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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혁신, 미친 짓부터 그만두자

모두의 미친 짓 : 정부는 안 바뀌면서 교장·교사가 바뀌기를 바란다. 교장·교사는 안 바뀌면서 학생들만 바뀌기를 기대한다. 학부모는 안 바뀌면서 자녀가 바뀌기를 기대한다. 사회 일반인, 정치가, 교원, 부모들이 좋은 인성의 모범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아동, 청소년들이 바람직한 인성을 갖추기를 기대한다. 격차와 불평등의 심화, 소외와 차별의 난무, 서로 다름의 불인정, 자기 성찰은 게을리하고 상대방 공격에만 열중하면서 사회갈등의 완화와 사회통합을 기대한다.

ⓒ연합뉴스

글 |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미친 짓이란: 과거와 똑같은 방식을 반복하면서 미래에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일"

(Insanity: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아인슈타인은 '미친 짓'을 위와 같이 정의했다. 교육혁신에 관한 얘기를 할 때 집필자들은 이를 종종 인용한다.

새해가 밝아 왔다. 땅속에서는 이미 봄 준비가 시작되었다. 머지않아 꽃들의 함성이 방방곡곡에 울려 퍼질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봄은 아직 먼 듯하다. 꽁꽁 얼어붙은 학교교육에도 희망의 노래 소리가 들리게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교육이 바뀌겠어?"란 자조와 냉소를 "교육은 바뀔 수 있어!"로 바꾸어야 한다. 교육에 희망이 없다고 말하지 말자. 희망은 만들어 가는 것,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2016년 새해는 한국의 학교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꿀 적기다. 모든 아동들에게 학교 수업이 즐겁고 학교 수업이 의미 있게 만들어야 한다. 잘하는 아이들 위주의 교육을 중단하고 모두의 성장과 모두의 성공을 위한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그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교육이다. 그것만이 대한민국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

어떻게 하면 될까? 교육주체들이 '미친 짓(insanity)'을 그만두는 일부터 시작하자. 수많은 아동들에게 한국의 학교교육이 고통이고 질곡인 것은 정부와 학교를 비롯한 교육주체들의 아래와 같은 '미친 짓' 때문이다.

<모두의 미친 짓>

• 정부는 안 바뀌면서 교장·교사가 바뀌기를 바란다. 교장·교사는 안 바뀌면서 학생들만 바뀌기를 기대한다. 학부모는 안 바뀌면서 자녀가 바뀌기를 기대한다.

• 사회 일반인, 정치가, 교원, 부모들이 좋은 인성의 모범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아동, 청소년들이 바람직한 인성을 갖추기를 기대한다.

• 격차와 불평등의 심화, 소외와 차별의 난무, 서로 다름의 불인정, 자기 성찰은 게을리하고 상대방 공격에만 열중하면서 사회갈등의 완화와 사회통합을 기대한다.

•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지 않고 사회가 바람직한 개혁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중앙, 지방)정부의 미친 짓>

• 학교교육의 핵심 목적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각자의 타고난 잠재력을 실현시키는 일; 아동의 정서적·사회적·신체적·정신적 웰빙을 증진시키는 일; 자신감을 키우는 일; 실천을 통해 민주주의를 익히는 일' 등인데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는 소수과목의 기초학습부진(20%) 증감을 중심으로 교육의 질을 관리한다.

•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는 않고 민원처리 수준의 땜질식 교육개혁만 계속한다.

• 중앙집권적 하향식으로 교육을 혁신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지역마다, 학교마다, 아동마다 상황과 욕구, 수준, 준비도가 다 다른데도 획일적인 정책을 펴면서 교육이 잘 되기를 기대한다.

• 교사를 변화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학교교육이 바뀌기를 기대한다.

• 학생인권과 함께 교권도 중요하나 교권은 학생 인권만큼 보호하지 않으면서 교사가 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 진급에 필요한 최소의 학력을 갖추지 못해도 출석일수만 채우면 진급시키는 무책임한 교육을 계속하면서 학교교육이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 개별화 교육이 가능한 환경은 만들지 않고 '한 사람도 포기하기 않는 교육'이란 위선적인 구호를 외치며 학교교육이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 수능이란 표준화 시험이 학교교육을 망치는 주범이지만 객관성과 행정편의를 위해 현재의 질과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학교교육이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 창의성을 죽이는 정답이 하나뿐인 수능시험이 고교 교육과정을 지배하게 하면서 학교교육을 통해 창의성이 신장되기를 기대한다.

• 교육과정 개정 등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은 만들지 않고 준비 안 된 개혁만 반복하면서 학교교육이 나아지기를 바란다.

• 교육과정은 중앙정부 주도로 만들어져 현장적합성이 떨어지고 질 관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교육이 나아지기를 바란다.

• 상대평가를 통해 동료 간의 경쟁을 부추기면서 교실 수업을 통해 협력과 배려 등의 덕목이 함양되기를 기대한다.

• 공정성이란 구실로 수능 성적표에 등급 외 표준편차, 표준점수까지 제공하여 한줄 세우기 교육을 강화하면서 학교에서 협력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교육을 기대한다.

• 내신과 수능에서 21세기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연구와 도구 개발은 않으면서 학교교육을 통해 핵심역량이 함양되기를 기대한다.

• 지식은 뇌 속에서 자기주도적으로 구성되나(구성주의, 뇌과학) 교사주도로 주입식 교육을 지속하면서 창의적 인재가 양성되기를 기대한다.

• '학력=표준화 시험 성적'을 정부와 언론이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학교교육이 본질에 충실하기를 기대한다.

