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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청년들에게 '노동개혁 찬성' 대본 건네며 인터뷰 요구

  • 허완
  • 입력 2016.01.07 04:48
  • 수정 2016.01.07 04:49

고용노동부가 전직 대학 총학생회 회장 등에게 이른바 ‘노동개혁’에 찬성하는 인터뷰를 요구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용부는 “노동개혁이 빨리 마무리돼야 한다”는 인터뷰 내용을 미리 정해놓고 당사자들한테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서재우 고려대 전 총학생회장은 6일 페이스북에 띄운 글에서 “어제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노동개혁과 관련해 청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며 “담당자가 ‘내부보고용 자료인데, 인터뷰 내용은 정해서 드릴 것’이라고 해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고 밝혔다. 서 전 회장은 이어 “나는 현 노동개혁에 찬성하지 않을뿐더러 고용노동부로부터 정해진 틀로 인터뷰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고용부는 하루 뒤인 6일 서 전 회장한테 “노동개혁이 한시라도 빨리 마무리돼 청년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미리 짠 인터뷰 각본을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지난해 12월 임기를 마친 서 전 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본인들이 정해진 틀대로 해달라고 하는 것은 인터뷰라고 보기 어렵지 않냐”며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실천하겠다’는 정부 표어와 모순적일뿐더러 비논리적인 인터뷰 내용을 보니 헛웃음이 나오더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6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과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고용부는 서 전 회장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의 전직 총학생회장한테도 같은 요구를 했다. 심민우 홍익대 전 총학생회장도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도 어제 같은 전화를 받았는데 ‘노동개혁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요청해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나는 노동개혁에 대해 시각이 다르고 찬성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심 전 회장은 “고용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기보단 개혁이란 이름으로 마치 노동개혁이 되면 일자리가 엄청나게 창출될 것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포장된 목소리를 내부보고 한다는 게 한심하다”고 말했다.

고용부가 전화를 돌린 대상은 지난해 6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주최한 ‘청년일자리 타운홀미팅’에 참석한 대학 총학생회장, 학보사 편집장 등 4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현옥 고용부 청년고용기획과장은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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