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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바다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작은 영웅들

새우는 바다생물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끝없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어디부터 어디까지 새우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 정확하게 정의하기도 어렵다. 새우는 곤충을 비롯하여 가장 많은 지구 생물이 속해 있는 절지동물에 속하는데, 바다 생태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나 역할로 보아 바다의 곤충이라고 할 만하다.

  • 장재연
  • 입력 2016.01.08 12:51
  • 수정 2017.01.08 14:12

바다생물 이야기 12. 새우, 바다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작은 영웅들

새우만큼 우리와 친숙한 바다생물도 드물다. 새우는 작은 종류는 1-2cm이고 큰 종류는 10cm를 넘기도 하는데, 크기에 상관없이 다양한 요리로 우리 식탁에 오른다. 젓갈을 담가서 김장에도 쓰고, 말려서 볶음 요리에도 넣고, 국물도 내고, 큰 새우들은 그 자체로 각종 요리를 만든다. 새우보다 우리 식생활에 더 유용한 바다생물이 있을까 싶다.

새우는 인간에게만 먹을 양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물고기부터 고래까지 수많은 바다생물의 아주 중요한 먹이다. 또한 새우는 바다의 청소부 역할도 한다. 바다생물들의 먹이 활동에서 남은 찌꺼기들을 새우가 처리한다. 만일 새우가 없으면 먹이사슬이 끊어져 바다 생태계가 엄청난 혼돈을 겪고, 심하면 붕괴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청소 새우의 일종인 White-Banded Cleaner Shrimp ⓒ장재연

새우는 바다생물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끝없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어디부터 어디까지 새우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 정확하게 정의하기도 어렵다. 새우는 곤충을 비롯하여 가장 많은 지구 생물이 속해 있는 절지동물에 속하는데, 바다 생태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나 역할로 보아 바다의 곤충이라고 할 만하다.

바다 생물 중에서는 게와 랍스터가 가장 가까운 친척뻘인데, 모두 단단한 껍질로 쌓여 있다는 의미의 갑각류이고 다리가 열 개라는 뜻의 십각목(十脚目)에 속한다. 차이점 중 하나는 게와 랍스터가 기어 다니는 것에 비해, 새우는 헤엄치는데 적합한 다리와 꼬리를 갖고 있어 헤엄을 치며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리는 제대로 힘을 쓰겠나 싶게 가늘고 약해 보인다.

새우의 종류가 많다보니 생김새나 행동이 특별히 신기하고 아름다운 종류도 많다. 특이한 종류만 대략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다. 다이빙하다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예쁜 새우는 말미잘에 공생하는 아네모네 쉬림(Anemone Shrimp, 말미잘 새우)이다. 눈에 잘 띄지 않게 주변과 비슷한 색깔이나 무늬를 갖고 있거나, 아예 투명한 몸을 하고 있는 종류도 많다. 물론 생김새가 확연히 다른 종들도 있다. 몸통은 붉고 머리는 하얀, 머쉬룸 코럴 쉬림(Mushroom Coral Shrimp, 버섯 산호 새우)이 대표적인 경우다.

새우는 알을 배 쪽에 품고 있는데, 두꺼운 껍질에 쌓여 있는 머리와 등과 달리 배 쪽은 조직이 얇기 때문에 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몸 전체가 투명한 아네모네 쉬림은 임신을 하면 알만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알 한 알 한 알의 탱글탱글한 모습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새우의 난소는 목 뒷부분에 있고, 알을 난소에서 배 아래쪽으로 내보낼 때 생식기 입구에서 정자와의 수정이 이뤄진다. 따라서 배 아래에 있는 알은 이미 수정이 된 것이다.

