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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이상 고온 현상...곶감 흉작에 빙어축제 취소

  • 박세회
  • 입력 2016.01.03 15:09
  • 수정 2016.01.03 15:10

극심한 가뭄으로 올해 초 축제가 무산됐던 인제 빙어축제가 이번에는 이상고온에 발목이 잡혀 내년 초 예정된 '제17회 인제 빙어축제'가 전면 취소됐다. 사진은 최근 이상고온 현상으로 축제를 개최할 만큼 얼음이 충분히 얼지 않은 빙어호의 모습. 올해 초 극심한 가뭄에 이어 얼음이 얼지 않는 이상기온으로 2년 연속 겨울축제가 전면 취소된 것은 전국에서도 유례가 없다.

예년 같으면 전국이 얼어붙는 1월이지만 이상 기후로 초봄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울 모습이 사라졌다.

목도리와 귀마개로 중무장한 채 집을 나서는 계절이지만 많은 시민들이 가벼운 코트만 걸친 채 나들이를 즐기는 모습이다.

스키장 등 겨울 관광지와 방한용품 업체, 곶감 농가 등은 포근한 날씨에 직격탄을 맞아 울상이다.

기상청은 올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 1월 한 달간 기온 평년보다 높아

올해 첫 휴일인 3일 포근한 날씨에 광화문과 청계천 일대 등 서울 도심으로 나들이 나온 시민의 옷차림은 두툼한 파카 대신 모직코트 등으로 멋을 내는 등 한결 가벼웠다.

이날 서울지역 낮 최고기온은 11도까지 올라 평년 1.7도보다 무려 10도 가까이 웃돌았다. 전국적으로도 제주 18.5도, 울산 17.5도, 김해 17.0도, 부산 16.9도 등을 기록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이예나(31·여)씨는 "1월 초인데 3월 같이 포근해 남편과 세살 난 딸을 데리고 외출을 나왔다"며 "춥지 않아 좋지만 정상은 아닌 것 같아 다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출 명소마다 새해 소망을 비는 관광객들로 북쩍였다.

특히 겨울바다 해수욕장에 인파가 몰렸으며 춥지 않은 날씨에 일부 관광객은 바닷물에 뛰어들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해운대 20만 명, 광안리 5만3천 명, 광안대교 2만 명 등 35만명이 일출을 지켜봤다. 대천해수욕장 5만1천 명 등 충남 서해안 주요 해수욕장에도 해돋이를 감상하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기상청은 1월 한 달간 기온이 평년보다 높겠으나 일시적으로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있고, 강수량도 평년보다 많거나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 두꺼운 점퍼 등 방한 용품 매출 30% 이상 감소

두꺼운 겨울옷을 벗어던지면서 방한용품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부산지역 4개 대형 유통업체에 따르면 쫄바지, 장갑, 머플러 등 개인 방한용품 매출은 30∼40%, 한겨울용 이불은 20% 이상 감소했다.

남녀 성인용 해비 패딩 매출은 예년 평균 대비 30% 이상 감소했고 아동용은 50% 이상 줄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 관계자는 "한겨울용 아이템 매출은 줄어들고, 그 대체품으로 경량 재킷, 코트, 패딩 조끼 등 활동성이 좋고 두껍지 않은 상품이 잘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겨울철에 인기를 끌던 차(茶)류와 에센스, 크림 등의 화장품, 자동차 성애 제거용품의 매출은 줄고, 기능성·과즙 음료, 맥주, 스킨·로션, 세차용품, 우산 등의 소비가 증가했다.

홈플러스 영남본부 관계자는 "나들이객이 많은 덕분인지 초콜릿과 제과 매출이 각각 56%와 19% 신장해 포근한 날씨의 반사이익을 챙겼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관광 특수를 누렸다. 최근 낮 기온이 18도까지 오르는 등 사계절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의 겨울은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비수기에 속했지만 호텔, 렌터카, 항공기 예약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찾으면서 계절에 따라 성수기, 비성수로 나누던 옛 관행이 사라졌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신정 연휴인 지난달 31일∼3일 15만3천명이 방문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만8천68명보다 19.5% 증가한 수치다.

◇ 빙벽대회 개최 불투명

포근한 겨울…방한용품은 '반값'. 예년보다 포근한 겨울이 이어지는 가운데 3일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부츠, 외투 등 방한용품들이 50% 할인된 가격에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얼음을 소재로 전국의 관광지는 썰렁하다.

겨울철 국내 산악인들이 빙벽 훈련을 하고자 찾아오는 설악산은 포근한 날씨로 폭포가 얼지 않아 훈련팀의 발길이 뚝 끊어진 상태다.

춘천 구곡폭포는 12월 중순이면 얼음이 꽁꽁 얼어 빙벽훈련이 시작됐으나 올겨울에는 얼음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고 있다.

구곡폭포 관리소 측은 "하루 40∼50통의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지만 얼음상태가 좋지 않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북 영동 빙벽장은 2007년 이곳이 만들어진 이후 처음으로 개장일을 무기한 연기했고 오는 23∼24일 예정된 제8회 국제빙벽대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많은 스키장이 인공 눈을 뿌리면서 운영, 제설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일부는 아예 슬로프 수를 줄여 예년보다 수익이 줄었다며 하소연했다.

겨울축제 원조인 강원도 인제 빙어축제는 이상기온으로 얼음이 얼지 않아 2년 연속 취소됐다. 수도권 최대인 경기도 가평 자라섬 씽씽축제와 홍천강 축제도 같은 이유로 전격 취소됐다.

평창 송어축제와 경북 안동 암산얼음축제, 강원도 빙어축제 등은 하일라이트인 얼음낚시를 뺀 채 개최하거나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 상주 곶감 농가 430억 피해

곶감 주요 생산지는 날씨가 아닌 생산량 감소로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비가 잦고 기온이 높아 곶감이 제대로 건조되지 않기 때문이다. 곰팡이가 피거나 물러지는 피해도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경북 상주는 곶감 생산량이 예년의 60% 수준인 7천t 안팎에 그쳐 피해액만 430억원에 달한 것으로 상주시는 추산했다.

전남지역은 계획 생산량 3천600t의 46%인 1천660t에 불과해 15억원을 봤다. 전남도는 피해를 본 영세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건조장비 700대를 지원하고 도비와 시·군비 5억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전북의 대표 농산물인 완주 곶감 역시 전체 700여개 재배농가 중 650여 농가에서 입은 피해액만 67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완주시 고산면 재배농민 임정규씨는 "4년 전에도 피해가 컸는데 그때에 비하면 이번 피해는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조량 마저 적어 다른 농작물도 피해를 입었다.

경북지역의 경우 강수량이 평년보다 55.4㎜ 많고 일조시간은 평년의 60%에 그쳤다.

이 때문에 가을에 심은 보리, 마늘, 양파 등이 생육 초기 고온에 따른 웃자람 현상이 발생했다.

딸기는 햇볕이 적게 들어 크기가 작고 맛이 떨어져 농가 수입은 감소하고 있다.

슈퍼 엘니뇨에 따라 해수 온도까지 상승해 양식에 타격을 줘 '햇김' 등 해조류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유통업체들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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