• 교실 내 학생평가는 맥락에 맞는 질적 평가가 중요하나 타당도가 낮은 표준화된 양적 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책무성을 관리하면서 학교교육이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 성취기준은 개별 학교의 수준과 학생 특성을 고려해 설정되고 해석되어야 하나 획일적인 기준과 수준을 적용하면서 모든 아동들이 성공적으로 성취할 것을 기대한다.

[주] 소수의 학습자를 제외하면 성취수준은 너무 어렵거나 쉬울 수 있다.

• 학습량은 줄이지 못하면서 깊이 있는 학습을 강조한다.

• 교육과정은 온갖 근사한 교육으로 다 시도하게 해놓고 평가는 표준화 시험으로 한다.

• 수준별 수업을 하고도 평가는 동일한 검사지로 하게 한다.

• 수능이 학교교육을 지배하는데도 수능의 낮은 타당도와 학교교육의 불일치를 방치한다.

<학교의 미친 짓>

• 지역사회의 참여 없이 모든 교육문제를 학교 혼자서 해결하려고 한다.

•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이 필요한 데도 학교는 폐쇄적이다.

• 행정중심의 학교 문화를 그대로 두고 학업성취도가 높기를 기대한다.

• 학교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에 교사를 주체로 세우지 않으면서 교사의 헌신과 열정을 기대한다.

• 교사들 간에 적극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지 못하면서 학교교육이 잘 되기를 바란다.

• 개인중심이 아니라 학교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학습자가 수업에 참여하고 몰입하기를 기대한다.

• 여전히 수업은 산업시대처럼 단편적 지식의 습득이 중심이면서 고등사고능력이 함양되기를 기대한다.

• 질문보다 정답을 중시하면서 학교교육의 질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고 비교하면서 경쟁이 줄어들고 학습자들이 교육과정 목표에 도달하기를 기대한다.

• '교육을 위한 평가' 대신 '평가를 위한 교육'을 하면서 학교교육 정상화를 기대한다.

• 학습자들의 흥미, 욕구, 준비도가 달라도 동일한 내용, 동일한 수준, 동일한 방법으로 지도하면서 학포자가 줄고 사교육 의존도가 낮아지기를 기대한다.

• 교사에게 자율성은 작게 주며 책임은 크게 기대한다.

• '가르치면 배울 것이다'란 잘못된 가정과 배움(learning)보다 가르침(teaching)에 집중하면서 학업성취도가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 뭐든지 잘 안되면 제도 탓으로 돌리면서 학교교육이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 교사-학생과의 관계의 질이 낮으면서 학생이 수업에 집중하고 믿고 따라 주기를 기대한다.

• 권위적인 학교문화를 그대로 두고 교사가 학생들로부터 존중받기를 기대한다.

• 수업을 못 따라 가는 것은 제도나 지도방법 탓이 아니라 학생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학교교육이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 교사는 학생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학생은 교사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관계가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 학생이 처한 열악한 환경(예: 주택, 건강, 복지)은 그대로 두고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향상되기를 바란다.

• 모든 학생의 이해보다는 진도 나가기가 우선이면서 학교교육이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 될 놈 안 될 놈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생각으로 공부가 느린 학생들에 대해서는 기대를 일찍이 낮추면서 학생들의 성취도와 품행이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 학생을 강점보다는 약점 중심 지도를 하면서 학생이 빠르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 학생 주도의 수업보다 교사 주도 수업을 고수하면서 자기주도학습능력, 고등사고능력이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 다수의 학생들이 학교교육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줄도 모르고 학교교육이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 학생의 삶을 돌보고 가정과 소통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아동들이 믿고 따라주고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 딴 짓 할까봐 수업에 스마트폰 활동을 금기시하면서 21세기 혁신적인 교육을 기대한다.

<학부모의 미친 짓>

• 자녀의 개인적 성공을 위해서는 이기적이고 때로는 부정을 저질러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아동의 인성이 좋아지기를 기대한다.

• 자녀의 한쪽 말만 듣고 학교와 교사를 비판하면서 아동이 나중에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합리적인 아동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교원노조의 미친 짓>

• 학생지도를 위한 수업연구는 뒷전이고 정치적 사안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서 교원노조의 신뢰를 기대한다.

• 학교교육이 위기인데도 불구하고 교직의 기득권 유지, 집단의 권익보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무너진 학교교육이 나아지기를 바란다.

<대학의 미친 짓>

• 대학 교육의 질 개선과 가르치기 경쟁은 않고 우수학생의 선점 경쟁에만 급급하면서 대학교육과 중등교육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

• 대학이 총점제 전형을 통해 학생을 한 줄 세우기를 강화하면서 학교교육이 정상화되고 대학 서열화가 완화되기를 기대한다.

• 계열이나 과 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사전에 지원자가 갖추어야 할 전공을 지정하지 않고 경쟁률 높이는 데만 눈이 멀어 있으면서 대학교육의 질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우선적으로 정부와 학교가 각자의 '미친 짓'을 그만두어야 한다. 이를 그만두기 위해서는 "모든 아동들은 성공할 수 있다(잘 배울 수 있다)", "격차를 줄인다", "성공에는 다양한 경로가 있다", "교육이 성공하려면 커뮤니티 전체의 협력이 필요하다!"란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는 모든 교육자들이 갖출 높은 교육적 도덕성(moral purpose)이자 성공에 대한 신념이다. 새해 시작은 '미친 짓'을 한 가지씩 줄이는 일부터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올 한 해는 이상의 '미친 짓'을 그만둘 방안을 함께 찾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주체들이 서로 만나 상대의 다른 생각을 존중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학교교육의 희망의 길, 제4의 길은 마음먹기에 달려있습니다. 교육은 함께 바꿀 수 있는 것, "교육이 성공하려면 커뮤니티 전체의 협력이 필요하다!"란 믿음으로 희망의 새해를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새해 독자 여러분들의 평안과 행운을 빌며...

2016 새해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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