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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06일 07시 06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06일 14시 12분 KST

위안부, 다음은 한일군사동맹

아베 정권의 외교적 승리이다. 단돈 10원을 받아도, 한푼을 안 받아도 좋으니 명분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 것이 외교적 승리인데 일본은 싼값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그런데도 이것을 피해자가 수용하고 국민이 납득하는 타결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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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청이라고 불리던 건물, 일제 때 조선총독부 건물로 지어졌고 6·25전쟁 뒤 미 군정의 청사였던 곳, 그 뒤 대한민국 정부청사가 들어 있던 건물은 지금 없다. 1995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광복 50주년을 맞아 '역사 바로 세우기'를 내세우고 전격적으로 철거했다. 일제의 잔재를 없애겠다는데 왜 반대냐며, 반대하는 사람들을 친일파로 몰아붙였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그것이 통한으로 남는다. 역사 바로 세우기가 아니라 역사 지우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선총독부 건물이 사라지면 치욕적인 일제 강점의 역사와 부끄러운 친일의 역사가 사라져 버리는 것인가. 역사 바로 세우기란 지나간 역사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보전하고 기록하고 자료를 모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다시는 그러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후세에 남겼어야 했다. 역사는 공간의 기억이 가장 중요하고, 공간이 없어지면 추억과 기억의 산실도 사라진다.

바로 그 총독부 건물은 독립기념관으로 바꿔야 했고 그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세워졌어야 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을 거쳐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마주할 수 있는 소녀상과 독립기념관을 통과해 조선시대 궁궐로 이어져 후세의 국민들이 시간을 거슬러 우리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현장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그것이 진정한 역사 바로 세우기이다. 부끄러운 역사를 지우고 감추는 것으로는 결코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없다.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이 상징하는 바는 크다. 강제징용이나 강제이주, 원폭 피해, 일본 내에서의 한국인 학살 등 일제가 이 땅과 우리 국민들에게 저지른 모든 만행의 유일하게 남은 살아있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어린 소녀들을 끌고 가 일본군의 성노예로 삼은 것을 기억하자는 의미의 소녀상에 모든 슬픈 역사와 부끄러운 과거사가 응축되어 있다. 그것이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일본은 한-일 관계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마다 안보와 북한을 내세운다. 북한의 존재가 한·일 양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평화와 번영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 다음은 아마도 한-일 군사동맹일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한미일 군사동맹이다. 일본은 안보법제를 통해 다른 나라에 군대를 파견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이나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과 일본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굳건히 해 중국을 견제하고 아시아에서 패권을 유지한다는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과 한반도 상황이 그 두 나라에는 아주 좋은 빌미이다.

미국은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나가는 바다를 중국에 내주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일본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에 최근 신칸센을 수출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국내에 원전 추가 건설이 어렵게 되자 인도에 원전을 수출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미국 일본 한국 인도 오스트레일리아까지, 태평양과 중동으로 이어지는 바다를 장악한다는 아시아 전략이 미국의 패권전략이다.

일본은 자신들이 전쟁에서 저지른 짓을 왜곡, 축소, 날조, 소멸시켜가고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피해를 강조하고, 자신들이 전쟁의 가해자인데도 피해자라고 하고 있다. 이제 위안부 문제 타결로 과거를 넘어섰다고 본다. 아베 정권의 외교적 승리이다. 단돈 10원을 받아도, 한푼을 안 받아도 좋으니 명분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 것이 외교적 승리인데 일본은 싼값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그런데도 이것을 피해자가 수용하고 국민이 납득하는 타결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제1의 무기 수입국이다. 90%가 미국에서 수입된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일본의 주요 무기 수출국이자 시장이 될 것이 확실하다. 나는 12월28일을 제2의 국치일이라고 생각한다. 한-일 군사동맹이 체결되는 제3의 국치일이 머지않았을 거라는 데 소름이 끼친다. 광복 70주년을 넘어 일제 36년까지 100여년 전의 역사, 외세를 빌려 오로지 정권을 지키려 한 무능한 '조선'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듯한 기시감이 든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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