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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04일 05시 51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1월 04일 05시 51분 KST

신라 연못터 확인하고도...그 위에 콘크리트 건물 지었다

“어? 이거 연못터잖아?”

2010년 3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조사원들은 경주 황룡사터 서쪽 외곽의 황룡사연구센터(현 황룡사역사문화관) 건립 예정터를 발굴하다 눈이 휘둥그래졌다. 신라왕경의 집과 도로터가 나오리라 짐작했던 곳에서 뜻밖에도 장방형의 큰 연못터가 드러난 것이다. 연못터는 남북으로 최대 길이 33. 7m, 동서 최대 너비 22.3m에, 면적은 244평이나 됐다. 밤자갈층으로 바닥을 고르고 배수로를 틔웠으며, 정성껏 석축을 쌓은 신라 귀족의 저택 정원 일부임에 분명했다. 석축 앞에는 돌다리 부재로 보이는 귀틀석까지 나와 연못 안에 다리로 연결되는 인공섬을 쌓은 흔적까지 확인됐다. 몇안되는 경주의 신라시대 연못터들 가운데 장방형 연못은 처음 나타난 희귀 사례였다.

앞서 연구소는 1999~2005년 인근 분황사 동쪽 일대를 황룡사전시관터로 점찍고 사전 조사를 벌이다 역시 연못이 나와 건립을 포기한 바 있다. 연구소 한 관계자는 “전시관 터 자리마다 연못이 나타나 우연치곤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황룡사 역사문화관터를 발굴한 결과 드러난 신라시대 연못 유적. 네모진 방형의 연못으로 발굴갱 사이로 네모진 연못가 석축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유적 경관 훼손으로 논란을 빚고있는 황룡사역사문화관은 이런 사연이 있는 신라 연못터 위에 2013년부터 건립되고 있다. 연구소는 연못터를 조사한 뒤인 이듬해 11월 발굴보고서까지 냈지만, 문화재청은 쉬쉬하며 건물이 착공된 뒤에도 보고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개관시점인 내년 5월까지 황룡사 목탑 복원 모형과 출토품, 사찰 원래 모습을 가상복원한 3D 영상관 등이 들어설 이 건물은 경주시의 건립 과정에서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시 쪽은 애초 심의를 맡은 문화재위원들에게는 “가건물로 지어놓고 다시 걷어낼 것”이라고 설명해 허가를 받았다가 2013년 관람편의와 건물 안정성을 내세워 콘크리트건조물로 바꿔 재승인을 받았다. 석연치 않은 건립 경위 탓에 당시 문화재위원들이 연못유적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시 쪽의 문화유산 훼손에 눈을 감았다는 뒷말이 여전히 떠돌아다닌다. 주민들 반발도 만만치않다. 현지에 사는 조각가 김원태씨는 “도심 다른 곳은 문화재보호를 이유로 재개발을 불허하면서 이 건물만 핵심유적지에 짓도록 해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 일고 있다”고 전했다. 국립박물관의 한 연구자도 “유적 경관을 파괴할 뿐 아니라 건립과정 자체도 사기에 가까운 졸속투성이 흉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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