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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온도, 역대 최고로 높았다

ⓒ연합뉴스

'동래불사동(冬來不似冬)'. 겨울이 왔지만 겨울 같지 않은 날씨가 이어진다는 뜻이다.

이제 막 초겨울을 지나는 시점임을 고려해도 과연 겨울이 맞나 싶을 정도의 따뜻한 날씨 탓에 매서운 추위를 실감하기 어렵다.

원인은 '슈퍼 엘니뇨'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1.1∼12.31) 우리나라의 평균기온(13.8도)은 평년(30년 평균)보다 0.9도 높았다.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확충한 1973년 이래 역대 2위다.

초겨울인 11월, 12월만 놓고 보면 이상고온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12월 평균기온은 3.6도로 평년보다 1.9도 높았고, 11월 평균기온은 10.1도로 평년보다 2.5도 높았다.

기상청 김경립 기상사무관은 "작년 12월 평균기온은 역대 1위 기록이고, 11월 평균기온도 역대 2위에 오를 정도로 높았다"며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라고 말했다.

1월4일 청주시에 봄꽃인 개나리가 폈다.

기상청은 겨울 이상고온의 원인을 엘니뇨(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상승 현상)의 영향으로 판단한다.

11월과 12월에도 한반도 남쪽으로 따뜻하고 습윤한 공기가 자주 유입됐다. 아침 최저기온이 큰 폭으로 치솟아 평균기온도 크게 오르는 패턴이 빈번하다.

엘니뇨 영향은 북미와 남미 등에서 더욱 심하다. 엘니뇨 발생 구역이 이들 지역과 가까운 중부·동부 태평양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북미·남미보다는 덜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올겨울에 엘니뇨의 영향을 실감한다.

특히 이번 엘니뇨는 평소보다 강력한 '슈퍼 엘니뇨'로 불린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0.5도 올라가는 현상이다. 온도가 2.5도 이상 높아지면 슈퍼 엘니뇨로 분류한다.

기상청 김용진 통보관은 "통상 겨울철에는 북쪽의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날씨가 추워지고,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은 매우 약화하는데, 이번 겨울에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조금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북태평양고기압의 주변 기류를 타고 우리나라 남해상이나 남부 지역으로 따뜻한 공기를 품은 저기압이 계속 지나가 기온이 높고 비도 자주 오는 형태가 반복된다는 설명도 했다.

1997년보다 더 뚜렷하고 넓게 퍼진 슈퍼 엘니뇨

12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에 위치한 美항공우주국(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가 1997년 엘니뇨로 북아메리카 대륙에 폭우가 발생한 당시 지구(오른쪽)와 올해의 모습 비교 사진을 공개했다. 적외선으로 촬영된 해당 사진에서 올해의 남미 부근 태평양 고온 현상(가운데 붉은 지점)이 1997년 당시보다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근 슈퍼 엘니뇨로 유례없는 따뜻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면서 유럽 대부분과 미국 동부를 포함해 북반구의 광범위한 지역이 영향을 받고 있고, 심각한 홍수가 파라과이와 영국 중부 등을 강타하고 있다. (NASA via AP)

매년 따뜻해질지는 "더 지켜봐야"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은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3개월 전망'에 따르면 1월 기온은 평년(영하 1도)보다 높겠고, 2∼3월 기온은 평년(2월 1.1도, 3월 5.9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다.

지난해 11∼12월과 같은 수준의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

포스텍 환경공학부 국종성 교수는 "그간의 연구 결과를 보면 엘니뇨의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시기는 초겨울(11∼12월)"이라고 말했다.

1월4일 제주에 봄꽃인 진달래가 폈다.

엘니뇨에 따른 기온 상승효과는 12월에 '정점'을 찍고 1월부터는 점차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국 교수는 "1월 이후에도 대체로 따뜻한 날씨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이번 초겨울처럼 기온이 크게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반도의 겨울은 갈수록 따뜻해지는 걸까? 전문가들은 '예단하기는 어렵고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용진 통보관은 "일부 사례를 토대로 지구 온난화 때문에 겨울철 기온이 대폭 오른다거나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로 바뀐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이 주장에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아열대 기후에선 영하 10도 이하의 한파는 없다는 게 통설이나, 한반도는 매서운 겨울 한파가 종종 맹위를 떨친다.

1970년대 이후 아열대 기후 지역의 면적이 조금씩 늘어나다가, 최근(2011∼2014년)엔 되레 감소하는 변동성도 있다.

분류 기준에 따라 아열대 기후에 대한 정의도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이 포함된다는 견해가 많지만, 어느 지역까지 포함할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

국 교수는 "대륙과 대양의 경계에 있는 한반도 기후는 다른 지역보다 더 복잡한 기상 현상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며 특정 요인이나 일시적 현상만으로 큰 틀의 기후 변화 흐름을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통보관은 "겨울 기온의 지속적인 상승 추세나 아열대 기후화 여부 등의 문제는 상황을 더 지켜보면서 장기간에 걸쳐 연구할 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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