몸이 투명한 아네모네 쉬림 (Anemone Shrimp, 말미잘 새우) ⓒ장재연

머리가 하얀 머쉬룸 코럴 쉬림 (Mushroom Coral Shrimp, 버섯 산호 새우) ⓒ장재연

새우의 명칭은 공생해서 사는 생물 이름을 따서 부르는 것이 많다. 몸은 투명한데 다리마다 파란 줄이 선명한 버블 코럴 쉬림(Bubble Coral Shrimp, 거품 산호 새우)은 거품 산호에만 산다. 위프 코럴 쉬림(Whip Coral Shrimp, 회초리 산호 새우)도 이름대로 회초리 산호에서 사는 새우다. 순전히 혼자만의 경험인지 모르겠지만, 이 새우는 초보 수중사진가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새우다.

회초리 산호는 조류에 흔들거리기는 경우가 많아, 거기에 있는 1cm 남짓한 작은 피사체를 찍는 것이 초보에게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수중사진에 익숙해져서 일단 초점만 잘 맞춰 찍으면, 기대보다 사진이 근사하게 잘 나온다. 다른 새우와 달리 배경에 방해물이 없다보니 깨끗하고 주제가 명확한 사진을 얻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수중사진의 실력이 좀 늘었구나' 하는 뿌듯한 느낌을 첫 경험 하게 해 주는 새우다.

버블 코럴 쉬림 (Bubble Coral Shrimp, 거품 산호 새우) ⓒ장재연

위프 코럴 쉬림 (Whip Coral Shrimp, 회초리 산호 새우) ⓒ장재연

해삼이나 성게, 또는 불가사리에 공생하는 새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사용하는 해삼과 달리 열대 바다의 해삼은 크기가 엄청 커서 통나무 크기인 것도 있을 정도다. 표면에 많은 생명체들이 기생하며 사는데, 그중의 하나가 엠페러 쉬림(Emperor Shrimp, 황제 새우)이다. 붉고 흰 무늬가 황제의 제복을 연상시켜서 그런 이름이 붙었나보다. 쌍으로 많이 사는데, 암컷이 더 크기 때문에 사실은 여왕 새우라고 했어야 맞을 것이다.

특정 성게에만 사는 콜맨 쉬림(Coleman Shrimp)도 화려함이 대단한 새우다. 씨스타 쉬림(Sea Star Shrimp, 불가사리 새우)은 다른 새우들과 달리 얼굴 모습이 약간 험악해 보인다. 바다생물은 자기가 서식하는 환경에 가장 적합한 모습을 갖고 있기 마련인데, 불가사리에 사는 새우의 모습이 다른 새우 종류와 확연히 다른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엠페러 쉬림 (Emperor Shrimp, 황제 새우) ⓒ장재연

콜맨 쉬림 (Coleman Shrimp) ⓒ장재연

씨스타 쉬림 (Sea Star Shrimp, 불가사리 새우) ⓒ장재연

바다나리에 살면서 딱딱 소리를 낸다고 해서 스냅핑 쉬림(Snapping Shrimp)이란 이름이 붙은 새우가 있다. 앞다리 집게가 하나만 유난히 커서 다른 새우들과 쉽게 구분이 되는데, 이 집게발로 소리를 낸다. 스냅핑 쉬림 중에는 바닥에 구멍을 파고 사는 고비(Goby)와 함께 공생하는 종류도 있다.

고비는 주위를 둘러보며 경계를 서고 있고 새우는 구멍에서 열심히 모래나 작은 돌을 파서 밖으로 내다 버리는 역할을 한다. 구멍 안이 계속 무너지고 있어 보수하는 것인지, 쉬지 않고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모른다. 주변에 뭔가가 가까이 나타나면 고비와 함께 잽싸게 구멍으로 숨어들어 간다. 드물게 또렷한 색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모래 바닥과 구분이 잘 안되게 색깔이 연한 종류가 많아서 선명한 사진을 얻기 힘든 모델 중의 하나다.

스냅핑 쉬림(Snapping Shrimp) ⓒ장재연

고비와 공생하는 새우 ⓒ장재연

새우는 수많은 생물의 먹이이기도 하고 청소부 역할도 하면서 바다의 먹이사슬과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존재다. 각각은 연약하기 이를 데 없지만 다른 생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갖고 있다. 인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굳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존재인 일반 시민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새우, 바다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작은 영웅들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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