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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하기 짝이 없는 '병신년(丙申年)' 새해인사

  • 허완
  • 입력 2016.01.01 11:30

‘아, 병신년(丙申年)은 병신년인데….’

2016년 새해가 밝아 오면서 사람들 사이에 ‘사소한 듯 사소하지 않은’ 고민이 한 가지 추가됐다. 올해의 육십간지(육십갑자) 어감이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탓에 특히 정부·단체 사이에서는 의례적인 새해 인사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다.

올해는 육십간지의 33번째 해인 ‘병신년’이다. 고대 동양의 전통적 역법이기 때문에 태음력을 적용해야 하지만, 현재 육십간지는 상징적인 의미만 남았기 때문에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보통 양력 1월1일부터 쓴다. 그런데 올해 육십간지를 뜻하는 ‘병신’이 “신체의 어느 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기형이거나 그 기능을 잃어버린 사람 또는 모자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과 발음이 같다. 게다가 한 해를 뜻하는 ‘년’조차 여자를 낮잡아 부를 때 사용하는 말로 오해할 수 있어 섣불리 입에 올리기 꺼림칙하다.

이렇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려는 ‘고육책’도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12월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쓰는 광고에서 ‘병신년’이라는 단어를 한자와 함께 표기하지 않는 경우에는 아예 광고를 싣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장애인 관련 단체는 이 발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는 종이 연하장 대신 온라인 연하장만 제작해 왔는데, 새해를 무조건 한자로만 표기했다.

인쇄한 활자로 새해 인사를 전하는 것과 달리, 음성으로만 정보를 전달하는 라디오에서는 새해 고민이 더 커졌다. 음성에서는 딱히 한자와 한글을 구분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 라디오 제작자(PD)는 “글로 쓰는 것도 아니고 말로 하는 거라서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았다. 바꿔서 말하기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병신년’은 ‘병신년’이라고 하되 가급적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연말연시마다 대규모로 연하장을 돌리는 공공기관의 대응도 제각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각계 인사에게 보내는 연하장에서 ‘병신년’이라는 표현 대신 “2016년 원숭이해, 희망의 새해가 밝아오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몇 해 전까지 연하장에 각각 ‘갑오년’ ‘을미년’이라고 써온 것과 다르다. 그러나 황교안 국무총리는 박 대통령과 다르게 연하장에 당당히 “병신년 새해를 맞아”라고 썼다. 매해 독특한 연하장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진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해는 컬러링북 형태의 연하장을 보내면서 ‘병신년’이라는 단어를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고위 공무원은 “어색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병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신 ‘붉은원숭이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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