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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CD 공장 20대 여성 노동자, 폐암으로 사망

  • 허완
  • 입력 2015.12.29 12:52
  • 수정 2015.12.29 12:56
ⓒ삼성전자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근무하던 20대 여성 노동자 이지혜씨가 폐암으로 사망했다고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씨는 산재 인정도 받지 못했고, 삼성으로부터 보상을 받지도 못한 채 3년 간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상 협상을 위해 구성된) 조정위원회의 보상 대상 질병 권고안에 폐암은 원래부터 포함되지 않았다"며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힐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반올림은 27일 낸 성명에서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근무한 후 폐암에 걸렸던 이지혜 님이 3년 여의 투병 끝에 오늘 낮 12시 경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고인은 입사 전 매우 건강했고, 평생 흡연을 한 적도 없었다"며 "그러나 퇴사한 다음 해인 2012년 말경부터 폐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다니다, 그 이듬해 2월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1986년생인 이씨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인 2003년 12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삼성전자 천안공장과 탕정공장에서 일했다.

반올림은 이씨가 다음과 같은 환경에서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어려서부터 7년 넘게 야간 교대근무를 수행했고, 업무 중 수시로 공업용 아세톤과 IPA를 취급하였다. 고온의 리페어 설비에서 제품을 꺼낼 때, 주변에서 설비 PM(유지ㆍ보수)을 할 때, 설비 변경을 위해 라인 내 설비를 해체할 때, 정전으로 인한 설비 셧다운이 일어날 때 등등의 상황에서 배출되는 각종 유해물질과 가스에도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연마작업을 할 때나 불량품 폐기 작업을 수동으로 직접 할 때는 각종 분진에 노출되기도 했다.

(중략)

고인은 반올림과의 상담에서 업무에 관한 기억들을 힘겹게 떠올렸다. 일하던 중 각종 유기용제 냄새와 무언가 타는 듯한 정체 불명의 냄새들을 계속 맡았다고 했다. “강력한 환기시스템으로 냄새를 맡을 새가 없다”는 삼성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못박았다. 안전보건 교육은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졌고, 국소 배기장치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동료들이 피부질환, 생리불순, 유산 등을 겪었다는 말도 했었다. (반올림 성명서 12월27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주최로 22일 저녁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221인의 방진복 퍼포먼스'에서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와 참가자들이 삼성전자 사옥 주변을 행진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반올림 설명에 의하면, 폐암 진단 이후 이씨가 근로복지공단에 낸 산재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장조사가 이뤄질 당시에는 이미 이씨가 근무했던 라인이 철거되거나 자동화 되어있었으며, 근로복지공단은 결국 '정확한 유해물질 노출 정보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산재불승인 처분을 내렸다는 것.

또 이씨는 삼성전자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올림은 SK하이닉스와는 달리 삼성이 폐암을 보상 대상으로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발표한 보상제도에서 “현재까지 국내외 반도체 역학연구 결과를 반영하여, 관련성을 평가할 수 있는 질환군”으로서(보상지원 ‘나’군 질병) 폐암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현재 강행하고 있는 한시적 보상절차에서 폐암을 배제하고 있다. 삼성 반도체·LCD 공장에 다니다 폐암에 걸린 여섯 분 중 다섯 분은 국가와 기업으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채 이미 세상을 떠났다. (반올림 성명서 12월27일)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29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저희가 보상 대상 질병을 마음대로 정한 게 아니라 조정위가 회사에 제시한 권고안에 따르는 것"이라며 "조정위원회의 보상 대상 질병 권고안에 폐암은 원래부터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부터 직업병 관련 보상신청을 받고 있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9월 18일 보상금 지급 절차 공지 이후 지금까지 총 139명이 보상금 지급 신청을 했으며 이들 중 보상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상금 지급이 완료된 인원 수가 8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청 마감을 앞두고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을 통해 산재를 신청했거나 소송을 냈던 퇴직자들이 속속 보상을 신청하고 있어 지급 대상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연합뉴스 12월18일)

반면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가 "일방적이고 폐쇄적이며 한시적인 보상을 강행하고 있다"며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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