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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변이' 없다던 정부, 이제는 '변종 아니라 괜찮다'

  • 허완
  • 입력 2016.01.08 13:19
ⓒ연합뉴스

메르스 바이러스(MERS-CoV)의 국내 변이 가능성을 부정하던 정부가 뒤늦게 '변이'(variation) 사실을 인정하면서 '변종'(variant)이 아니라 큰 의미가 없다는 해명으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8명의 국내 메르스 환자로부터 분리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0.1%의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염기서열이나 아미노산 수준의 차이를 보인 것은 맞으나 바이러스의 전파력이나 치명률 등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치는 변종으로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 오해를 피하려고 지금까지 '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는 "(논문에 쓰인) 배리에이션(variation)이라는 용어를 우리말로 직역하면 '변이'로 표현되는데, 이렇게 하면 독성의 차이나 치명률의 차이 등 중증 변종바이러스로 오해할 여지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약하다는 당국의 설명과 달리 빠르게 확산했다.

5월20일 첫 메르스 환자가 확인된 이후 한 달만에 환자 수는 169명으로 늘었고, 환자 수가 186명으로 늘어나는 데에는 50일(7월4일)도 걸리지 않았다.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당국에서는 '변이는 없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최초 메르스 환자의 부인(2번 환자)에게서 분리한 메르스 바이러스를 분석했을 때도 "기존 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한다"고 발표했고, 지난해 11월 한 민간 비영리 연구소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을 제기했을 때도 변이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첫번째 메르스 바이러스 분석 결과를 발표할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2번 환자에게서 분리한 바이러스가 표준 메르스 바이러스(EMC주)와 "99.55% 일치"한다고 밝혔다.

메르스 변이 관련 표현 방법도 바뀌었다. 메르스가 한참 확산하던 때는 국내 바이러스와 표준 바이러스가 99% 이상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제 와서야 두종류의 바이러스에서 0.1% '차이'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아 메르스가 확산했는데, 아직도 모호한 말로 문제 핵심을 호도하려는 듯하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이를 확인했다"는 내용의 논문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슬그머니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번에 확인된 '0.1%의 변이'가 치명률·전파력 등 메르스의 질병 양상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정부의 해명을 돕기 위해 브리핑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뿐 아니라 환자의 임상 양상과 전파 양상 등 바이러스 특성을 연계 분석하는 추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현재 민관 합동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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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질병관리본부 #메르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