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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던 '헤이트풀 8'은 보지 못할 것이다

아직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헤이트풀 8'을 보지 못했다. 될 수 있는 한 개봉 당일인 목요일에 챙겨 볼 생각인데, 그날도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던 영화는 보지 못할 것이다. 타란티노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영화는 2.76:1 와이드스크린 스펙터클 대작으로, 이 경험은 오로지 제대로 된 70㎜ 필름 상영이 가능한 대형 상영관에서나 가능하다.

  • 듀나
  • 입력 2016.01.06 06:27
  • 수정 2017.01.06 14:12
ⓒWeinstein Company

아직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헤이트풀 8>을 보지 못했다. 될 수 있는 한 개봉 당일인 목요일에 챙겨 볼 생각인데, 그날도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던 영화는 보지 못할 것이다. 타란티노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영화는 2.76:1 와이드스크린 스펙터클 대작으로, 이 경험은 오로지 제대로 된 70㎜ 필름 상영이 가능한 대형 상영관에서나 가능하다.

지금처럼은 아니더라도 그의 영화는 언제나 컸다. 슬프게도 우리나라에선 70㎜ 필름 상영은 그냥 불가능하고 그의 영화에 어울리는 적당히 큰 상영관도 찾기 힘들다. 동네 멀티플렉스 시간표를 검색하고 있는데 어쩌자고 이렇게 작은 스크린만 골랐는지 신기할 정도다. 하긴 타란티노 영화는 언제나 비슷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70㎜ 필름이 상영이 가능한 곳이라고 타란티노가 원했던 그림을 볼 수 있다고 확신하긴 어렵다. 미국에 있는 거의 모든 70㎜ 영사기가 동원된 <헤이트풀 8>의 로드쇼는 재앙의 연속이었다. 70㎜ 필름과 영사기는 극도로 관리하기가 어려우며 지금은 이 과거의 유물을 다룰 줄 아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무엇보다 영화에 맞는 스크린을 찾기도 어렵다. 대부분 멀티플렉스 상영관은 1.85:1이고 2.35:1의 와이드스크린 상영관도 레터박스 없이 완벽한 상영을 하려면 별도의 노력이 들어간다. 물론 국내에서 이 영화를 단독 상영한다는 씨지브이(CGV) 상영관들에 그 별도의 노력이 들어갈 거라고는 꿈도 꾸지 마시라.

필름에 대한 타란티노나 크리스토퍼 놀런의 집착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 남음이 있다. 필름과 디지털 파일은 전혀 다른 종류의 매체이고 둘은 전혀 다른 종류의 경험을 약속한다. 디지털이 더 편리하고 사고가 없다고 쳐도 그것이 우리가 필름을 버려야 한다는 말은 되지 않는다. 특히 필름으로 찍혔고 필름으로 상영되는 것이 당연시되었던 옛 필름 시대 영화들은 당연히 당시 조건의 상영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결국 영화란 대량 복제가 가능한 대중 예술이고 영화는 그 성격에 충실해야 한다. <헤이트풀 8>처럼 제대로 된 상영을 위해 웬만한 오페라 공연과 같은 노력이 든다면 그것은 이미 영화의 범주를 넘어선 것이다. 가변비율 아이맥스와 같은 상영으로 작품이 표준을 잃는 것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문제점이다. 규격화되지 않은 영화는 좋지 않은 의미에서 하이 아트이다.

문제는 이런 필름에 대한 집착이 보다 근본적인 영화 상영의 문제점을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멀티플렉스 극장의 인기와 함께 와이드스크린 화면은 점점 적어지고 제대로 된 마스킹을 하지 않고 텔레비전처럼 틀어주는 상영관도 늘어만 간다. 타란티노는 디지털 영사는 모두 텔레비전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좋지 않은 상영 조건의 디지털 상영은 제대로 된 디지털 상영보다 훨씬 나쁘고, 비정상적인 화면 비율을 고집하는 타란티노의 태도 역시 그 비정상적인 영사 조건의 일부이다. 어차피 필름 상영은 줄어들고 몇몇 시네마테크를 제외하면 조용한 멸종을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필름에 집착하는 대신 그 주어진 조건 안에서 더 나은 상영을 가능하게 할 다른 조건을 찾는 게 맞지 않을까.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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