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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은 3가지 이유

  • 허완
  • 입력 2016.01.07 12:31
  • 수정 2016.01.07 12:37
ⓒshutterstock

전 세계에 약 7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가 7일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7일 오전 넷플릭스는 주요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트위터에서는 '트렌드'에 등극했다.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당장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1. 한국 유료방송은 미국처럼 비싸지 않다.

미국에서 넷플릭스가 성공을 거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저렴한 가격이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다.

케이블TV 요금이 월 10만원대를 넘어서는 미국에서 넷플릭스는 10분의 1 수준인 최저 월 7.99달러(약 9500원) 정액제 요금으로 가입자를 끌어 모았다. 기존 케이블TV 가입을 해지하고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로 갈아타는 '코드 커터(Cord cutter)'들도 등장했다.

그러나 한국은 케이블TV나 IPTV 같은 유료방송의 요금이 보통 월 1~2만원대에 불과하다. 넷플릭스가 가격 경쟁력을 갖기 힘든 구조다. (게다가 넷플릭스에서는 지상파나 케이블의 실시간 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

모정훈 연세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열린 'IPTV 방송산업 콜로키움'에서 "그러나 국내에서는 가격 측면에서 메리트가 별로 없고 실시간 방송의 대체재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료방송을 끊고 OTT로 전환하는 속도는 느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남는 관건은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얼마나 있는지 여부다.

2. 특화된 콘텐츠가 없다.

하우스 오브 카드가 없다니...

속단할 단계는 아니지만, '킬러 콘텐츠'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넷플릭스에만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것.

블로터에 따르면, 현재 국내 넷플릭스에는 '하우스 오브 카드'도 빠져 있고(향후 한국 지원 여부도 불투명하다), 영화 등 국내 콘텐츠는 20~30여편에 불과하다.

넷플릭스 측도 이런 점을 인정하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새로 지원하는 지역에서 처음부터 모든 콘텐츠를 시스템에 업로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순차적으로 콘텐츠를 추가할 예정이고, 지금 보는 콘텐츠는 최소 수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블로터 1월7일)

넷플릭스 측 관계자도 “콘텐츠 공급자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할 때 서비스 지역을 한정하기 때문에 초기 콘텐츠들은 새로 서비스하는 지역에 라이선스 계약이 안돼 있는 것도 있다”며 “서비스를 처음 시작하면 콘텐츠가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디넷코리아 1월7일)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16에서 넷플릭스 CEO 리드 해스팅스가 연설을 하고 있다. ⓒGettyimageskorea

한국 콘텐츠의 경우, 당분간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한국 진출을 선언한 지난 가을 이후, 넷플릭스는 국내 업체들과 제휴를 모색해왔다. 제휴는 크게 두 방향으로 추진됐다. ①콘텐츠 송신을 담당할 통신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②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할 제작사(지상파 3사, Cj E&M 등).

그러나 서비스가 개시된 지금까지도 국내 업체들과의 제휴 소식은 없다. 유력한 제휴 상대로 꼽혔던 IPTV 사업자들의 경우, 수익 배분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①의 경우, 넷플릭스는 9(넷플릭스)대1(통신사)의 수익 배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넷플릭스는 이통사와 손잡고 IPTV 내에 넷플릭스 서비스를 탑재할 계획이었다. 이통사는 넷플릭스가 요구하는 조건이 국내 사업자와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이통사에 콘텐츠 수익 배분 9대 1, IDC 센터 무료 이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IPTV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수익을 보통 35대 65로 배분한다. IDC센터를 사용하는 포털 등 사업자에 유료로 대가를 받는다. (전자신문 2015년 12월14일)

②의 경우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전자신문에 따르면, 지상파 3사나 CJ E&M 측은 넷플릭스가 제시한 금액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콘텐츠 가격에 못 미쳐 계약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상파방송사는 한국내 자사 콘텐츠의 제공을 거부하고, 동남아시아 등 한국 이외 지역에서 자사 콘텐츠의 제공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한국의 지상파방송사 콘텐츠를 제공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293쪽)되는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체 VOD(주문형비디오) 플랫폼이나 지상파UHD 플랫폼을 통해 자사 콘텐츠를 독자적으로 서비스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3. 시장이 다르다. 소비자도 다르다.

넷플릭스 같은 OTT(Over the top) 서비스가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푹(pooq)이나 티빙(tving) 같은 OTT 서비스의 가입자수 자체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그 중 유료 가입자수는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연히 수익성도 그리 높지 않다.

이들 서비스가 제공하는 콘텐츠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일까?

그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보다 구조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분석했다.

1. 한국의 OTT 서비스는 미국처럼 가격 경쟁력이 없다. 한국의 케이블TV나 IPTV는 충분히 저렴하다.

2. 국내 이동통신 3사는 무료 또는 염가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 한국에는 엑스박스, 애플TV 같은 스트리밍 기기가 미국만큼 많이 보급되지 않았다.

김혁 콘텐츠연합플랫폼 이사는 "통신사까지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돈을 안내고도 콘텐츠를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에 한국 OTT 서비스는 아스팔트에서 모내기를 하겠다는 것과 같다"고까지 말한다.

또 한국은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특화된 콘텐츠를 별도로 제작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소비자들이 '건별 결제'에 익숙하다는 점도 넷플릭스의 성공을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넷플릭스와 같은 월정액제 형태의 'SVOD(가입형 주문형 비디오)' 가입 비중은 유료방송 VOD 이용자수의 10%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

종합하면, 이렇다.

  • 일반 시청자들이 가격 때문에 유료방송(케이블TV, IPTV) 가입을 해지하고 넷플릭스로 갈아탈 이유는 거의 없다.
  • 넷플릭스에서는 실시간 지상파, 케이블 방송을 볼 수 없다.
  • 영화나 TV 프로그램 등 국내 콘텐츠가 빈약하고, 이런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당분간 거의 없다.
  •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무엇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일부 '미드 매니아'(그렇다. 전체 시청자 중에서는 극히 일부다.)를 가입자로 확보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서비스가 성공하기 어렵다. 국내 콘텐츠 분야의 제휴 파트너를 끌어들이거나 바람을 일으킬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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