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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확성기를 통해 방송된 '최고 존엄' 비판 내용

ⓒ연합뉴스

"독재자 김정은이 경제를 안다면 주민들이 그렇게 못 살 수 있겠습니까?"

우리 군이 지난 8일 대북 확성기로 방송을 시작한 심리전 FM '자유의소리' 대담 프로그램에서 나온 발언이다. 대담에는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도 참가했다.

대담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주도해온 수산물 증산 정책을 비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한 출연자는 "수산물 증산은 김정은이 현실을 모르고 내린 지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수산물 증산 정책이 군과 주민의 인기를 얻기 위한 '얄팍한 속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출연자들은 하나같이 김 제1위원장의 호칭을 생략하고 그냥 '김정은'이라고만 불렀다.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듯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서는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 제1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비판이 자주 나온다.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최고존엄 모독'으로 간주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자유의소리' 시사 프로그램은 김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감행된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정면으로 다뤘다.

아나운서는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이번 사태를 저질렀다"며 "핵실험의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른 프로그램은 김 제1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를 정조준했다.

리설주가 수천 달러짜리 영국산 옷을 입고 5천 달러가 넘는 티파니 목걸이를 찬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다수의 북한 주민이 빈곤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도 최고지도자 부부는 온갖 사치를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마침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지난 8일은 김 제1위원장의 생일이었다.

북한이 최고존엄으로 떠받드는 김 제1위원장의 생일에 그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최전방 북한군 부대와 민간인 거주지에 그대로 울려퍼진 것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대한 충성심이 체제의 근간인 북한은 이 같은 메시지를 체제 안정을 뒤흔드는 위협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대북 확성기 방송의 북한 체제 비판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와 논리로 뒷받침하고 흥미까지 곁들이기 때문에 더 위협적이다.

한 프로그램은 가수 이애란의 '백세인생'을 틀어준 다음 북한 사람의 기대수명이 남한 사람보다 10여년이나 짧다는 통계자료를 인용하며 북한 체제를 비판했다.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에는 김정은에 대한 비판도 포함되지만 어디까지나 사실에 입각한 내용"이라며 "유치한 방법은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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