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수소탄' 들고 나온 북한을 향한 중국의 선택은?

  • 원성윤
  • 입력 2016.01.07 13:32
  • 수정 2016.01.07 15:52
ⓒgettyimageskorea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놓고 중국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전략적 동맹관계를 맺어온 중국과 북한의 관계에 이번 핵실험이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중의 균열은 김일성-김정일에 이은 김정은 3세 권력으로 이양되면서 생기기 시작했다.

북한은 중국 시진핑 주석이 올해 들어 처음 나선 지방시찰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 핵실험을 발표했다. 연합뉴스TV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4일부터 6일까지 충칭을 찾아 항구와 기업들을 둘러보고 업무회의를 열어 충칭시 간부들로부터 현황 보고를 들었다”며 “시 주석은 오후 늦게 베이징으로 돌아왔을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핵실험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연합뉴스 1월7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3년 제3차 핵실험 당시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기간인 2월 12일을 선택했다”며 “당시 시 주석은 2월 2∼5일 나흘간 간쑤(甘肅)성 일대를 시찰하고 돌아온 뒤 춘제 연휴를 보내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중국 새 지도부가 갓 출범한데다 최대 명절인 춘제 기간에 핵실험을 감행한 것에 시 주석이 격노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고 보도했다.

모란봉악단의 철수가 이번 수소탄 개발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2015년 12월10일 김정은 위원장은 평천 혁명사적지 현지 지도에서 "오늘 우리 조국은 수소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이 될 수 있었다"며 수소탄 개발을 발표했다.

마침 이날은 모란봉악단이 중국 공연을 위해 베이징에 입성한 날이었다. 이틀 뒤 모란봉악단이 공연을 취소하고 북한으로 돌아가자 현지에선 "중국이 김정은의 수소탄 발언과 핵실험을 연상시키는 모란봉악단의 공연 내용에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은 "모란봉악단 철수를 둘러싼 북·중 간 대립이 김정은의 4차 핵실험 결심을 굳히는 데 방아쇠 역할을 했다"며 "김정은으로선 '이제 더 이상 중국 눈치 볼 것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1월7일)

사실이 이렇다면 그동안 시 주석이 '북한 달래기'를 해온 것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헤럴드경제 1월7일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기 위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10월 10일)에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을 전격적으로 파견하기도 했다”며 “양국은 이 일을 계기로 전통적인 혈맹관계를 재확인하고 고위급 정치대화, 경제교류 등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역시 '배신감'을 토로하는 강한 어조로 북한을 성토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월6일 정례브리핑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고려하지 않고 다시 핵실험을 진행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핵확산을 방지하며,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중국의 굳건한 입장이다. 우리는 조선(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상황을 악화하는 그 어떤 행동도 중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중국은 사전에 아무것도 알고 있지 못했다" (연합뉴스, 1월6일)

중국의 이같은 분노는 중국 대변인의 논평에서 '특정단어'가 빠졌다는 데에서도 읽을 수 있다. 중국은 앞서 북한의 세 차례의 핵실험 당시 '각방냉정(各方冷靜, 모든 당사자의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던 문구를 삽입했던 때와 달리 이번 성명에서는 이 부분이 빠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을 비판하면서도 뒷부분에서 ‘각방냉정(各方冷靜·모든 당사자의 냉정한 대응)’을 희망한다고 밝히곤 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이처럼 양비론적 표현을 써온 건 혈맹인 북한을 배려한 것이자 미국이 도발의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는 걸 간접 지칭하는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4차 핵실험 국면에선 달랐다. 6일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에선 이 부분이 통째로 사라졌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하고, ‘북 측(朝方)이 비핵화 약속을 지켜주길 강력히 촉구'했을 뿐 ‘각방냉정’이란 표현은 없었다. (중앙일보, 1월7일)

이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1월6일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 면전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개최한 2016년 외교부 신년초대회 연설을 통해 왕 부장은 '중국은 국제 핵비확산 체제를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으며, 왕 부장의 발언 내용은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외교안보통일전문가로서 영입된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前 독일대사, 국정원 1차장)

북한의 소수탄 핵실험을 강력하게 비난하고는 있지만 중국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움직임을 지원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정은 정권 역시 북한이 중국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이번 핵도발을 벌이는 것이 가능했을거라는 분석도 있다. 실험을 감행해도 중국이 북한을 내치지는 않을거라는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의 외교안보통일전문가로서 영입된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前 독일대사, 국정원 1차장)은 1월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제가 볼 때는 북한의 붕괴는 중국의 국익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략적으로 버릴 수가 없습니다. 제가 주장하는 것은 중국은 북한을 버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북한의 붕괴를 가져올 수준의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은 중국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것입니다. 북한이 어려워서나 무서워서가 아니라 중국의 국익으로 볼 때 북한의 붕괴는 지정학적인 이유에서 중국의 이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월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제일 북한을 아프게 하고 결정적인 것은 아마 (북한으로의) 에너지 수출을 금지시키는 걸 겁니다. 목을 조이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북한의 생존에 관계되는 제재조치는 중국에 의해서 허용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전략적 가치, 북한의 생존이 중국의 국익이라고 중국은 판단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망하게 될 수준의 국제적 압력은 중국이 자기의 국익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1월7일,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

외신 역시 중국이 북한을 '고강도 제재'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1월6일 기사에서 "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은 북한의 존재가 중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시진핑 #북한 #수소탄 #김정은 #북중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