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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기자 50여명과 '내부자들'을 봤다

  • 김병철
  • 입력 2015.12.29 13:13
  • 수정 2015.12.29 13:14
ⓒ연합뉴스

정치BAR: 안철수-기자들 ‘내부자들’ 관람기

<매드맥스> 이후 오랜만에 보는 영화인데, 평일 저녁에 일로, 정치인과 기자를 다룬 영화를, 그것도 정치인·기자들과 함께 봐야 하다니…. 12월28일 저녁 영화 <내부자들>을 안철수 의원과 함께 봤다. 각 언론사 ‘안철수 마크맨’ 50여명과 함께였다. 투덜대며 갔는데, 재밌었고 인상적이었다. 영화도, 안 의원도.

안 의원 쪽은 여의도 IFC몰의 CGV 한 상영관을 통째로 빌렸다. 그리고 회비를 걷었다. 1인당 1만원이었다. 아직 당이 아닌 의원실 차원의 일정이기 때문에 의원실 운영 규정에 맞게 준비했다고 한다. ‘새정치’를 표방하기 때문에 기자들을 ‘접대’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보인다. 영화에는 대기업 회장이 정치인과 기자에게 성접대하는 장면까지 등장하기 때문에 더욱 대조적으로 보였다. 팝콘은 안 의원이 샀다. “팝콘 사왔어요. 드세요”하며, 생글생글 웃으며 상영관에 들어왔다.

매우 잔인한 장면에서 “너무 폭력적이다”고 말하는 모습 등은 나와 코드가 비슷했지만, 웃음 코드는 조금 달랐다. 술자리에서 후배 검사가 부장 검사를 챙긴다며 음료를 건넬 때 소리 내어 웃었고, 검사가 ‘서류를 누가 빼돌렸을까’ 묻자 정치 깡패가 눈을 맞추지 못하는 장면에서도 “하하하” 웃었다.

영화가 끝난 뒤 안 의원은 근처 전집으로 옮겨 기자들과 뒤풀이를 했다. 그의 <내부자들> 감상평은 이랬다. 막걸리를 채운 잔을 들고 서서 말했다.

“정계, 재계, 언론계의 카르텔이 어떤 형태로 갈 수 있는지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든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 보면 600만명 정도가 보셨다니까,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것은 뭔가 마음속에 공명이 있다는 이야기거든요. 한국 사회 문제점을 영화만큼 심각하진 않겠지만 문제인식을 다들 가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본 게 아닌가 싶어요. 어제 당이 나갈 방향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정말 우리가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을 수 있고, 선한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고, 배려하고, 실패한 사람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우리가 꿈꾸는 나라 아니겠는가 영화 보면서 다시 생각했습니다.”

검사 캐릭터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거기 보면 족보 없는 검사가 나오잖아요. 학맥, 인맥, 지연이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한국 사회 구조적 문제점을 풀어갈 수 있겠구나 생각도 들고…. 신문사 제목이 조국일보, 현대가 아니라 미래자동차, 이렇게 아슬아슬한…. (웃음) 신정당, 붉은색의 새 정당…. 아슬아슬하긴 했습니다. (웃음) 영화 교훈들, 이런 카르텔이 만약 형성되면 저렇게 갈 수 있겠구나, 정말 겁나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 것들,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보고 나름 느끼고 그랬습니다.”

자신이 내세우고 있는 공정성장론을 떠올리게 함과 동시에 계파 없이 민주당에 뛰어든 자신의 처지, ‘친노’로 대변되는 당내 계파의 카르텔 등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 평가였다고 본다면 너무 ‘꿈보다 해몽’일까? 건배사는 했지만 그는 술을 마시지는 않았다.

안 의원은 이후 테이블마다 돌면서 대화를 주도했다. 영화 원작 작가인 윤태호 작가 얘기가 나오자 “저번에 제 방에서 한 시간 정도 윤 작가와 얘기했는데, 바둑도 못 두고, 회사 생활도 안 해본 사람이, 제대로 해본 사람만 알만 한 게 많이 나와서 정말 작가구나, 듣고 소화해 표현하는 게 프로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간철수’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국정원에서 만든 거다. 진짜 저는 평생 처음으로 세금 내는 게 아까웠다. 내 세금 받아서 내 별명을 지어? 한편으로는 머리 좋다, 이중적으로 내가 또 간이 안 좋다고 공격하려고 지은 거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웃었다. ‘실제로 건강 좋냐’는 질문에는 “가진 게 체력뿐이다”고 했다. 16년 전 과로로 간염에 걸린 뒤로 술을 끊었다는 그는 “간이 안 좋다고 공격하려던 것이 내가 마라톤을 뛰고 싹 없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소 ‘간만 본다’, ‘약해 보인다’ 등의 평가를 쇄신하려는 것일까.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고 표정은 유연했다. 유머를 구사할 때는 여유로워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정책 얘기가 나오면 디테일을 앞세워 주장을 내놨다. 저녁 자리에 합류한 문병호 의원은 안 의원이 달라진 게 있냐는 질문에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높아졌다. 원래 뭐든 과락만 안 하면 되는데, 이제 과락은 면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머 코드는 끝까지 안 맞았다. 이날 저녁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당명 ‘더불어민주당’을 얘기할 때 그는 ‘후’ 부는 입 모양을 하며 “더‘불어’민주당이라고도 하더라”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런데 포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안에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겠냐”는 말을 잊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여러 패러디물들이 언급되자 안 의원은 “안철수없당”이라며 웃기도 했다. 뒤쪽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안철수없당’ 소리에 나는 웃지 못하고 굳어버렸다. 12월17일 광주 방문 때 회를 보고 “회가 나오니 회식인가요? 하하하” 했을 때 이후 두번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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