밌는 장치가 대결의 재미를 높였다.

이후 ‘무한도전’은 러시안 룰렛 기법을 활용한 ‘말하는대로’(2012년 8월 11일), 고전 ‘햇님달님’을 섞은 ‘햇님달님’(2012년 10월 13일), 시간 이동 장치를 추가한 ‘관상-왕 게임’(2013년 11월 16일)과 ‘무도-폭염의 시대’(2014년 8월 9일) 등 진화한 추격전 형태를 보여줬다. ‘별주부전’의 가장 큰 재미는 노홍철 못지않게 얄밉게 멤버들을 속이게 된 유재석의 사기 능력치 향상이었다. 노홍철이 빠진 지금의 ‘무한도전’에서 추격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도 유재석이다.

#5. 진짜 경찰이 잡는다, 리얼 추격전

지난 해 12월 19일부터 3주간 방송됐던 ‘무도 공개 수배’는 10개월 만에 돌아온 추격전인 만큼 역대급 추격전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부산 경찰이 멤버들을 잡는 구성이었다. 시민들의 제보와 휴대전화 통화 기록이 경찰들에게 주어지고, 멤버들은 돈 혹은 자동차, 추적 불가 휴대전화를 획득해 도망다녔다. 여기서 합종연횡은 있었다. 먼저 잡힌 멤버들이 경찰에게 협조를 하거나, 잡혔다가 도망친 후 재검거되면서 불신의 추격전이 펼쳐졌다. 무조건 열심히 도망다녔던 광희가 추격전의 새로운 재미를 만든 가운데, 유재석은 오랜 추격전의 경험을 되살려 노련한 도주 실력으로 경찰을 곤경에 빠뜨렸다.

진짜 경찰이 뒤를 쫓는 까닭에 긴장감이 높았고, 멤버들 역시 더욱 치밀하게 대응하며 매번 추격전의 새로운 재미를 만드는 ‘무한도전’다운 결과물이 나왔다. 마지막 남은 광희가 경찰에게 잡히며 전원 검거로 마무리됐지만, 실제 경찰과 또 다시 손을 잡고 추격전을 방송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큰 재미가 있었던 방송이었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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