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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철거 말라" 시위하는 일본 시민들(사진)

“집회를 마치신 분들은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서 일-한 양국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항의 행동을 시작합니다.”

새해 첫 근무가 시작된 4일 오후, 일본 정치의 심장부인 도쿄 지요다구 총리관저 앞 좁은 광장에서 ‘전후 70년 미니 심포지엄 실행위원회’(이하 미니 심포)의 우에마쓰 세이지가 “평화의 비(소녀상) 이전 요구는 피해자에 대한 모욕”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고함을 질렀다.

4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 총리관저 앞에 모인 일본 시민 100여명이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비(소녀상)를 철거하라는 일본 정부의 요구는 파렴치하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 집회는 지난달 28일 한-일 정부 당국간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뒤 일본에선 처음 열리는 것이다.

4일 오전 일본 국회 앞은 아베 신조 총리가 ‘날치기’ 통과시킨 안보 관련법에 대한 반대 집회로 혼란이 극에 달해 있었다. 마침 이날은 일본 정기국회의 개원일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집단적 자위권을 뼈대로 한 안보법제 반대 투쟁을 주도한 총결집행동은 이날 정오부터 ‘안보법 폐지, 아베 내각 퇴진을 위한 1·4 국회개회일 총결집행동’ 집회를 열었다. 그 옆에선 30여명의 우익들이 “헌법 9조는 필요 없다” 따위의 구호를 외쳤다. 국회 앞에서 5분 거리인 총리관저 앞에 자리를 잡은 우에마쓰는 집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시민들에게 “5분, 10분이라도 좋으니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항의 행동에도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100여명의 시민들이 이에 호응했다.

지난달 28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 간 ‘합의’ 직후 반대 투쟁에 들어간 한국과 달리 일본 시민사회의 대응은 다소 늦은 편이다. 일본 시민사회가 만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지난달 29일 성명에서 “이번 협의는 수미일관 피해자의 부재 아래 진행돼왔다”, “(소녀상 철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요구는) 피해자를 다시 한번 모독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하면서도 앞으로 어떤 식으로 운동을 전개할지 명확히 언급하지 못했다. 역사 문제에 대해선 늘 원칙적인 입장을 밝혀온 일본공산당마저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당시 군의 관여’를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표현했다. 이는 문제 해결을 향한 전진이라 평가할 수 있다”는 성명을 냈다. 전국행동의 주요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과 함께 운동 방향을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틈을 메우며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 ‘미니 심포’와 같은 작은 단체들과 시민들이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호시카와 가즈에(68)는 199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일본에 초청해 강연회를 여는 등 오랫동안 한국의 위안부 운동을 지원해왔다. 그는 “정부 간에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돈을 내지 않는다’와 같은 협상은 들어본 적이 없다. 절대로 소녀상을 철거하면 안 되고 오히려 일본 곳곳의 국립공원과 같은 곳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관련 집회에 처음 나왔다는 우에노 히토시도 “연말에 갑자기 합의가 이뤄졌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 위안부 문제, 성노예 문제에 대해서는 주권자인 양국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모양으로 먼저 일본 국내의 합의, 그리고 일-한 간의 합의를 이뤄야 한다. 이 합의는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한-일 양국 민중을 구속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작은 인원이 모인 집회였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결코 작지 않았다. 우에마쓰가 옹기종기 모인 시민들 앞에서 구호를 선창했다.

“일본 정부의 소녀상 철거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기 총리관저 앞에 세워라!”

“할머니들의 의사를 짓밟은 합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말도 안 된다.”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에서 처음 열린 반대 집회가 조촐히 끝났다. 일본 사회 내의 반대운동은 앞으로 확장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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