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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정부의 조건: 김영란법에서 비례대표제까지

2016년 새해에는 공직자의 청렴성을 위한 '김영란 법'이 9월 28일부터 시행됩니다. 이 법의 정식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데, 2012년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 씨가 추진했던 법안이라고 하여 '김영란 법'이라고도 부릅니다. 착한 정부의 조건 하나가 강화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입니다.

  • 김윤상
  • 입력 2016.01.07 13:45
  • 수정 2017.01.07 14:12
ⓒgettyimagesbank

개혁 순서의 역설: 중요할수록 늦다

2016년 새해에는 공직자의 청렴성을 위한 '김영란 법'이 9월 28일부터 시행됩니다. 이 법의 정식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데, 2012년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 씨가 추진했던 법안이라고 하여 '김영란 법'이라고도 부릅니다. 착한 정부의 조건 하나가 강화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입니다.

법에는 여러 내용이 있지만 종전 제도에 비해 가장 뚜렷하게 다른 점은, 공직자 등이 1회 100만 원 또는 수회에 걸쳐 연간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법에 관한 이런저런 시비가 있기는 합니다만 시비를 거는 측에서도 이 법의 핵심 내용을 부정하는 경우가 없어 다행입니다.

공직자의 청렴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기초는 '김영란 법'에 의해 마련되었으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는 아직 매우 미흡합니다. 고위 공직자의 직무 수행이 자신이 소유하는 주식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주식 백지신탁제는 두고 있지만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더 중요한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두고 있지 않습니다. 공직자 인사청문회 때마다 불거지는 문제가 주식 아닌 부동산이라는 것은 상식인데도..... '중요할수록 개혁이 늦다'는 '개혁 순서의 역설'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듯합니다.

중립기관 인사를 대통령에 맡겨서는 안 된다

공정성의 관점에서 부동산 등 금전적 이해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치적 중립성입니다. 감사원이 4대강 감사 결과를 정권에 따라 다르게 내놓는 것, 국정원 댓글 사건에 엄정하게 대처하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엉뚱하게도 혼외자 의혹으로 물러난 것, 경찰청장이 국민의 안전보다 정권의 안전에 더 신경을 쓰는 것, 한국방송공사가 정권에 대한 비판을 자체 검열하는 것, 교육부 방침에 충실히 따라서 선출한 국립대 총장을 교육부가 대통령에게 임용 제청조차도 못하는 것 등. 이런 모든 이상한 사태의 배경에는 대통령의 인사권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광범위합니다. 대법원장이나 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 인사에 국회와 대통령이 관여하는데 이래서 사법부 독립이 이루어질까요? 국정원장, 국가인권위원장 임명권자도 대통령인데 이런 기관에 정치적 중립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 인사도 대통령과 정치권이 좌우하는 현실에서 언론의 공정성이 보장될까요? 심지어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필요가 있을 때 두는 특별검사의 임명권도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대통령이 중립기관의 인사에 관여하려면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엄정하게 지킨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정당 간의 경쟁을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 정치적 고려를 포기할 수 있을까요? 물고기에게 물 밖에서 살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그러므로 중립기관의 인사에 대통령 등 정치권이 아닌 일반 국민의 상식을 반영하는 개혁이 필요합니다. 지면 관계상 자세한 내용은 저의 다른 글을 링크해 두겠습니다. https://www.huffingtonpost.kr/yoonsang-kim/story_b_7456650.html

착한 정부를 위해 더 중요한 개혁은 정치개혁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국회의원의 대표성 결핍입니다. 각 선거구마다 1등만 당선되는 지금의 선거제도로는 국민의 선택과 상당히 괴리된 대표들이 국회에 진출합니다. 2등 이하 후보가 받는 표가 모두 사표가 되고 맙니다. 소선구제는 양대 정당을 낳고 양대 정당은 적대적 공생관계를 형성하여 다 같이 개혁을 기피하게 됩니다. 그러나 비례대표제에서는 정치독과점을 막아 대화와 연합의 정치가 되고 소수파의 의견이 국정에 반영되는 길이 트입니다.

우리나라와 교류가 많은 미국이 1등만 당선되는 소선구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선거제도를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국민이 많지만 사실 서구 등 민주주의 선진국 중에는 비례대표제를 택하는 나라가 더 많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여야가 선거법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첫 합의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양당체제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비례대표제에 대한 졸견도 지면 관계상 링크를 걸어 둡니다.http://www.pn.or.kr/news/articleView.html?idxno=13333

새해에는 '김영란 법'을 계기로 하여 나쁜 정부의 잔재를 휩쓸어 가는 큰 물결이 일기를 소망합니다. 공직 부패가 사라지고, 공직자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떠나 직무를 수행하고, 공공기관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며,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민의 여망이 국정에 잘 반영되는 나라를 꿈꿉니다.

* 이 글은 대구지역 인터넷 매체인 <평화뉴스>에도 기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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