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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서울시향 마지막 공연을 마치다(화보)

ⓒ연합뉴스

"여러분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해피 뉴이어"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은 30일 지난 10년간 동고동락한 서울시향과의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떠나면서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올해를 끝으로 예술감독에서 물러나는 정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의 고별공연이 열렸다.

당초 예술감독 재계약과 관계없이 내년 예정된 공연은 소화할 예정이던 정 예술감독이 전날 마음을 바꾸면서 이날 공연이 정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이 호흡을 맞추는 마지막 공연이 됐다.

여느 때 같으면 송년 레퍼토리로 들뜬 분위기 속에 연주될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었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정 예술감독은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였지만 자유와 인권을 상징하는 비둘기와 손 모양의 흰색 스티커를 연주복에 붙이고 나타난 단원들은 다소 침통한 분위기 속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다만, 정 예술감독도 단원들도 어느 때보다 혼신을 다한 격정적인 연주를 보여줬다.

관객들은 공연 시작 전 정 예술감독이 무대에 등장하자 기립박수로 지휘자에 대한 예우를 표했고, 연주가 끝나자 1층에서 3층까지 가득 메운 2천300여명의 관객들은 환호와 함께 모두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거장을 배웅했다.

연주가 끝난 뒤 정 예술감독은 무대 위 85명의 단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많은 단원이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고개를 떨궜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관객들도 곳곳에서 눈물을 보였다.

정 예술감독은 오히려 단원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지만 애써 눈물을 참는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관객 30여명이 전달한 꽃다발과 장미꽃을 단원들에게 안긴채 가슴에 손을 얹고 관객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이날 공연은 연초 일찌감치 매진됐지만 콘서트홀 앞에는 화면으로라도 정 예술감독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관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공연 30분 전 단원들은 연주복 차림으로 콘서트홀 로비에 나와 관객들에게 '호소문'을 돌리기도 했다.

정 예술감독의 사임으로까지 이어진 박현정 전 대표의 사무국 직원들에 대한 성희롱.막말 논란의 "본질은 인권유린"이며 "내부고발을 한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뀌어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악의적인 보도로부터 진실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시향의 오랜 팬이라는 관객 김태연(43) 씨는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며 "어서 진실이 밝혀져 정 예술감독의 명예가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예술감독의 마지막 무대를 취재하려는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정 예술감독은 공연을 마친 뒤 공연장을 나서는 길에 몰려든 취재진이 마지막 무대에 대한 심경을 묻자 다른 말은 하지 않은 채 비교적 밝은 얼굴로 "서울시향, 오늘 너무 잘했어요. 앞으로도 계속 잘하길 바라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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