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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08일 06시 02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08일 14시 12분 KST

헤이트풀8 - 타란티노의 8번째 작품

나는 이 영화에 수작이니 걸작이니 하는 말 필요 없이 '타란티노의 8번째 작품'이라는 수식어만 붙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만한 브랜드가 또 있을까? 타란티노의 영화는 타란티노만 만들 수 있다. 10편 만들고 은퇴하겠다는 소리는 제발 그만 했으면 한다.

와인스타인 컴퍼니

* '헤이트풀8'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설원에 덩그러니 놓인 오두막. 눈보라가 휘몰아쳐 곤란한 상황을 맞게 된 8명이 우연히 그곳에 모이게 된다. 그리고 몇 가지 사연이 겹쳐, 전멸하고 만다.

<헤이트풀8>의 이야기를 아주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위의 두 문장이면 된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에 숨이 붙어있는 사람이 있지만, 대사에서도 나오듯 곧 죽을 것이다.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2시간 47분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시간이다. 게다가 영화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8명의 캐릭터(좀 더 많은 사람이 있지만 나오자마자 죽거나, 등장 후 곧 죽는다) 와 오두막 한 채 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혀 지루하지 않다. 지루하기는커녕 본격적으로 '자 이제 피치 좀 올려볼까'하고 그 전까지의 분위기를 박살내는 마커스(새뮤얼 L. 잭슨)의 이야기가 시작하면서부터는 어떻게 끝나는지도 모를 정도다.

영화는 분명히 '보는' 매체다. 같은 사람들이 같이 장소에서 왔다 갔다 하며 말을 하고 총을 몇 방 쏘는 것으로 '재밌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타란티노는 직업, 행실 등을 통해 캐릭터를 확실하게 구축하고 극도로 위악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며 이후의 텐션을 자기 마음대로 조절해 나간다. 이야기를 만드는 노련함이 이런 부분에서 드러나는데, 쓸데없이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누구나 알고 있는 간단한 역사적인 사실을 가져와 극도로 자극적인 이야기를 마치 표면장력으로 인해 찰랑거리는 찻잔의 물처럼 넘칠 듯 말듯하게 유지한다. 이 한 방이 극을 완전히 다른 꼴로 전환시킨다. 남북전쟁에 북군으로 참전했고 링컨과 펜팔을 한 것으로 알려진 마커스 소령의 캐릭터가 감독의 전작 '장고'를 떠올리게 하는 점도 그의 막장 행각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은근한 장치였는지도 모른다.(그가 겪었던 걸 생각하면...) 실제로 타란티노는 <장고 : 분노의 추격자>의 시나리오를 구상하다가 <헤이트풀8>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의 직업이 현상금 사냥꾼인 점, 따로 언급은 되지 않지만 떨어진 곳에서도 도머그(제니퍼 제이슨 리)의 발을 정확하게 조준 사격할 수 있는 명사수인 점이 그렇다.

타란티노는 언제나 자신의 영화로 재능과 실력을 증명해왔다. <헤이트풀8> 역시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환영할만한 작품이다. 나는 이 영화에 수작이니 걸작이니 하는 말 필요 없이 '타란티노의 8번째 작품'이라는 수식어만 붙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만한 브랜드가 또 있을까? 타란티노의 영화는 타란티노만 만들 수 있다. 애초에 그의 영화 같은 발상은 그 밖에 못한다. 독립된 세계에서 다른 것들과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다른 걸 다 떠나서, <헤이트풀8>은 끔찍하고, 재미있다. 그의 9번째 영화를 기다린다. 10편 만들고 은퇴하겠다는 소리는 제발 그만 했으면 한다.

PRESENTED BY 호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